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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땅인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천342㎡)의 한전부지 입찰은 감정가는 3조3346억 원이다.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땅인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천342㎡)의 한전부지 입찰은 감정가는 3조3346억 원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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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소식 두 개가 있다. 하나는 현대차가 10조5500억 원을 들여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을 낙찰받았다는 소식이고, 하나는 현대차가 싼 임금에 사내하청으로 고용했던 노동자들이 법원으로부터 정규직의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소식이다.

현대차가 사려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한국전력 본사 터와 건물에 대한 감정가는 3조3346억 원. 감정가의 3배가 넘는 금액을 써낸 데에 '통 큰 입찰'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그 땅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컸다는 걸 반증한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994명이 현대차 정규직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판결하면서 현대차로 하여금 이들이 못 받은 정규직 임금도 지급하라고 했다. 그 금액은 총 230억9810만 원이다.

이쯤 되면 의아해진다. 땅 사는 데에 10조 원을 선뜻 내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그 값의 2.3%밖에 안 되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소송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회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불가능한 주장"(2012년 국정감사 때 김억조 부회장)이라고 하면서도 정규직 전환 비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8270명 정규직 전환시 연간 최대 2859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분석을 냈다. 실제와 차이는 있겠지만, 심 의원의 분석대로라면 한전 부지를 사기 위해 10조 원을 쓰는 기업에겐 큰 부담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그런 판단 때문인지, 현대차는 지난 8월 각 공장 비정규직노조와 합의한 '사내하도급 특별고용합의'를 이행해서 2015년까지 4000명의 하도급 직원을 직영 기술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긴 했다. 그러나 이것도 그동안의 근무 경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신규채용이다. 

현대차의 대법원 판결 외면, 묵인하는 정부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조립했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이 불법이고, 사내하청으로 일한 노동자들은 현대차 정규직의 지위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이날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지난 2005년 2월 비정규직을 조직해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최병승씨는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내고 1·2심에서 패소했지만 지난 2010년 7월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했기에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대부분에게 적용되는 판결이었다.

직후 최씨와 비슷한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자 지위 인정 소송을 냈지만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은 최병승씨에 한정된 판단'이라며 정규직 전환을 거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을 벌였고 장기간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을 외면하고 불법파견 행태를 지속하는 동안, 정부는 이를 묵인했다. 2004년 9~12월 노동부는 현대차 127개 사내하청 업체 1만여 명의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뒤 정부가 한 일은 없다. 

오히려 2006~2007년 울산지방검찰청과 부산고등검찰청은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무혐의 처분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교수 등 법학교수 35명이 지난 2012년 12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파견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건도 수사의 기미가 없다.   

정부가 불법파견 근절에 나서라는 건 단지 법치주의를 예외없이 적용하라는 얘기만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불법파견 근절 의지를 명문화 했다.

대선 공약집 74쪽에는 불법파견 대책으로 "법원에서 불법 파견 판결을 받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돼 있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됐다.


태그:#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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