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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8일 오후 4시]

"와! 전부 이겼다!"

10년 넘게 불법파견 문제로 싸워왔고, 지난 3년 10개월 동안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온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18일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창근)은 이날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와 고용관계에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이들을 직접 고용한 상태로 보고 밀린 임금을 지불하거나 앞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175명은 2010년 11월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등을 제기했다. 2004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청 공정 대부분을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고, 2010년 대법원 판단 역시 다르지 않은 만큼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 소속임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10년 만에 '불법파견 인정', 노동자가 울었다

약 4년 만에 나온 하급심 법원의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18일 재판부는 원고 994명 가운데 최근 정규직이 됐거나 소송을 취하한 사람을 뺀 사내하청 노동자 934명 전원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소 취하서를 제출한 181명은 아직 현대차 쪽 의사를 확인하지 못해 선고 자체가 미뤄진 상태다.

판결 내용은 원고들의 근로조건에 따라 약간씩 결이 다르다. 재판부는 옛 파견근로자보호법상 고용간주 조항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한 925명 가운데 865명은 '이미 현대차 소속'이라고 판시했다. 원고 중 20명은 소송을 취하했고, 40명은 이미 신규채용된 상태라 자연스레 청구가 기각됐기 때문에 결국 이날 선고 대상 전원이 현대차 소속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이들에게 밀린 정규직 임금에 해당하는 547억 4696만여 원 가운데 214억 4882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법 개정으로 생긴 고용의무 조항을 두고 현대차와 다툰 69명도 모두 승소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아직 현대차 소속은 아니지만 파견근로 기간이 2년을 넘겼으니 현대차는 고용의사를 표시해야 하며 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대차와 파견업체에게 청구한 금액 38억여 원 중 17억 5000여만 원만 인용했다.

법정 밖으로 나온 노동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빠른 선고를 요구하며 8일 동안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단식을 해온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 박현제 조합원은 짧은 소회를 말하기는 일조차 애를 먹었다. 코가 빨개진 그는 "정말 기분이 좋은데 좀 눈물이 난다"며 울먹였다. 김성욱 지회장도 "가슴이 너무 뜨겁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아 이렇게 승리했고, 우리가 옳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당사자인 우리가 직접 회사와 교섭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되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재판에 영향줄 것"... 19일에도 282명 선고 예정

소송에 참여한 금속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일부만 인정한 것이 근거가 없고, 사내하청 자체가 파견이며 즉시 없어져야 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주에 기아자동차 불법파견 선고가 있을 예정이고 포스코·하이스코 등 제철업종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업종특성에 따른 차이가 있어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만큼 오늘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사측은 이날 오후 낸 보도자료에서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별 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1심 판결과 별개로 지난 8월 비정규직 노조 아산·전주지화, 정규직 노조와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신규채용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는 이 합의를 거부, 불복종운동을 벌여 왔다(관련 기사 : 현대차 특별교섭 합의안, 불복종 운동 확산).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판결 하나를 더 기다리고 있다. 18일 소송과 따로 청구한 266명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마용주)가 심리한 이 재판 선고기일은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태그:#현대자동차, #사내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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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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