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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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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이 대통령의 밝은 눈과 큰 귀가 돼 국민 여러분의 구석구석에 있는 여론을 모두 경청해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좀 부족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월 14일 전당대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앞서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장악한 당이 청와대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그간 공언했던 '할 말 하는 당대표'가 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전에도 할 말을 해왔다.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 연쇄 낙마 사태를 거론하며 "총리가 낙마한 데 대해 그 (인사검증을) 담당한 분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라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판했다.

지난 6월 '미래로 포럼 발대식' 특강 땐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박 대통령 임기 동안 독선에 빠진 권력이라고 규정하진 않겠지만 일부 그런 기미가 나타났다"라며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독선으로 빠진다"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이) 소통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며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대통령을 제대로 만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는 친박계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당시 김 대표와 당권경쟁을 벌이던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 '독선' 발언을 해놓고 대통령을 지킨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서 최고위원의 질타는 큰 반향을 부르지 못했다. 오히려 김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압승했다. 그만큼 '할 말 하는 당대표'에 대한 여당 내 요구가 컸다는 방증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지난 2개월간 보여준 모습은 '할 말 하는 당대표'라 호평하기 부족하다.

'돌직구' 스타일 안 변했지만 청와대에만 후했다?

김 대표 특유의 '돌직구' 스타일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13일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방안' 포럼에서 "(의원들이) '입씨름'보다 실제로 씨름을 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어떨까"라는 대한씨름협회장의 발언에 "아무리 그래도 면전에서 우리를 그렇게 조롱한다는 게 과연 여러분 기분이 좋으신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18일 '쌀 관세화' 관련 당정협의에 난입한 농민들을 향해선 "예의부터 지켜라, 회의장에서 나가라"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청와대에 있어서는 꽤 말을 아끼는 편이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새 당 지도부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또 오찬 이후엔 박 대통령과 따로 독대하기도 했다.

독대 이후 김 대표의 '할 말 하는 당대표' 행보는 꼬였다. 그는 '인사참극' 주역이었던 김명수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여부를 두고 "비대위의 판단에 맡기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오히려 7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억울한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라며 정 전 후보자를 두둔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인터뷰  2시간 이후 정 전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최대 현안인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놓고 아무 역할도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은 투톱 체제"라며 "특별법은 국회 운영 사안이라 원내대표가 할 일이다, 내가 주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만 해도 야당과 물밑 접촉에 나서 사태를 해결한 바 있다. 당직은커녕 해당 상임위의 간사도 아니었던 그가 '중진'이라는 이름으로 조정자로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내가 중재했던) 철도파업은 법의 원칙이 아니었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은) 법의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공언했던 청와대와의 정례회동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정동반자 관계에 있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수시로 만나야 한다"라면서 "주례회동이든, 월례회동이든 정례회동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례회동이 성사되지 않는 까닭에는 "전당대회 이후 내가 너무 바빠 대통령을 만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라며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남은 청와대에 의해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김 대표 등을 청와대로 불렀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수사·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세월호 유가족의 특별법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은 날이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자칫 의원총사퇴로 읽힐 수 있는 주장을 행정부 수반이 한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회동 이후 박 대통령을 감쌌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 관련)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을 처지가 아니다, 대통령이 호소에 가까울 정도로 국회 정상화를 해달라는 말이 있었고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저희를 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회의 발언은 호소하는 톤이 아니었다, (세비반납 발언 등) 국회로서는 불쾌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대통령이 국민의 감정을 대신해서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전달해준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한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의 세월호 특별법 관련 발언은 당내에서도 동의하는 의견이 많지만 세비반납 등은 대통령이 오버했다는 지적이 많다"라며 "그 부분을 지적했다면 당내에서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박근혜 그림자' 지우고 당청관계 재정립 시도?

그러나 김 대표가 '수평적 당청관계'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오히려 친박계 쪽에서는 "김 대표가 당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비박·반박계 인사들로 당내 입지부터 단단히 다진 다음에 '청와대 우위의 당청관계'를 수정하려고 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김무성 사단'은 당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당 사무총장인 이군현 의원은 김 대표의 원내대표 재임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다. 김 대표의 공부 모임인 '근현대사 역사교실'과 '통일경제교실' 간사를 맡았던 김학용 의원은 현재 당대표 비서실장이다. 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이진복 의원, 제1사무부총장인 강석호 의원 역시 전당대회 당시 김 대표를 도운 재선그룹으로 꼽힌다.

원외인사들도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내로 진입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권오을 전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김무성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전당대회 당시 김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안형환 전 의원은 이번에 새로 꾸린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이하 혁신위)'에 인선됐다. 김 대표의 부산 지역구(남구을)를 물려받은 서용교 의원이나 당 수석대변인인 김영우 의원 역시 혁신위원으로 참여했다. 

혁신위원장으로 확정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대표적인 '비박(비박근혜)' 인사다. 오히려 김 대표가 김 전 지사와 정몽준 전 의원 등을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로 검토 중이란 말까지 나온다. 현실화된다면 지도부 내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뿐인 친박의 입지는 더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일단, 김 대표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김문수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 검토' 여부에 대해 "전혀 검토하는 안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한 수도권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혁신위를 통해 당청관계의 긴장관계를 조성할 수 있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혁신이 아니라 (계파 간) 권력다툼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김 대표가 차기 대권을 위해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고 혁신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도 조금씩 청와대와 거리를 벌리는 듯한 인상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정기국회 연찬회는 당·정·청 연찬회"라며 "어제 장관들도 다 오셨고, 청와대 해당 수석들이 다 왔는데 비서실장이 왜 안 왔는가는 한번 검토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한 비판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는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 1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기업인들에게 투자 마인드를 형성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지 그런 노력도 안 하고 투자 안 하면 세금 때리겠다는 것이 순수한 것이냐"라며 "이건 진짜 심각한 토론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함구했던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중앙선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과 관련, "그런 유언비어가 퍼진 건 국회에서 답변을 잘 못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책임이 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김 실장 측은 '(야당이) 협상 용도로 나(김 실장)를 부른다'고 반발하는데 이는 (김 실장이) 국민에게 무언가 숨기려 한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태그:#김무성, #세월호 특별법, #사내유보금,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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