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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9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 세월호법 논의하는 새누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9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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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온 이완구 원내대표를 끌어안았다. 뒤이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의 등을 두드렸다. 그 모습을 보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여야 협상 결과를 약식보고하자 "잘하셨다!"라는 외침과 함께 박수와 환호가 다시 한 번 이어졌다.

9월 30일 오후 7시 30분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의 최대 쟁점이었던 특별검사 임명 방식에 합의하면서 본회의가 개회됐다. 여당의 승리였다. 정확히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한 승리'다. 여야가 '합의'했다는 안은 결과적으로 여당의 뜻이 관철된 모양새다. 특검 임명에 유가족의 영향력을 사실상 제거했고, 처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정부조직개편법안(해경 폐지, 재난안전처 신설)과 유병언법(재산몰수 관련 법) 등도 덤으로 얻었다.

유가족들이 반발했지만 여야가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 등원의 전제 조건으로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내세웠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추가 협상 능력을 상실했다. 상당수 의원들과 당 지도부 역시 이번 합의안을 최종 합의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발하는 유가족들을 이후 설득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여야 '극적 합의'? 야당이 합의할 수밖에 없던 협상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9월 30일 오후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 최종 타결안을 발표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손 잡은 이완구-박영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9월 30일 오후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 최종 타결안을 발표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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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합의 내용은 '여야가 합의한 4명의 특검후보 가운데 상설특검법에 따라 구성되는 특별검사 추천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하고, 그 가운데 한 명을 박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당초 새정치연합이 유가족에게 '협상 하한선'으로 설명한 '유가족과 야당이 특검후보 4명 추천'안에서 유가족이 빠진 내용이다. 새정치연합은 여야 합의로 4명의 후보를 정할 때 야당이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8월 7일, 8월 19일에 이어 세 번째 합의였다. 첫 합의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임명하고 진상조사위에 유가족들을 참여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유가족들이 반발하자 여야는 특검추천위원회 여당몫 2명을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동의로 임명한다는 2차 합의를 했다. 이 역시 유가족들은 동의하지 못했다. 유가족 총회에 이 안건이 회부됐지만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

2차 합의안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의 추인도 받지 못했다. 그러자 박영선 원내대표는 사퇴와 탈당을 언급했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협상은 없다'며 국회 정상화와 법안 처리를 가지고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2차 합의안은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며 특별법 제정에 직접 가이드라인을 긋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박 원내대표가 복귀해 재협상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은 응하지 않았다. 나아가 세월호 특별법 합의와 관계없이 9월 26일로 예정돼 있던 본회의를 강행하려고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9월 30일로 연기하면서 양당의 합의를 촉구했지만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서야 여야-유가족 3자 회동이 열렸지만 야당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는 정상화 돼야 한다"라며 본회의 참석을 공언했다. 한 차례 연기된 본회의까지 불참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컸다.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여당과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뤄야 했던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과 유가족을 만나는 모습을 보이며 특별법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본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을 쌓았다.

여야 협상에서 새정치연합은 유가족들이 특검후보군 선정에 참여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피해자가 특검 임명에 관여하면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다"라면서 "여야 합의로 특검후보를 선정하는 것이라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본회의 참석에 발목이 잡혀 있던 새정치연합은 조금이라도 진전된 안처럼 보이는 김 수석부대표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김 수석부대표는 합의 발표 이후 특검후보 4명 추천에 유가족 참여문제를 추후 재논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유가족의 참여는 결단코 막겠다"라면서 추가적인 협상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검 추천 길목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세월호 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 등은 9월 30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여야 최종 타결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 세월호 가족대책위 "여야 최종 타결안 거부" 세월호 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 등은 9월 30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여야 최종 타결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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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이번 합의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일괄되게 주장해 온 진상조사위의원회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고, 그에 준하는 방안이라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의 합의 결과가 특검의 중립성을 더 해친 것"이라며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이 합의안을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새정치연합이 '협상의 하한선'이라고 말한 안보다 오히려 후퇴한 안이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새정치연합을 향해 "신의와 믿음을 완전히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몰리자 유가족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새누리당을 향한다. 여당이 특검후보군 선정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서 "오히려 특검의 중립성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특검의 중립성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이번 3차 합의에서 유지되는 2차 합의안 내용부터 제기돼 왔다.

2차 합의에 따라 특검추천위원회 여당몫 2인은 유가족들의 사전동의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이 합의 안의 맹점은 유가족들이 동의할 수 없는 인사를 여당이 추천할 경우 특검추천위원회 구성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유가족의 사전 동의는 요식행위가 되고 여당의 의사가 반영된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9월 30일 세 번째 여야 합의안 역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불안 요인이 있다. 여야 합의로 특검후보군 4명을 선정한다는 것은 여야의 의견이 대립할 경우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가까운 선례를 찾아보면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를 들 수 있다. 당시 여야는 청문회 증인을 여야 '합의'도 아닌 '협의'로, 요구하는 모든 증인을 채택하기로 했지만 협상에 평행선만 달리다 청문회를 열지도 못했다.

설령 여야가 합의를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당이 추천하는 후보와 야당이 추천하는 후보가 2-2, 혹은 여당이 양보해 1-3으로 결정된다면 특검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1-1이 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중 여당 추천인사를 임명하면 결국 정부여당에 유리한 인사가 특검이 된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의 말처럼 "특검을 추천하는 길목마다 정부·여당과 대통령이 지키고 있는 안"인 것이다.

유가족 달래기에 나선 새정치연합... 진상조사까지는 험난한 길

이러한 유가족들의 반발에도 세월호 특별법이 재논의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의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유가족을 설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 등 국회 일정을 소화하면서 당 내부와 유가족의 반발을 수습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원이 만족하는 안을 만들지 못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라며 "그럼에도 의회정치의 본분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결정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유족들께서도 (야당이) 최선을 다한 안이라는 점을 양해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인 문재인 의원 역시 "저희도 아쉬운데 유가족들은 아쉬움이 더 크지 않겠는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라면서 "여야간 합의로 특검 후보군 4명을 추천하기로 한 만큼, 저희가 합의 과정에서 유가족의 의사를 100% 존중하는 방식으로 유가족의 기대나 희망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유가족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후 진행될 진상조사 과정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일반인 유가족의 참여 등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특검추천위원회의 구성, 특검의 임명과 수사범위, 특검 수사결과에 따른 기소여부 등 향후 진상규명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태그:#세월호, #특별법, #박영선, #이완구,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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