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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전골, 바위 절벽 아래를 지나가는 등산로.
 주전골, 바위 절벽 아래를 지나가는 등산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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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산자락을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들인 나뭇잎들이 어느새 계곡 아래에까지 밀려 내려와 있다. 기상청에서는 이달 18일에 설악산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절정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 셈이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붉은 색이 선명했던 단풍나무 잎도 그 고운 빛을 잃은 채 마른 잎이 되어 떨어질 것이다. 단풍 구경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새 산 중턱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꽃비가 내리듯 낙엽이 지고 있다.

이때가 되면, 단풍 여행을 떠나지 못해 조바심이 인다. 지금 여행을 떠나지 못하면, 내년 가을이 올 때까지 한 해를 더 기다려야 한다. 날이 추워질수록 단풍이 물드는 속도도 더 빨라진다. 그럴수록 마음도 더 급해진다.

 용소폭포 가는 길, 붉은 단풍나무 잎.
 용소폭포 가는 길, 붉은 단풍나무 잎.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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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 먹고 떠나는 설악산 단풍 여행, 시기가 중요

그렇다고 무작정 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산마다 단풍이 아름다운 시기는 따로 있다. 게다가 단풍이 물드는 지점도 시기마다 다르다. 단풍으로 유명한 설악산이라고 해서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알맞은 시기, 적당한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는 설악산 어디를 가든, 계곡을 물들인 짙은 빛깔의 단풍을 볼 수 있다. 어디 한 군데 아쉬운 데가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주전골'에서 보는 단풍이 그 중 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전골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단풍 명소 중에 하나다.

 선녀탕, 선녀가 목욕을 하고 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
 선녀탕, 선녀가 목욕을 하고 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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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골은 양양에 있는 오색지구, 오색 약수터에서 시작되는 등산 코스다. 사람들이 설악산에 있는 그 많은 등산 코스 중에 주전골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전골은 '등산'을 하러 간다기보다는 '산책'을 즐기러 간다고 해야 맞을 것 같은 코스다.

그래서 그런지 주전골은 다른 등산 코스와 달리 가벼운 운동화 차림에 손에는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이곳에서 등산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다니는 사람은 다른 등산 코스에서 넘어오거나 넘어갈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은 것도 주전골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중에 하나다. 주전골 코스는 무엇보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전골에는 산비탈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당연히 다리가 아플 일도 없다.

주전골 계곡을 걷다 보면, 세상에 설악산이 이렇게 편한 산이었나 싶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주전골 주변 풍경이 동네 뒷산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들처럼 밋밋하고 단순하냐고, 그건 또 절대 아니다. 설악산이 달리 설악산이 아니다.

 주전골, 계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구름 다리. 그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주전골, 계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구름 다리. 그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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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골 계곡은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 절벽이 장관이다. 이곳에 '산책'을 하러 온 사람들도 이 바위 절벽 아래서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계곡 사이 웅덩이에 담긴 물은 또 왜 그렇게 맑은지, 선녀들이 그곳에서 목욕을 했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주전골은 단풍잎 곱게 물든 나무들과, 파란 가을하늘을 찌를 것 같이 높이 솟은 바위 절벽과, 그 아래를 천천히 흘러 내려가는 차가운 계곡 물이 한데 어우러져, 한마디로 '가을 속 진풍경'을 보여준다.

주전골은 '쇠를 부어 만들 주(鑄)'자와 '돈 전(錢)'자를 써서 만든 지명이다. 그 옛날 이곳 주전골 골짜기에 있는 한 동굴에서 누군가 위조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단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다.

 용소폭포.
 용소폭포.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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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는 같은데 시간은 3배나 차이가 나는 등산로

사람들이 추천하는 설악산 단풍 명소 중에 또 '흘림골'이 있다. 흘림골은 주전골 코스와도 연결돼 있어, 마치 한 코스인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주전골에서 등산을 시작한 사람이 흘림골로 넘어가기도 하고, 흘림골에서 넘어온 사람이 주전골에서 등산을 마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흘림골은 주전골과는 180도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등산 코스다. 주전골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흘림골에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흘림골은 등산로가 매우 가파른 편이다. 계단이 아니면, 바위 위를 네 발로 기어올라야 한다.

 흘림골, 바위 절벽을 가로지르는 등산로.
 흘림골, 바위 절벽을 가로지르는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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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림골 등산로.
 흘림골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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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사람들이 흘림골로 들어서는 이유는 등선대 때문이다. 등선대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또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 만하다. 등선대란 이름이 '신선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을 가졌으니, 능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등선대에서 서북주능을 따라 한계령과 귀때기청봉, 대청봉, 끝청봉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등선대를 중심으로 기암괴석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점봉산이, 동쪽으로는 동해가 바라다 보인다. 그 광경이 장쾌하기 짝이 없다.

 흘림골, 가파른 등산로를 줄지어 내려오는 등산객들.
 흘림골, 가파른 등산로를 줄지어 내려오는 등산객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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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선폭포 근처, 여기 저기 흩어져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등산객들.
 등선폭포 근처, 여기 저기 흩어져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등산객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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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국립공원 홈페이지를 보면, 흘림골 코스는 등산 난이도가 '중'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몸으로 체감하는 난이도는 '중' 이상이다. 등산 코스 길이가 짧다고 얕볼 게 아니다. 등산 초보자에겐 대청봉을 등산하는 것만큼이나 힘들 수 있다.

주전골 코스는 3.2km 길이로, 등산을 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린다. 흘림골 코스는 3.5km 길이로, 약 3시간이 걸린다. 등산 거리는 비슷한데, 시간은 3배나 차이가 난다. 그만큼 힘들단 얘기다. 주전골 코스는 '용소폭포 코스'로도 불린다.

 신선이 하늘로 오른다는 등선대.
 신선이 하늘로 오른다는 등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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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선대 주변 기암괴석들.
 등선대 주변 기암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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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물들 때가 되면, 설악산 산줄기는 단풍 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등산로마다 등산객들이 줄을 잇는다. 사람들에 가로막혀 걸음을 옮겨 딛기 힘들 정도다. 평소 같으면 1시간 가야 할 거리가 2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다 보니,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단풍 구경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나섰다가, 가파른 등산로를 만나 체력이 고갈되는 바람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설악산은 산세가 험한 산에 속한다. 설악산으로 여행을 떠날 때는 내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단풍철엔 교통이 혼잡한 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요소 중에 하나다. 전체 여행 시간을 넉넉히 잡아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등선대에서 내려다 본 한계령.
 등선대에서 내려다 본 한계령.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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