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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퍼포먼스팀 데블스, '닭대가리 풍자 퍼포먼스' 대학생 퍼포먼스팀 '데블스'가 1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닭대가리 풍자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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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한복판에 녹색 벌레 두 마리가 나타났다. 벌레는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핵대중, 노알라, 종북좌빨, 홍어"라고 외쳤다. 옆에 있던 다른 벌레는 "세월호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원 구조됐답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닭 한 마리가 나타났다. 닭의 손엔 햄버거와 지폐 몇 장이 들려 있었다. 툭, 하고 햄버거와 지폐가 땅에 떨어졌다. 두 벌레는 햄버거와 지폐를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배를 채운 두 벌레는 허물을 벗어 던지며 닭으로 변신했다. 변신한 닭 두 마리는 'DDGR'이란 글자와 닭의 머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1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퍼포먼스를 벌인 이들은 '데블스'라는 대학생 퍼포먼스팀이다. 이날 '닭대가리 풍자 퍼포먼스'를 선보인 김영빈(24), 신준섭(24), 곽대인(21)씨는 "사실상 유가족이 배제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통과되고, 그 분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데블스는 인터뷰 내내 '그 분'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들은 "유가족 앞에서 햄버거를 먹는 참담한 행동을 하는 이들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왜곡하는 언론, 이른바 '기레기' 등이 그 분의 굳건한 기반세력이라고 생각했다"며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하는 마음을 말과 글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몸으로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퍼포먼스팀 '데블스'가 1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닭대가리 풍자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팀원 김영빈(24), 신준섭(24), 곽대인(21)씨는 "사실상 유가족이 배제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통과되고, 그 분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퍼포먼스팀 '데블스'가 1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닭대가리 풍자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팀원 김영빈(24), 신준섭(24), 곽대인(21)씨는 "사실상 유가족이 배제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통과되고, 그 분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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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적폐 묻어버리려는 것 아닌지..."

이날 데블스의 퍼포먼스에는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여러 메시지가 담겼다. 눈물을 흘리며 "책임은 나에게 있다" "유가족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던 그 분이 이제는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말하는 모습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아래 일베), 서북청년단 재건위 등의 몰상식한 행동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김영빈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분의 발언과 행동의 변화를 지켜보면 (그 분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적폐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묻어버리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퍼포면스를 통해 시민들에게 이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준섭씨도 "경제 회복, 정치적 중립 등의 그럴싸한 말로 세월호 문제를 덮으려는 이들이 많다"며 "특히 일베와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모습을 보면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강조했다.

데블스는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표현의 자유 문제를 건드리기도 했다. 곽대인씨는 "광주비엔날레에 대통령 풍자 그림이 걸리지 못하고, 국가가 스마트폰 메신저를 검열하는 등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며 "퍼포먼스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닭대가리'를 외치고, DDGR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지만 정작 우리가 상상하는 그 분의 이름은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분께서 '자신을 향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을 때 왕조 국가에 살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며 "해야할 말과 해선 안 될 말을 스스로 통제하는 모습을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광화문과 홍대 거리에서도 세월호 관련 퍼포먼스를 했던 데블스는 앞으로도 퍼포먼스를 이어 갈 예정이다.


태그:#세월호, #퍼포먼스, #데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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