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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북한선수단이 연일 선전하고 있다. 북한은 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다수 획득하는 등 대회 성적 5위로 나서고 있다. 북한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가 동시에 선전하고 있으며 아직 여러 종목이 남아있음을 볼 때 북한의 메달 행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29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013 통일의식조사'를 발표하였다.
 지난 8월 29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013 통일의식조사'를 발표하였다.
ⓒ 곽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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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선수단을 보면서 북한사회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때마침 지난 8월 29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2013 통일의식조사'가 발표되었다.

2013년에 북한을 떠나 남한을 찾은 탈북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북한 소식을 담아본다.

실제로는 함경북도의 2013년

통일평화연구원은 2014년 면접조사에서는 2013년에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총 149명의 조사대상자 가운데 탈북 전 최종 거주지가 양강도였던 사람이 72명(48.3%), 함경북도였던 사람이 53명(35.6%)으로 이들이 전체의 83.9%를 차지했다. 평양에 거주하던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다.

2013년 면접조사에서 함경북도 출신 탈북자가 전체 조사대상자의 60~7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2012년에 북한을 탈출했다고 한다.)

면접조사가 직전년도에 북한을 떠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는 점은 북한의 최근양상을 파악할 수 있기에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2013년의 북한의 실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조사대상자들이 포함된 함경북도와 양강도는 백두산과 두만강 일대를 말한다. 여기는 평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북한의 변경지역이다. 북한주민의 80%는 함경북도와 양강도가 아니라 평양을 중심으로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에 거주한다.

결국, 통일평화연구원의 자료는 북한주민 전체의 의식실태라기보다 북한의 두만강 변경지역 주민들의 의식실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결과를 통해 '함경북도의 2013년'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지도부를 지지(?)하는 변방 주민들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탈북자들의 64.4%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지율이 50% 이상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2013년의 61.7%에서 소폭 증가하였다. 북한의 변경지역인 양강도와 함경북도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지율이 50% 이상이라는 사람이 3명 가운데 2명을 차지한다면 북한체제 응집력이 높은 평양으로 갈수록 그 지지율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아울러 탈북자 가운데 '북한 지도자나 정부에 대한 비판행위(낙서·삐라 등)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47.7%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2013년의 66.2%보다 18.5%포인트가 감소한 수치이다. 통일평화연구원은 특히 '전혀 없다'는 의견도 23.5%나 됐다고 했다.

양강도, 함경북도 지방에서 북한지도부에 대한 비난낙서, 삐라가 별로 없다는 사람이 절반이며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4명 중에 1명 꼴이니,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인구밀집지역으로 간다면 북한 체제를 반대하는 삐라나 낙서는 매우 희박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북한 체제비난 낙서의 이러한 비중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지율이 높다는 설문결과와 맞물려 일관성 있는 정보를 알려준다.

결국 2013년을 기점으로 볼 때, 북한체제가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에서도 상당히 공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탈북자들은 북한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28.9%의 비중만이 '지도자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 이마저도 2013년에는 23.3% 수준이었다고 한다. 통일평화연구원은 이를 두고 경제실정에 대한 비판이 크다고 분석하였는데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지율이 50%가 넘는다'라는 질문이나 '북한 지도자나 정부에 대한 비판행위(낙서·삐라 등)가 있다'라는 질문은 탈북자 자신의 의식이 아니라 탈북자들이 북한사회에서 보고 느낀 (지금도 북한에서 살고 있는) 북한 일반주민들의 의식을 묻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북한경제의 어려움의 원인은 북한 일반주민들이 아니라 북한을 등진 탈북자들의 견해를 물었던 것이다. 질문의 의미가 전혀 다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탈북자들 가운데서도 북한경제의 어려움이 지도자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28.9%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탈북자 4명 중에 3명이 북한경제난의 원인으로 지도자를 지목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체제를 등지고 떠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상식적으로 북한체제에 대해 비판적이며 남한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들의 70% 가량이 북한경제난의 원인으로 '북한지도부'를 지목하지 않았다. 이들의 경제수준은 탈북 전 공식 월급은 한 푼도 없었다고 한 사람이 91명이나 되었으며 이어 5000원 미만이 39명, 1000원 미만이 13명의 순이었다. (북한노동자의 평균임금은 600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탄광 등 힘든 노동을 하는 업종에서는 8000원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월급 한 푼 못 받았다는 것은 당국이 일자리를 주지 않아 실업상태로 있었거나, 일자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거기에 나가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며 장사를 해서 돈을 모았다고 볼 수 있다. 탈북자들은 북한체제를 떠나 한국을 찾은 이들인데도 그 70% 가량이 북한경제난의 원인으로 '북한지도부'를 지목하지 않았다는 것은 꽤 흥미롭다.

북한의 변경지역에서 거주하다 북한을 떠난 이들의 의견이 이런 정도라면 북한을 떠나기를 거부하고 계속 북한에 남아있는 북한 일반주민들과 나아가 평양을 비롯한 북한중심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지도부에 대한 '신뢰'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탈북자 56%가 남한을 협력 대상으로 생각

북한주민들은 남한을 어떻게 생각할까? 통일평화연구원은 지난해 탈북한 이들의 남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해졌다고 평가하였다.

