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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논란을 빚고 있는 사업장이 많은 가운데, '정기상여금의 재직시 지급요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지침과 다른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끈다.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법률원(아래 금속법률원)은 1심 법원으로부터 "재직자에게만 주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처음이다.

금속법률원이 밝힌 판결은 지난 10일 부산지방법원 제7민사부(성금석․송창현․곽태현 판사)에서 낸 것으로,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 61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은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을 대신해 사측을 상대로 했던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 승소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은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을 대신해 사측을 상대로 했던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 승소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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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18일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할 지급(계산)'(근무한 날 수를 비율로 계산) 여부가 통상임금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정기상여금 지급 날짜 이전에 퇴직하거나 병가(휴가·결근)를 낼 경우에도 정기상여금 지급 관행이 어떠한지가 판단의 근거였던 것이다.

대법원 판결 뒤인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업무지침'을 통해 "정기상여금은 지급일 기타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뒤 사용자 측은 "오로지 퇴직시에 일할지급하지 않으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법원 "소정근로의 대가성과 고정성 인정"

르노삼성자동차는 '홀수 월 말일'에 정기상여금을 지급해 왔고, 그 대상은 재직하고 있는 근로자들이었다. 이 업체의 경우 정기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퇴사한 근로자는 정기상여금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사측은 이번 소송에서 이같은 이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고 고정적이지 않으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기상여금 500%를 비롯해 문화생활비, 중식대 보조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의 월 지급액이 약 50%에 이르러 전체 급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근로의 대가성이 없는 금품이라거나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에 좌우되는 우발적·일시적 급여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특정시점에 재직한다는 사실만으로 정기상여금 전액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결근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근로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하여 지급하였다"며 "이 점에 비추어보더라도 정기상여금이 재직요건이 부가된 임금으로서 소정근로의 대가성과 고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중도퇴직시 근무일수에 비례한 부분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재직 중에 근무하지 않은 일수에 대하여 감액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라면 소정근로의 대가성과 고정성을 인정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고용노동부 지침과 다르다. 르노삼성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재판부는 '특정시점 재직자에 지급한 상여금이라도 결근일수 등을 빼고 일할 계산해 지급했으면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중도 퇴직자에게 재직 기준으로 상여금 미지급한 것은 부차적 사정이고, 근로기준법 위배 소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이유에 따라 회사측이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한테 지급하지 않았던 수당 6억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 소송에 비정규직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금속법률원은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으로, 법원이 취업규칙상 정기상여금에 대해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전 직원'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자동차 소속 근로자 25명은 같은 내용의 통상임금 소송을 창원지방법원에 제기했고 현재 심리중이다. 또 이 업체와 같이 '일할 지급'과 관련한 통상임금 소송은 창원공단 내 대규모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도 제기해 놓고 있어, 이번 판결이 어떤 형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그:#통상임금,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지방법원,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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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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