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태지와 아이유

가수 서태지와 아이유 ⓒ 서태지컴퍼니, 로엔트리


서태지가 소격동 프로젝트로 돌아온다. 아이유와 함께 꾸밀 이번 행보에서 '19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주제는 서태지의 기존 행보를 봤을 때 매우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서태지는 최근 8집 앨범 < ATOMOS >에서 'Moai'와 'Human Dream'등의 노래를 통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노랫말에 자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과 감성들을 담고 있었기에 일부 청자들에게는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힘든 가사기도 했다. 가사의 상징과 숨은 이야기를 추측해 보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직접적으로 공감하기 힘들다는 것은 분명 그의 음악이 지닌 약점이기도 했다.

물론 서태지가 이런 노래만 불러온 것은 아니다. 데뷔 앨범 '난 알아요'부터 그는 보편적인 감성도 함께 노래해 온 사람이었다. 가끔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의외의 가사가 들어간 노래들이 있었지만 '널 지우려고 해', 'Take five'같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들도 있었다. 단지, 최근작들이 '자아'에 더욱 중점을 두었을 뿐이다.

서태지는 신비주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에 대한 많은 비판적 노래를 불러온 가수이기도 했다. 통일 이야기가 담긴 '발해를 꿈꾸며'를 당당하게 타이틀로 삼을 수 있는 가수였으며, '교실이데아', '컴백홈', '시대유감'등처럼 시대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있는 노래를 불렀던 가수이기도 했다. '인터넷 전쟁'이나 'F.m Business' 등도 인터넷이나 음악 산업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겨있는 곡들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노래 안에 담아왔던 서태지가 부르지 않았던 곡이 있다. 바로 과거와 관련된 곡이다. 과거 그 시절이 담고 있는 감성을 드러냈던 곡이 없다. 서태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과거의 어느 시대를 그린 적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서태지의 소격동 프로젝트는 매우 새로운 시도임이 분명하다. 또한 그것을 후배 가수 아이유와 함께 한다는 점은 그가 1980년대를 어떻게 그릴 것인지를 기대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아이유는 현존 하는 어떤 가수보다도 1980년대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가수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가수는 아니지만, 그녀는 <꽃갈피>라는 앨범을 통해 그녀가 지닌 그 시절의 감성을 증명해 낸바 있다. 특히, 아이유의 나이와 청아한 목소리는 1980년대, 그 격랑의 시절을 순수하게 노래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서태지가 단지, 인지도 때문에 그녀를 선택한 건 아닐 것이다.

과거 서태지는 대놓고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다'며 학생들을 위로했다. 집 나간 청소년들에게 집에 돌아오라고 'come back home'을 읊조렸다.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다'며 시대의 거짓을 비판했다. 이제 그런 그가 나이를 먹고 과거의 시대를 그린다. 격변의 1980년대를 슬프고 아름답게 말이다. '너에게', '영원', 'Moai'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없이 감성적인 소년이면서 동시에 세상에 대놓고 소리쳤던 저항자였던 서태지가 그리는 과거는 어떨까? 분명한 건,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만의 시선으로 그 시대를 그려서 나올 거라는 점이다. 그가 해냈던 음악적 성취에 대한 신뢰와 함께 그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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