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을 놓고 '남북 대결'이 벌어진다. 

이광종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북한 대표팀과 격돌한다.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만, 북한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36년 만의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한반도 더비'가 성사된 것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36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차범근, 허정무, 김호곤 등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드림팀'이 나섰고, 엄청난 국민적 기대가 쏟아진 결승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결과는 싱거웠다. 양 팀은 전후반과 연장전 내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가 0-0으로 비겼고, 승부차기 규정이 없어 결국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승부차기가 도입된 지금은 더 이상 공동 금메달이란 없다.

물론 결승이 아닌 무대에서 남북 대결은 더 있었다. 2006년 도하 대회 8강에서 맞붙어 한국이 3-0으로 승리했고, 4년 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맞붙어 북한이 1-0으로 승리하며 설욕했다.

한국, 아껴둔 '김신욱 카드' 꺼내 들까

이광종 감독 '장하다 종호야!' 3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한국-태국 경기에서 이종호 선수가 헤딩 골을 성공시키고 이광종 감독에게 뛰어가고 있다.

▲ 이광종 감독 '장하다 종호야!' 9월 3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한국-태국 경기에서 이종호 선수가 헤딩 골을 성공시키고 이광종 감독에게 뛰어가고 있다. ⓒ 이희훈


한국의 강점은 공격과 수비의 완벽한 조화다. 조별리그에서 준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2골을 터뜨렸고, 실점은 한 골도 없었다. 만약 결승에서도 실점 없이 북한을 꺾는다면 '무실점 우승'이라는 신화를 쓰게 된다.

한국은 공격의 핵심인 김신욱의 출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친 뒤 8강전과 준결승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이광종 감독이 결승전을 위해 아껴둔 '히든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신욱이 나오지 않더라도 이용재와 이종호가 버티고 있어 큰 걱정은 없다. 특히 이종호는 일본과의 8강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태국과의 준결승에서는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이번 대회에서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비에서는 무실점 행진을 이끌고 있는 장현수가 돋보인다. 수비 조직을 잘 정리하며 안정된 대인마크 능력까지 갖췄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는 경기 막판 이종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북한은 지난해 아시아 22세 이하 청소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손발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최근 해외 축구의 기술과 전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무실점' 한국 vs '1실점' 북한,  방패 대결

금메달 획득에 기뻐하는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대 1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하자 인공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금메달 획득에 기뻐하는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대 1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하자 인공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유성호


북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는 최전방 공격수 박광룡을 꼽을 수 있다. 북한 대표팀의 유일한 유럽파 선수로, 한국의 박주호와는 스위스 명문 FC 바젤에서 함께 뛰었던 경험이 있다.

유럽 선수들 못지않은 당당한 체격으로 강력한 제공권 장악력을 자랑하며, 그에 못지않게 발재간도 뛰어나다. 한국 수비수 장현수와의 대결에서 골을 터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역시 이번 대회에서 11골을 터뜨리고 단 1골만 허용했다.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체력과 빠른 발을 앞세운 역습이 날카롭다. 다만 혼자 5골을 터뜨린 정일관이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퇴장당한 탓에 결승에 나설 수 없게 된 것이 한국의 행운이자, 북한의 걱정이다.

또한 양 팀 모두 준결승을 치르고 하루만 쉰 다음 결승에 나서기 때문에 체력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준결승에서 연장전까지 뛰었던 북한의 체력 소모가 더 컸다.

한국은 지난달 아시아 16세 이하 청소년 대회 결승에서 북한에 1-2 역전패를 당했고, 여자 대표팀도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4강전에서 역시 북한에 경기 종료 직전 1-2 역전패를 당해 금메달을 놓쳤기에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한국 남자 축구가 과연 28년간 이어진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한을 풀 수 있을지, 아니면 북한이 남녀 동반 금메달을 가져갈지 36년 전 가려내지 못한 승부의 결과가 곧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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