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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법 시행을 1주일여 앞둔 9월 22일 서울 종로의 한 SK텔레콤 매장에 '단통법 시행 전 마지막 특가 행사'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단말기유통법 시행을 1주일여 앞둔 9월 22일 서울 종로의 한 SK텔레콤 매장에 '단통법 시행 전 마지막 특가 행사'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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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영동센터 KT 전화국에서 LG 'G2' 14만 원에 간신히 탔어요. 마지막 날에 타서 정말 다행이네요."(뽐뿌 사용자 '리오***')

"단통법이 무섭긴하네요..이런 조건이면 보지도 않았는데…. 아무튼 3년간 잘 사용하세요ㅠㅠ"(뽐뿌 사용자 And****)

보조금 대란은 없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평소보다 높은 가격에도 가입신청서를 덥썩 물었다. 단통법이 실시되면 휴대전화 교체 비용이 훨씬 증가할 거라는 공포 때문이었다.

단통법 개시를 하루 앞둔 9월 30일. 서울 중심가의 오프라인 통신 대리점들은 보조금 '막차'를 타기 위한 소비자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였다. '뽐뿌' 등 온라인 휴대전화 구입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일부 사용자들은 '단통법 보조금 제한이 실시되는 3년 동안 쓸 스마트폰을 구하지 못했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3~4일 전부터 좋은 조건 안 나와"... "페이백 사기여도 섣불리 해지 못해" 

이날 '보조금 대란'이 없을 거라는 조짐은 9월 30일 새벽부터 관측됐다. '뽐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리점들이 올리는 신규가입, 번호이동 조건들이 이전보다 소비자에게 더 불리해진 것.

대학 휴학생인 김진호(27)씨는 이날 어머니 휴대전화를 바꿔주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가 밤을 꼬박 샜다. 그는 "3~4일 전부터 좋은 조건들이 자취를 감췄었다"면서 "오늘은 그래도 단통법 전 마지막 날이라 희망을 걸었는데 이제 오프라인 대리점이라도 찾아봐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왜 단통법 전에 휴대전화를 바꾸려고 하는거냐'고 묻자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휴대전화 구입 보조금, 다른 하나는 이통사들이 단통법과 동시에 도입하는 '위약금4' 규정이다. 단통법이 실시되면 휴대전화 구입 보조금은 줄고 소비자가 분실, 파손시 부담해야 하는 위약금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날이 밝으니 상황은 더욱 급박해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게시판에 "며칠 전 탔던(했던) 계약이 펑났는데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하소연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펑났다'는 대리점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 이상으로 가입자를 유치했다가 이통사 가입이 무산된 상황을 뜻하는 은어다.

"'pb' 받기로 했는데 돈이 입금이 안 됐다"며 울상을 짓는 소비자도 있었다. 'pb'는 페이백(payback)의 약자로 대리점이 정상가로 휴대전화를 개통 한 후 가입자의 계좌로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형식의 계약을 말한다.

'뽐뿌' 사용자 최아무개(26)씨는 "'2만 원짜리 G2' 등 큰 폭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휴대전화 계약은 대부분 페이백 형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상시 같으면 페이백 사기를 당한 경우 개통철회나 해지를 요구하면 되지만 단통법을 보고 기기를 구매한 사용자들은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기변경은 보조금도 안 줘... 단통법 때문에 소비자만 '호구'"

오후가 되자 오프라인 대리점으로 소비자들이 대거 몰렸다. 신촌의 한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손님이 평소의 3~4배 정도는 왔다"면서 "이전에는 고민하는 손님을 설득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그럴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38)씨는 직장이 있는 광화문 인근 대리점들을 돌며 '기기변경' 조건을 찾다가 무안을 당했다. 워낙 번호이동, 신규가입 고객이 많다보니 상담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기기변경은 보조금도 안 준다면서 대신 신규 가입하면 25만 원 정도 보조금을 준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번호 이동의 경우 더 할인이 많았지만, 이런 저런 부가서비스들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통사 가입신청서를 냈지만 개통에 성공하지 못한 소비자도 있었다. 정아무개(32)씨는 "온라인으로 낸 신청서가 업체 기기 재고 부족으로 반려됐다"라면서 "오후 6시 직전까지 오프라인 대리점을 돌았지만 결국 못 샀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닷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에서 할부원금 8만 원에 살 수 있던 LG 보급형 스마트폰 G3 beat를 24만 원에 파는 곳도 있었다"라면서 "정부의 단통법 시행 때문에 소비자들만 '호구' 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태그:#단통법, #보조금, #뽐뿌, #스마트폰, #페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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