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했습니다" 15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승리해 4년 연속 정규경기 우승을 확정 지은 삼성 라이온즈 선수와 코치진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우승했습니다" 15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승리해 4년 연속 정규경기 우승을 확정 지은 삼성 라이온즈 선수와 코치진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 역사에 또 다시 한 획을 그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15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페넌트레이스 4연패라는 대업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삼성을 제외하면 정규시즌 3연패를 기록한 팀은 전무하다.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가 1986~1989 시즌 한국시리즈 4연패에 성공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해태가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경우는 단 1번뿐이었다. 단기전 승부보다 변수가 많고, 훨씬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하는 정규시즌 우승을 더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4연패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지난해까지 사상 최초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하며 이미 프로야구 역대 최강의 왕조로 올라선 삼성이다. 그러나 올 시즌이 시작할 때의 행보는 안개 속이었다. 부동의 마무리였던 간판스타 오승환이 일본으로 이적했다. 마무리 투수 1명의 공백을 넘어 삼성의 팀 컬러를 흔들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경쟁 팀들의 전력이 향상된 것에 비하여 삼성은 오히려 전력 보강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시즌 3연패를 넘어 4연패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올 시즌 삼성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시즌 초반과 막바지에 연이어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삼성은 삼성이었다. 고비 때마다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해냈다. 삼성은 왜 스스로가 디펜딩 챔피언인지 저력을 통해 보여줬다.

삼성에게 찾아왔던 세 번의 고비, 저력으로 돌파

삼성은 이번 시즌 약 세 번의 고비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개막 후 4월 21일까지 6승 9패로 정규시즌 7위에 머물며 다소 불안하게 시즌을 출발했을 때였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부임 이후 슬로우 스타터의 면모를 유지했다. 삼성은 오래가지 않아 반등에 성공했다. 마무리 오승환의 공백은 미국 무대에서 복귀한 임창용이 메우며 삼성은 다시 철벽 불펜의 면모를 회복했다. 차근차근 승수를 추가한 삼성은 5월 16일 처음으로 1위 탈환에 성공했고, 이후로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두 번째 고비는 전반기 막판에 찾아왔다. 투타 밸런스가 흔들리며 4연패를 기록한 채 전반기를 마감했다. 마무리 임창용이 흔들렸다. 2012년부터 이어온 '7회 리드 시 불패' 기록이 144경기 만에 중단됐다. 경기 종반 불안한 모습이 잦아졌다. 올스타 휴식기를 전후하여 4번 타자 최형우의 부상공백도 악재였다. 하지만 삼성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6연승을 달리며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안정된 선발야구로 불펜의 과부하를 최소화했고, 이승엽과 박석민이 최형우의 공백을 잘 메웠다. 2위와의 격차를 7게임 이상 벌리는 등 확실한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마지막이자 최대의 고비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즌 막판에 찾아왔다. 8월 말에는 류중일 감독 취임 후 최다인 5연패를 기록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에도 한때 4연패를 기록했다. 그 틈에 무섭게 추격해온 2위 넥센과 격차가 1.5게임까지 줄어들며 다잡은 것으로 보였던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정작 삼성 내부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우승을 확정하려는 조바심에 무리한 선수기용이나 변칙도 없었다. 이미 지난 3시즌 동안 숱한 고비를 넘기며 단련된 삼성은 오히려 여유가 넘쳤고, 고비에서도 이길 경기는 끝내 잡아내는 뒷심을 발휘하며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지켜냈다.

삼성 4연패의 원동력은 안정된 '시스템 야구'에 있다. 삼성은 9개 구단을 통틀어 투타 밸런스가 가장 안정됐다. 삼성은 소수의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부상과 슬럼프로 인한 전력공백이 발생해도 그 뒤를 메울 수 있는 대체 자원이 풍부하다는 게 삼성의 강점이다.

특출난 스타 선수 없어도 1위 차지한 비결

삼성은 올 시즌 팀타율 3할 1리로 리그 1위, 자책점은 4.50으로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역대 팀타율 3할을 기록한 것은 1987시즌에 이어 삼성만 오직 두 번 기록했다. 1번부터 6번 타순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만 6명에 이른다. 팀홈런은 161개로 넥센에 이어 2위다. 삼성은 이승엽(32홈런), 최형우(31홈런), 나바로(30홈런)까지 한 팀에 30홈런 타자만 3명을 배출했고,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박석민도 27홈런이다. 올해가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임을 감안해도 엄청난 기록이다. 지난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약해진 마운드를 한층 업그레이드된 타선의 위력으로 메운 것이다.

자책점도 지난해에 비하면 높아졌지만 타고투저인 올해 시즌 평균이 5.23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임창용을 비롯한 불펜진의 부진으로 팀 블론세이브가 늘어난 것은 아쉽지만, 안지만-차우찬 등이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해주며 접전에 강한 모습은 유지했다. 삼성은 올 시즌 1점차 승부에서 21승 14패, 승률 6할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강했다.

삼성은 이번 시즌 불펜 위주의 지키는 야구에서 선발야구로 변모했다. 선발진은 4.38의 자책점으로 오히려 팀 평균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주축 선발투수 5명이 올해는 이렇다 할 공백 없이 모두 100이닝 이상을 꾸준히 소화해준 게 큰 힘이 됐다. 삼성 선발진의 퀄리티 스타트는 총 63회로 NC(59회)를 제치고 리그 1위를 기록했다. 15승 이상을 기록한 에이스는 없지만 릭 밴덴헐크가 자책점-탈삼진 2개 부문 선두를 달리며 1선발로서 제 몫을 다해줬다.

또한 삼성은 최근 수년간 외부 대형 FA를 영입하지 않고도 내부 육성만으로 좋은 전력을 꾸준히 키워냈다. 현재 삼성의 1군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삼성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성장한 선수들이다. 이들이 어느덧 삼성 내에서 확실한 주전이자 중고참급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만의 끈끈한 야구 컬러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됐다.

올 시즌에는 박해민과 이흥련 같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보여주며 진갑용, 최형우, 박석민 등의 부상공백이 발생할 때마다 빈자리를 쏠쏠하게 메워줬다. 올 시즌 7년 만에 30홈런을 돌파하며 노장의 저력을 보여준 이승엽 등 베테랑의 활약도 있었다. '안정된 신구조화'는 삼성이 독주체제를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삼성은 최근 4년 동안 독보적인 개인기록을 수립한 선수나 타이틀 수상자가 많지 않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팀으로서 한층 끈끈하고 강해진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1980~1990년대 화려한 스타군단을 앞세워 페넌트레이스를 호령하고도 큰 경기만 되면 작아지던 삼성의 모습은 더 이상 없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강팀 자리를 놓고 이제 해태의 아성까지 넘보는 삼성의 진정한 저력은 바로 '팀 라이온즈'에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