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봉수미 역의 배우 남상미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봉수미 역의 배우 남상미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한창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의 송지혜로 깊은 감정 연기를 소화했던 남상미는 심신이 지쳐 있었다. "드라마 끝나고 조금은 쉬어야겠구나" 생각했을 때 영화 <슬로우 비디오>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생각을 바로 바꿔 흔쾌히 합류했다. 남상미의 팬은 물론이고, 관객 입장에선 참 다행인 인연의 시작이었다.

동체 시력(대상의 움직임을 유난히 느리게 보는 능력) 소유자인 여장부(차태현 분)에게 봉수미(남상미 분)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였다. 어눌하고 우울한 그에게, 가난한 환경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수미는 짝사랑의 대상인 동시에 삶의 의미가 되어 갔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영화였어요" 남상미는 <슬로우 비디오>를 이렇게 표현했다. 시종일관 이 영화 얘기만 해도 밤을 샐 기세였다. 로맨틱 코미디와 드라마의 경계를 묘하게 밟고 있는 이 영화는 적어도 그녀에겐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작품"이었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영화"

남상미 '사람은 혼자가 아니야'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봉수미 역의 배우 남상미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손을 눈주위로 모아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맡은 배역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상미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역시 사람은 둘 이상이어야 해!'라고 말하곤 해요. 풀리지 않는 뭔가가 있을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다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진짜 좋아해요. 누가 짬뽕을 시키면 짜장면을 시켜서 나눠 먹는 게 제 성향이에요(웃음)." ⓒ 이정민


"장부와 수미의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어요. 갈수록 강력 범죄도 늘고 있고, 그만큼 뉴스들도 자극적이잖아요. 또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경제를 중시하는 사회에 있고요. 이 모든 걸 잠깐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감시하는 CCTV가 어느새 누군가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설정도 있고, 따뜻한 성향의 인물들을 보면서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역시 사람은 둘 이상이어야 해!'라고 말하곤 해요. 풀리지 않는 뭔가가 있을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다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진짜 좋아해요. 누가 짬뽕을 시키면 짜장면을 시켜서 나눠 먹는 게 제 성향이에요(웃음). 또 예전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했다면, 이젠 같이 여행하는 즐거움을 깨닫고 있어요. 즐거움도, 또 다른 감정도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배가 되더라고요."

자신의 평소 가치관을 솔직히 드러낼 만큼 남상미는 <슬로우 비디오>의 미덕에 흠뻑 젖어있었다. 또 스스로 "운이 좋았다"는 말을 인터뷰에서 자주 했다. 여기엔 좋은 작품과 함께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었다. 다른 인터뷰를 통해 차태현은 "남상미씨가 유부남인 나와 함께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발언했는데, 그 말을 전해 들은 남상미는 "오히려 감사한 건 나"라며 출연자들의 진면모를 읊었다. 

"배우들이 작품에서 마주친다고 다 끈끈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의외로 작품을 같이 하면서 친해지는 게 어려워요. 서로의 감정이나 스케줄 문제들도 있고. 근데 이번 작품만큼은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싶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영화예요! 차태현 오라버니에게도 참 감사해요. 현장에서 그 어떤 불편한 상황도 만들지 않으시고,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이래서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구나 느꼈죠."

"사랑 없는 인생은 실패한 것...너그럽게 살고 싶어요"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봉수미 역의 배우 남상미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봉수미 역의 배우 남상미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상미 "좋은 감정이 생기면 일단 만나보고, 그게 아니라 판단되면 끊으면 된다고 봐요. '밀당'을 싫어합니다! 계산하면서 누군가에게 절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나아요." ⓒ 이정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남상미의 삶의 방식을 듣기로 했다. 분명한 인생관을 갖고 있었다. 주저 없이 "인생의 최고 가치는 사랑"이라고 두 번 강조했다. 물론 이건 이성 간의 사랑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삶에서 사랑을 빼면 논할 게 없어요. 요즘 계속 생각하는 게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입니다. 너그럽고 따뜻하게 살고 싶어요. 너무 성공만을 좇는 건 싫고요. 지금, 아궁이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모양이 떠올랐어요(웃음). 인생에서 사랑이 없으면 실패한 거라고 전 생각해요. 의미가 없죠. 그리고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라는 것!

이성적인 사랑에서는 제가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이에요. 주저하지 않고 말하는 편이죠. 보통 여자 분들은 설레는 감정을 즐기고, 좋아하는데 전 불편해요. 그래서 누군가 먼저 다가오면 경계부터 하는 것 같아요. 좋은 감정이 생기면 일단 만나보고, 그게 아니라 판단되면 끊으면 된다고 봐요. '밀당'을 싫어합니다! 계산하면서 누군가에게 절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나아요."

"내 연기에 위로 받을 수 있다면...톱스타 아니라도 좋아"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봉수미 역의 배우 남상미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상미 "불특정 다수의 분들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해줄 수 있는 건 연기자만의 특권 아닌가요? 그래서인지 전 '남상미씨 진짜 예뻐요!'라는 말보다 '수미 역할 진짜 예쁘게 보고 있어요'라는 말이 더 좋더라고요(웃음)." ⓒ 이정민


이쯤에서 금기어 하나를 꺼냈다. 좋은 연기를 추구하는 배우 입장에서 '얼짱' 출신이라는 말이 불편하겠지만, 남상미에게 드러냈다. 구혜선, 박한별 등 과거 얼짱 출신의 배우들이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언제부턴가 남상미는 느려 보이지만 꾸준히 배우로서의 내공을 쌓고 있어 보였다.

"저 지금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어요! 톱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이 전혀 없어요.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연기로 즐거워하고 위로 받는 게 좋아요. 부와 명예는 제가 작업을 즐기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감사한 일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이익도 취할 수 있는 거요. 복입니다.

가족들, 친구들, 할머니와 친척들이 좋아할 때 연기하기를 참 잘 했구나 느껴요. 시사회에서 자랑스럽게 그들을 초대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매일 10시에 주무시는 할머니를 생각해서 일일드라마도 꼭 하고 싶었어요! 또 불특정 다수의 분들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해줄 수 있는 건 연기자만의 특권 아닌가요? 그래서인지 전 '남상미씨 진짜 예뻐요!'라는 말보다 '수미 역할 진짜 예쁘게 보고 있어요'라는 말이 더 좋더라고요(웃음)."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봉수미 역의 배우 남상미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남상미에겐 라이벌이 없다. 그저 사람을 좋아하고 거리낌 없이 만나는 게 그의 기본 자세였다. 그런 모습에 배우 오달수가 "시집가면 참 사람들에게 잘 할 친구"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전 믿는 도끼에 발등 안 찍힌다는 주의예요. 진짜 라이벌은 제 자신이죠!" 남상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녀라고 상처 받는 일이 없겠는가. 다만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가는 거다. 2014년 현재, 그렇게 우리는 남상미라는 멋진 배우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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