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상공에 화려한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다.

19일 오후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상공에 화려한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성화 점화 마친 이영애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 성화 점화 마친 이영애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기사 수정 : 20일 오전 9시 56분]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들뜬 표정의 관중들이 자리에 앉은 채로 함께 숫자를 외치자, 하늘 위로 화려한 불꽃쇼가 펼쳐졌다. 경기장 전광판에는 아시아 45개국 언어로 쓰인 카운트다운 영상이 흘러가고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7시께, 인천광역시 서구 연희동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화려한 막을 열었다.

현장 분위기를 달군 것은 참석한 관중들. 낮은 예매율로 '홍보 부족' 지적을 받은 인천 아시안게임이었지만, 19일 개막식(총감독 임권택, 총연출 장진)에는 6만3000여 좌석이 빼곡히 찰 정도로 관중이 대거 몰렸다. 엄마 품에 안긴 젖먹이부터 백발 노인까지, 남녀노소 수많은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국기를 흔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흥을 더했다. 

개막 날짜에 맞춘 19시(오후 7시) 19분부터 이날 오후 10시께까지, 3시간가량 진행된 개막식에는 가수 싸이와 배우 김수현, 가수 JYJ(재중, 유천, 준수) 등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그 외에도 옥주현·정성화 등 뮤지컬 스타, 현대·고전무용수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출연해 4부로 구성된 개막식에서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극비리에 추진돼 모두가 궁금해 하던, 그러나 다수가 예상했던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는 결국 배우 이영애(43)씨였다. 공식 대회명이 적힌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이씨는 2층 관중석 사이에서 깜짝 등장해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활짝 웃으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린 이씨는 이어 성화봉을 들고 분수대 속에 감춰진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개막식 총감독을 맡은 임권택 감독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개막식을 통해) 따뜻하고 정이 흐르는, 평화롭고 평등한 아시안 게임의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음악) 소리가 다소 울리는 등 정돈이 안 돼서 아쉬웠지만, 출연진들이 모두 연습했을 때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줬다"라고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개막식이 지나치게 한류에 의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위는 이를 의식한 듯 전날 밤 늦게 '한류 스타가 개막식의 전부는 아니다'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올렸다. 하지만 개막식 말미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열창하며 '말춤'을 추자, 미디어석에 앉아 있던 한 취재기자는 "싸이 콘서트장에 온 것 같다"라면서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화합의 장 선보인 개막식... 북한 선수단 입장하자 관중들 '함성'

 19일 오후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19일 오후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19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19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아주 오래 전, 아시아는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우린 모두 가족이고 친구였겠죠. 그것이 바로 하나된 아시아, 우리가 원하던 아시아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아시아의 미래를 오래 전 과거에서부터 찾으려 합니다."

불이 꺼진 경기장, 조용한 가운데 영화배우 장동건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경기장을 채웠다.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를 기원하며 치러진 개막식답게 행사의 모든 방향은 '화합'에 맞춰졌다. 대회 지정곡(인천 아시아드송)이 가수 JYJ가 부른 <온리 원>(Only one)이고, 성화봉이 평화와 화합을 의미하는 두루미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이는 북한 선수단을 맞이한 일반 관중들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었다. 대회 전 조직위는 북한 국기인 인공기 게양을 놓고 철거 논란에 휩싸이고, 정부도 일반인의 인공기 소지를 금지하는 등 경직된 태도를 보였으나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150여 명의 북한 선수단(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30번째로 등장하자, 관중석에서는 큰 환호와 박수가 흘러나왔다.

선수들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태극기를 더 높이 흔들며 환호했고, 4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아예 일어나서 선수들을 향해 팔을 크게 저어 인사하기도 했다. 인공기를 흔들며 인사하는 북한 선수들도 웃음 띤 얼굴이었다. 선수들 앞에는 북한 국화인 '대성산 목란'으로 꾸민 의상의 요원이 섰고, 3층 귀빈석에 앉아 이를 지켜보던 박근혜 대통령도 손을 흔들었다.

개막식을 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온 인천시민 김지나(47, 인천 서창동)씨는 "북한 선수들을 직접 보니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같은 민족으로서 정치적인 것을 떠나 언젠가는 통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실 인천지역이 낙후되고 소외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발전했으면 싶어 TV가 아니라 굳이 돈을 들여 보러왔다"라고 말했다.

100만원짜리 VIP석, 최대 80% 할인... 행사 준비는 '아쉽네'

 19일 오후 인천시 서구 인천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이영애씨와 어린이들이 성화를 점화 하고 있다.

