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엄마의 탄생>의 한 장면.

KBS <엄마의 탄생>의 한 장면. ⓒ KBS


오락적 성격이 비교적 강한 KBS2의 대표적 육아 예능프로인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있다면, 교양적 성격이 강한 KBS1에는 <엄마의 탄생>이 있다. 전자가 엄마가 부재한 집에서 아빠가 육아를 전담하는 이벤트 성격이 강한 육아 예능이라면, 후자는 임신, 출산, 육아의 직접적 담당자인 엄마를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성격을 지향한다.

교양이라지만 막상 지켜본 <엄마의 탄생>은 또 하나의 관찰 예능의 성격이 강했다. 이 프로가 시작부터 관심을 끈 건 바로 어렵게 아이를 가진 강원래-김송 부부의 출산 과정을 담으면서부터다. 개편과 함께 수요일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긴 <엄마의 탄생>은 동시간대 1위의 성적표로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영된 <엄마의 탄생>은 세 개의 꼭지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꼭지는 강원래-김송 부부이다. 감격의 출산 과정을 거쳐 태어난 강선은 슈퍼 베이비다. 집안 서열 1위로 막말도 불사했던 강원래는 사라지고 강선에게 밀린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를 돌보며 각종 감탄사와 육성을 발산하는 아내를 외계인 보듯이 대하면서도 밀려난 처지에 불만을 가지기는커녕 아이로 인해 기쁘게 감내하는 아빠 강원래를 만날 수 있었다.

두 번째 꼭지는 출산을 앞둔 염경환-서현정 부부였다. 염경환과 그의 큰 아들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신생아용 침대를 직접 만들었다. 새로운 게 없어 보일 이벤트였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던 환경에서 첫째를 키우고 이젠 그 보다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침대를 만들어 주게된 염경환의 형편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작은 아기 침대에 들어가 있는 큰 아들을 보며, 그리고 아내가 보관해 온 큰 아들의 배내옷을 다시 보며 미안함을 갖는 염경환 부부의 회고가 남다른 질감을 부여했다.

육아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을 묻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날 방송의 백미는 이제 7개월이 되어가는 지아를 키우는 여현수-정혜미 부부 이야기였다. 육아 책을 선생님처럼 신봉하던 엄마 정혜미지만 그에겐 첫 아이를 키우는 노심초사가 있었다. 혹시나 아이가 잘못될까 하는 불안감이 결국 아이의 성장발달 부진 결과로 이어지자 부부는 지금까지와 다른 육아 방식을 고민한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장치를 마련하고 지아를 혼자 앉혀보는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앉혀 놓기가 무섭게 쓰러지는 지아를 보고 늘 그랬듯 엄마가 달려가 일으켜 주려 하지만 아빠 여현수는 그걸 제지한다. 불안해하는 엄마에게 보란듯 지아는 허리를 쭉 펴고, 팔로 지탱하며 스스로 앉아 보인다. 결국 엄마의 과보호가 아이가 스스로 발육할 수 있는 상황을 막았음을 지아 스스로 증명해내 보였다.

여현수-정혜미네 가족의 해프닝은 그저 과보호 엄마의 웃픈 상황이 아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두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엔 부모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키워가야 할 것인가라는 육아 철학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담겨있다.

말 그대로 아이를 보살피고 키우는 것이지만 지아가 스스로 앉는 법을 터득했듯이 때로는 육아라는 말엔 그 아이가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용기도 포함된 것이다. 아이를 한 명만 낳는 것이 관행이 되어가는 현재의 대한민국 육아 상황에서, 여현수-정혜미 부부의 해프닝은 진정한 '육아'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계기가 될만하다. 이 부부의 육아 과정을 예능적 재미로만 받지 말고 진지한 고민으로 들여다 볼 때, <엄마의 탄생>은 관찰 예능의 경계를 넘어설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의 육아 성장 과정은 프리즘처럼 다채롭다. 비록 몇 개월의 차이이지만 엄마의 뱃속에서 부터 스스로 앉을 수 있게 되기까지 기간은 성인의 몇 십 년보다도 더 다이내믹한 과정이 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범람하는 육아 예능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 빽빽거리고 울며 보채지 않는 남의 집 아이 키우는 걸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엄마의 탄생 여현수 강원래 서현정 김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