2013년에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149명 가운데 55.7%가 '북한에 있을 때 남한이 협력 대상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3년의 63.9%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라고 하였다. 반면 '남한이 적대 대상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한 비율은 20.1%로, 2012년에 탈북한 이들의 조사 결과(12.8%)보다 7.3%포인트 증가했다. '남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답한 비율도 45.9%에서 63.7%로 대폭 늘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20.1%가 '남한이 적대대상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남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답한 비율도 63.7%였다는 것이다. 이들이 적대대상이며 무력도발가능성이 크다고 본 남한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이를 두고 지난해 초긴장 상태의 남북관계와 북한의 대남 비난 선전이 북한 주민의 부정적인 대남 인식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그런 대남비난선전을 했다고 치더라도, 북한체제를 등지고 남한을 선택한 탈북자들이 북한당국의 비난선전을 액면 그대로 믿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탈북자들이 북한당국의 선전을 믿는 사람들이었다면 이들이 북한체제를 등지고 남한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탈북자 75%, 하루 세 끼 식사했다

탈북자들이 단순한 식량난으로 탈북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탈북자들 가운데 월급을 못받은 이들이 많았다고 하지만, 이들의 면접조사 결과를 본다면 북한의 경제상황은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탈북자들 가운데 북한에 있을 때 하루 세끼를 먹었다고 답한 비율이 74.5%였다. 이 수치는 2012년의 75.4%, 2013년의 81.2%와 비교해볼 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치이다. 이들의 2/3이 북한에서 '월급 한 푼 못 받았다'고 응답하였던 점에 미뤄본다면 북한의 함경북도, 양강도 변경지방에서 월급 한 푼 못 받았거나 월급을 1000원 밖에 못 받았던 이들도 상당수가 하루 세끼 밥을 모두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방에까지 쌀밥 섭취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대상자들 가운데 41%가 '거의 입쌀로 식사'한다고 답했으며 이 수치는 2012년의 35.7%, 2013년의 36.8%와 유사하거나 다소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조사대상자의 29.9%는 '거의 강냉이로만 식사'한다고 응답하였는데 이 비율도 2012년의 26.2%에서 2013년 22.6%로 대략 25%에서 30% 선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함경북도, 양강도 주민의 절반 가까이(43%)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고기를 섭취한 것으로 조사되어 이 지역 축산업의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양적인 세 끼 식사는 대체로 보장이 되지만 질적인 면에서 고기반찬이 부족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도 상당수가 원만한 세끼 식사를 하였다는 점을 본다면 북한의 식량난은 절대적 개념에서 사실상 사라졌으며 이제 옥수수밥을 얼마나 쌀밥으로 대체하는가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식량생산 증가와 북-중간 교역확대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 연해주 일대에 1만헥타르 규모의 해외식량농업기지 건설을 합의하였으며 아프리카 짐바브웨에도 해외식량농업기지를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북한의 식량문제는 양적측면에서 해소되었으며 북한농업은 이제 육류와 과수의 공급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다고 분석된다.

사교육 시키고 장사밑천 모으던 탈북자들

요즘 탈북자들은 헐벗고 굶주려서 북한을 탈출했다고 보기 어렵다. 통일평화연구원은 탈북자들의 가계 지출 항목으로는 의식주 해결이 2012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2위는 3년 연속 '장사 또는 사업 밑천'이었고, 3위는 2012년과 2013년은 '자녀교육'이었다가 2014년에 '미래 위해 모아둠'으로 변화했다고 하였다. 탈북자들 중 자녀 사교육 경험 '있다' 고 한 비율은 20.4%였으며 주요 사교육 대상은 '음악'(악기, 성악 등)이 46.7%로 1위, 외국어(13.3%)가 2위로 조사됐다.

함경북도, 양강도 등 변경지방에서도 음악과 외국어 등 자녀 사교육 경험이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이들은 굶주린 것이 아니라 장사 또는 사업밑천, 아니면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였다. 북한에서 살 때 남한물건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5.1%였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해 본 남한제품은 의류가 37.1%였고, 화장품, 귀금속, 신발 등 잡화가 두 번째로 많은 26.8%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체로 중국을 통해 유입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사회 내에서 남한제품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으며 북한주민 상당수가 남한제품을 사용해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탈북자들이 저축을 하고 65%가 남한 제품을 사용해보았다면 우리 제품의 품질과 수준을 직접 느껴보았을 것이다.

북한에서 사업할 때 취급한 상품, 원료, 자재 등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것이었느냐는 질문에 북한산이라고 답한 사람은 35.3%로, 1년 전보다 12.2%포인트 늘었다고 한다. 이는 북한 내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들은 함경북도, 양강도 등 변경지역에서조차 50% 가량이 북한당국이나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대체로 없다고 답변하였고 25% 가량은 전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탈북자들 스스로도 북한경제난의 원인으로 북한지도부를 지목한 이들은 전체의 30%도 되지 않았다.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의 시각은 북한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의 눈으로 보더라도, 2013년의 북한은 내부동요가 크지 않으며 지도부에 대한 지지는 대체로 공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 함께 게시됩니다.



태그:#북한주민, #탈북자,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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