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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농민들이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쌀 전면개방 저지와 한중FTA 중단을 요구했다.
 경북의 농민들이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쌀 전면개방 저지와 한중FTA 중단을 요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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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쌀 관세화 513%를 지키겠다고 하지만 우리 농민들은 믿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농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언제까지 이 관세가 지켜질 지 우리 농민들은 믿을 수 없어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정부가 쌀 관세화율을 513%로 결정하고 WTO(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하기로 하자 전국의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경북지역 농민들도 상여를 메고 거리행진을 벌이면서 쌀 전면개방 저지와 한중FTA 중단을 요구했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연합,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소속 700여 명의 농민들은 18일 오후 2시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집회를 갖고 새누리당 경북도당까지 약 2.8km 거리행진을 벌였다.

농민들은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3시간동안 '쌀 전면개방 저지! 한중FTA 반대! 농축산물 가격폭락 대책촉구' 경북농민대회를 갖고 농민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농민들은 '쌀 관세화 전면개방' 선언은 농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식량주권을 지켜야 할 정부가 이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며 농민들을 더 이상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3%로 떨어졌는데, 쌀을 제외하면 4%에 불과한 실정이고 쌀 자급률도 80%로 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쌀 시장마저 전면 개방된다면 머지않아 우리 농업이 숨 쉴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전국 쌀 생산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경북지역은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면 그 피해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쌀 농업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다른 작물의 몰락 또한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쌀 전면개방 발표에 대해 무효를 선언한다면서 농축산물 가격폭락 대책 수립과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경북지역 농민들이 정부의 쌀 전면개방 저지와 한중FTA 중단을 요구하며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새누리당 경북도당까지 약 2.8kn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농민들은 상여를 메고 쌀 개방 반대를 외쳤다.
 경북지역 농민들이 정부의 쌀 전면개방 저지와 한중FTA 중단을 요구하며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새누리당 경북도당까지 약 2.8kn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농민들은 상여를 메고 쌀 개방 반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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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농민들이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농민대회를 갖고 쌀 개방 저지와 한중FTA 중단을 요구한 가운데 지게에 지고 온 나락을 일렬로 세워놓았다.
 경북 농민들이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농민대회를 갖고 쌀 개방 저지와 한중FTA 중단을 요구한 가운데 지게에 지고 온 나락을 일렬로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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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성 전농경북도연맹 의장은 "우리는 농사일 하고 싶어 죽겠는데,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막막하다"며 "박근혜 정부는 우리가 농민이기를 포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남 의장은 "오늘 우리는 농토를 지키고 쌀을 지키고 농민들을 지키기 위해 여기 모였다"며 "우리는 농민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쌀 관세화 전면 개방이 무효임을 선언하자"고 말했다.

고갑연 전여농 경북회장은 "몸이 부서져라 농사를 지었지만 농민에게 돌아온 것은 실망과 허탈감 뿐"이라며 "지금 우리 농민들은 무자비한 농민죽이기 정책 때문에 속이 쓰리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한길 가농 안동연합회장은 "90년대 쌀값으로 농사를 지으라고 하는 나라, 1주일에 1인당 쌀값이 커피 한 잔 가격에도 못 미치는 나라, 농민들의 농업소득이 연 610만원이 안 되는 나라, 곡물 자급률이 22%밖에 안 되는 나라, 수입 밀가루로 만든 라면 소비율이 세계 1위인 나라, 외국쌀과 국산쌀을 혼용해 팔도록 허용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최상은 전농 전국부회장도 "쌀 관세화 513%는 결코 높은 관세가 아니다"라며 "일본은 처음 1000%가 넘는 관세화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협상도 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쌀을 전면 개방하고 농민들을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경북농민대회에서 상여가 불태워지고 있다.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경북농민대회에서 상여가 불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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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경북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불태운 상여를 경찰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강제로 진압하자 상복을 입은 한 농민이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경북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불태운 상여를 경찰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강제로 진압하자 상복을 입은 한 농민이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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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 한 농민이 경찰이 뿌린 소화기 가루를 뒤집어쓴 채 오른손을 들어 분노의 결의를 표하고 있다.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 한 농민이 경찰이 뿌린 소화기 가루를 뒤집어쓴 채 오른손을 들어 분노의 결의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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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쌀 관세화 전면개방 선언을 철회하고 쌀 개방을 막기 위한 범국민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 야당, 농민단체 등 4자가 머리를 맞대 대안을 만들고 국회에서는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농민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부터 메고 온 상여와 벼의 나락, 과일 등을 불 태우며 분노를 나타냈다. 상여에 불이 붙자 경찰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고 달려들어 농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농민들은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남주성 전농경북도연맹 의장과 최상은 전농 부의장 등 농민단체 간부들이 새누리당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항의서한을 받기를 거부해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남주성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의장 등 농민단체 대표들이 새누리당 경북도당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새누리당은 문을 굳게 잠근 채 항의문을 받지 않았다.
 남주성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의장 등 농민단체 대표들이 새누리당 경북도당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새누리당은 문을 굳게 잠근 채 항의문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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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 새누리당이 항의서한 수령을 거부하자 농민들이 진입하려다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18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 새누리당이 항의서한 수령을 거부하자 농민들이 진입하려다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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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농민단체 대표들은 새누리당에 항의서한 전달을 포기하고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소통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통행을 거듭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50여개 단체가 모인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오는 27일 서울에서 쌀 전면개방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고 쌀 관세화 전면개방 철회와 한중FTA 반대를 요구할 예정이다.


태그:#경북농민대회, #쌀 관세화 전면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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