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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반중국 시위를 보도하는 미국 CBS뉴스 갈무리.
 홍콩의 반중국 시위를 보도하는 미국 CBS뉴스 갈무리.
ⓒ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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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점거, 최루탄, 바리케이드…. 아시아 금융과 관광 허브, 자유롭고 화려하며 정치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홍콩이 달라졌다.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반중국 시위가 사흘째(9월 30일 기준) 급속히 확산되자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번지는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서방의 외교적 신경전까지 더해지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콩에서는 직선제와 민주적 자치를 요구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는 지난 9월 22일부터 시작됐지만, 지난 주말부터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가 홍콩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을 점거해 본격적인 시위를 벌이며 규모가 수만 명으로 늘어났다.

홍콩 경찰은 이례적으로 최루탄과 물대포까지 동원해 시위 해산을 시도했다. 홍콩에서 최루탄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05년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당시 한국 농민들의 항의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 사용된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시위대는 최루가스와 물대포에 대비하기 위해 우산, 물안경, 마스크 등을 준비하며 맞섰다. 도심을 점거한 시위대가 수많은 우산을 펼치고, 여기에 중국의 우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까지 더해져 '우산 혁명(Umbrella Revolution)'이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CNN, CBS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가 도심을 점거하며 일부 학교와 은행이 문을 닫기도 했다. 최루탄 사용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은 진압을 중단하고 시위대를 지켜보며 안전사고 예방만 하고 있다. 하지만 막다른 곳에 이를 경우 경찰이 발포에 나설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면서 톈안먼 사태처럼 최악의 유혈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홍콩 뒤덮은 우산...  "완전 직선제 달라" 최후통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마련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단체가 도심 점거 시위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의 은행과 학교들이 휴업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마련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단체가 도심 점거 시위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의 은행과 학교들이 휴업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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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8월 31일 중국의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전체 회의를 열어 오는 2017년 치러질 새로운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촉발됐다.

1200명 규모의 행정장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 지지를 얻어야만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주어지고, 최종 입후보자도 2~3명으로 제한하는 것이 새로운 선거안의 주요 내용이다. 또한 당선되더라도 중국의 중앙 인민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걸면서 사실상 중국 정부 인물을 행정장관으로 앉히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그러자 '무늬만 직선제'라는 비난 여론과 함께 강한 반발이 쏟아지면서 홍콩 시민들의 반중국 감정이 이번 시위로 폭발했다. 시위대는 완전한 직선제와 민주적인 정치 개혁 방안을 요구하며 전인대의 선거안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일당체제'를 포기하라는 이 같은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중국 정부는 이미 확고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친중국 성향의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적인 시위 때문에 중국 정부의 결정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도심 점거 시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중국 국경절 휴일(10월 1일)에 시위 참가자가 1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렁춘잉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중국 지도부는 시진핑 국가주석 겸 총서기 주재로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시위 참가를 주도하고 있는 홍콩전상학생연회의 알렉스 초우 비서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는 10월 2일까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위를 도시 전체로 확대하거나, 전체 파업에 돌입하거나, 정부 청사를 점거하는 등의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분리 열기' 번질라... 복잡한 고민 빠진 중국

홍콩의 반중국 시위를 보도하는 CNN뉴스 갈무리. 시민들이 우산을 펴들고 있다.
 홍콩의 반중국 시위를 보도하는 CNN뉴스 갈무리. 시민들이 우산을 펴들고 있다.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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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커지자 국제사회도 거들고 나섰다. 1842년 아편전쟁 승리로 난징조약을 맺고 홍콩을 식민지로 삼았다가 중국에 반환한 영국은 새로운 선거안이 '중-영 연합성명'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의회에서 자체 조사단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영 연합성명'이란 1997년 영국이 홍콩의 통치권을 중국에 반환하는 조건으로 50년 뒤인 2047년까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중국의 사회주의를 홍콩에 도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의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9월 30일 정례회견에서 "기본적인 법률을 바탕으로 만든 홍콩의 보통선거를 지지하며, 홍콩 시민들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홍콩 행정당국이 자제하길 바란다"고 시위대의 손을 들어줬다. 당연히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불편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 1.90% 급락했고 이날도 1.28% 하락해 경제에도 타격을 줬다. 자칫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과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미 본토의 상하이를 새로운 금융 허브로 키우고 있는 중국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홍콩에서 직선제를 허용해 사실상 일당체제에서 분리되도록 놔둔다면 이 같은 사태가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나 수많은 승려가 분신한 티베트, 더 나아가 대만까지 번져 결국 중국 대륙의 핵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중국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에 통제 조치를 내린 탓에 본토 사람들은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사진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접속도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콩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채팅 애플리케이션 '파이어챗' 사용을 독려하며 하루 사이에 10만여 명이 가입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곧 인터넷 자체를 차단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복잡한 고민에 빠진 중국 정부가 과연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달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지, 아니면 강경 대응으로 나서 정말 제2의 톈안먼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지 시진핑 정권의 선택이 주목된다.


태그:#홍콩, #중국,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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