19일 오후 인천시 서구 인천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이영애씨와 어린이들이 성화를 점화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대회기 들고 입장하는 '스포츠 영웅들'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대회기를 든 기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대회기 들고 입장하는 '스포츠 영웅들'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대회기를 든 기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이희훈


태극기 올라가는 '인천아시안게임'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태극기가 계양되고 있다.

▲ 태극기 올라가는 '인천아시안게임'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태극기가 계양되고 있다. ⓒ 이희훈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를 차지한 것은 역시 4부 말미 성화 점화 시간. 성화 봉송은 전과 달리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야구선수 이승엽, 프로골퍼 박인비 등이 전달한 성화대를 받아든 다섯 번째 주자 이형택 선수가 관객석 2층으로 뛰어 들어갔고, 여기에 일반인인 척 미리 앉아있던 대학생 '성화쇼(show)단'이 일어나 함께 춤추며 깜짝 퍼포먼스를 펼친 것. 

뒤이어 나타난 이영애씨가 최종 주자인 다이빙 꿈나무인 김영호(12, 남)와 리듬체조 유망주 김주원(13, 여) 어린이와 함께 성화대로 걸어가 성화를 밝혔다. 얼핏 보면 분수대 물 위에서 불이 붙은 형상인 성화대는, 대회가 열리는 오는 10월 4일까지 지속되며 물 위에 LPG(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해 불을 붙여 만들었다는 게 조직위 측의 설명이다.

약 3시간 동안 펼쳐진 개막식을 위해 지난 6월 중순께부터 준비한 출연진만 2700여 명. 여기에 조직위 직원 600여 명과 자원봉사자 900여 명 등 최소 4000여 명이 개막식 준비에 매달렸다. 하지만, 다소 부담스러운 티켓 가격 등 행사 준비에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이번 개막식 티켓 가격은 3등석 10만 원, 2등석 25만 원, 1등석 50만 원, 프리미엄석 70만원, VIP석 100만 원 등으로 책정됐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스포츠 최대 이벤트였음에도,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입장권 판매율은 저조했다. 그러자 조직위는 막바지 현장구매 고객에게 또 다른 행사초대권을 주는 등 판매에 열을 올렸다.

개막식을 2주 앞두고는 "무대 높이가 달라져 시야 확보가 어려워졌다"라면서 특정 좌석 입장권을 최대 80%까지 할인하기도 했다. 당초 100만 원이었던 VIP 일부 구역 1열 좌석도 막바지 20만 원에 판매되는 등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인천의 한 여고생 고은희(가명·18)씨는 아예 "엄마가 시청에서 받아 온 공짜표로 친구들과 함께 보러왔다"라고 말했다.

크고 작은 잡음 속에서도 성공리에 개회식을 마친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아시아 45개국이 모두 참석했으며, 참가 선수만 9800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남은 과제는 경기를 지켜볼 관중들. 임권택 감독은 개막식 후 기자회견에서 "개막식은 끝났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어질 경기들에 많은 관객들이 오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직위 측이 전례 없이 성화 최종 점화자로 비스포츠인인 '배우 이영애'씨로 선정하고 이를 개회 전날 어이없게 공개한 것을 두고 개회식을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개·폐회식부 담당관은 "일부러 유출한 것은 아니다, 원래 개회 당일 올리려던 것을 기자들 요청으로 전날 올리다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폐회식(10월 4일 오후 6시)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선수 코치들의 눈물겨운 사연이 소개될 예정"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수영, 양궁, 육상 등 36개 경기가 펼쳐지며, 입장권은 누리집과 콜센터(1666-9990),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5층, 인천시청 1층 종합민원실 등 다양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꿈이 모이는 곳, 인천'이라는 주제로 인천 문화유산 '부평풍물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꿈이 모이는 곳, 인천'이라는 주제로 인천 문화유산 '부평풍물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 유성호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1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하나되는 아시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라는 주제로 굴렁쇠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배우 장동건이 참여했다.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하나되는 아시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라는 주제로 굴렁쇠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배우 장동건이 참여했다. ⓒ 유성호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새로운 아시아, 희망의 노래'를 주제로 조수미 함께하는 인천의 노래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새로운 아시아, 희망의 노래'를 주제로 조수미와 함께하는 인천의 노래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유성호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19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19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 유성호


 가수 싸이가 19일 오후 서구 연희동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가수 싸이가 19일 오후 서구 연희동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19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인천-하나된 아시아를 만나는 곳'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19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인천-하나된 아시아를 만나는 곳'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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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개막식 인천 아시안게임 이영애 성화 JYJ 싸이, 장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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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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