|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가수 고 유재하는 단 한 장의 음반을 발매한 채 1987년 스물여섯의 나이로 요절했지만, 대중가요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뮤지션으로 통한다. 그의 음악이 조용필, 이문세, 봄여름가을겨울, 나얼, 박정현 등 다양한 뮤지션에게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불리고 있는데다가, 그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후배들이 1989년부터 시작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지금까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뮤지션들이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그랜드민트페스티벌2014(이하 GMF 2014)로 뭉쳤다. 이들은 GMF 2014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유재하를 위해 '유재하동문회'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공연을 열었다.

양일간 '홀 오브 페임'(Hall of Fame) 공연장에서 열린 이번 무대에는 1989년 제 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인 가수 조규찬부터 심현보(4회), 이한철(5회), 말로(5회), 원모어찬스(정지찬-8회, 박원-19회), 스윗소로우(16회), 오지은(17회) 등 '유재하'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의 음악을 시작한 다양한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4 무대에 오른 스윗소로우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4 무대에 오른 스윗소로우 ⓒ 민트페이퍼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발굴된 신진 뮤지션들이 라인업에 대거 포함됐다는 것. 유재하동문회는 양일간 타임 테이블의 맨 첫 자리에 이들의 합동 쇼케이스를 여는 한편, 공연장 로비에 마련된 특설 무대를 통해 본 공연을 기다리는 중에도 이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관객에 소개된 뮤지션은 블루앤블루(6회), 투어리스트(11회), 김선욱(21회), 김거지(22회), 김은태(23회) 등 12팀에 이른다.

유재하동문회 공연의 준비팀장을 맡은 투어리스트 멤버 양해중은 이를 두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중 대중에 알려진 팀도 있지만, 음악을 막 시작하는 이들도 많아 그런 이들을 최대한 선보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로비에서 유재하와 유재하동문회를 주제로 한 작은 전시회를 열어 관객이 쇼케이스 틈틈이 이를 보게 한 '전략'도 통했다. 양해중은 "다른 때와 달리 공연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면서 관객의 반응도 좋았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끊임없이 후배들의 사진을 찍어 SNS로 전송하는 '유재하동문회장' 스윗소로우 김영우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는 이틀간 스스로를 '유재하 봇'으로 지칭하며 공연장 곳곳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재하는 '씨앗'과도 같다"고 정의한 김영우는 "좋은 뮤지션들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거둬지고, 또 그들을 보며 다른 뮤지션들이 자라나는 것 같다"며 "이런 계기가 없다면 혼자 음악하기가 힘들 수도 있는데, 이들이 함께 뭉쳐 서로 자극도 받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자라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규찬 "유재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역사"

이틀간 무대에 오른 '동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고 유재하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8일 무대에 오른 스윗소로우를 비롯해 19일 투어리스트, 원모어찬스는 유재하의 곡인 '그대 내 품에' '지난 날' '우울한 편지'를 각각 자신들의 목소리로 선보였다. 19일 옥상달빛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뮤지션의 곡을 선곡하는가 하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박세진(19회)이 홀로 불렀던 '가누나'와 김윤주가 마지막까지 참가를 고민하며 만들었다는 곡 '초승달'을 들려주기도 했다.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4 무대에 오른 조규찬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4 무대에 오른 조규찬 ⓒ 민트페이퍼


그런가 하면 19일 피터팬컴플렉스의 보컬 전지한(11회)은 "오늘 모든 곡은 유재하 선배님을 위해 불러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내 실수로 무대를 잠시 멈추고는 "선배님 앞에서 해서 이러는 것 같다. 마치 12년 전 경연장에 있던 느낌이 든다"며 재치 있는 변명(?)을 늘어놔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전지한은 "유재하 선배님이 이런 후배 하나쯤은 있다고 해도 좋아하실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특유의 독특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종일 차분했던 공연장 분위기를 단숨에 클럽으로 바꾸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19일 헤드라이너 조규찬의 무대였다. "오늘 이 자리의 의미는 이미 여러 번 얘기된 만큼 중언부언하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나도 가슴에 그 의미를 오롯이 새기고 노래하고 있다"고 말한 조규찬은 자신이 1989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불렀던 '무지개'를 마지막 곡으로 선택했다.

이어 이틀간 무대를 함께 했던 동문들이 함께 등장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지만 다른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 노리플라이(17회), 3년 7개월 만에 메이트로 막 또 다른 무대를 마치고 온 임헌일(15회)의 모습도 이 가운데 보였다.

다른 공연장의 무대가 모두 끝난 시각, GMF 2014의 마지막 곡으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울려 퍼졌다. 무대 위 뮤지션들이 한 소절씩 나누어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어느덧 무대 아래 관객 모두가 부르는 노래가 되어 있었다. 노래를 마친 동문들과 관객은 "유재하 영원히!"라는 구호와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을 나누고는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유재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역사입니다.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할 수 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고요. 유재하라는 하나의 공통된 축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 대중문화계의 보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조규찬)

"우리 모두 유재하의 음악적 성향과 노력을 배우고 싶어 하는 후학들입니다. 이를 이어가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정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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