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구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경기대회 여자 축구 예선 A조 경기에서 한국의 전가을이 인도 수비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2014.9.17

17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구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경기대회 여자 축구 예선 A조 경기에서 한국의 전가을이 인도 수비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2014.9.17 ⓒ 연합뉴스


같은 시각 안산와스타디움에서는 남자대표팀의 추가골이 터지지 않아 유독 안타까운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인천 남동 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는 미안할 정도로 시원한 골들이 터져나왔다. 남녀 모두 2연승 휘파람 소리가 들렸지만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본 뒤의 입맛은 사뭇 달랐다. 수요일 밤은 여자축구가 한껏 어깨를 펼 수 있는 날이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지난 17일 오후 8시 인천 남동 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A조 2라운드 인도와의 맞대결에서 10-0의 대승을 거두고 2연승으로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제1부심의 오프 사이드 깃발에 당황했지만

역시 대승의 출발은 이른 시간의 선취골이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정설빈이 날카롭게 찔러준 공을 반대편에서 달려드는 전가을이 오른발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그녀가 그리는 손가락 하트는 역시 아름다웠다.

선취골 이후 2분 뒤 전가을은 유영아를 빛내는 멋진 로빙 패스를 넘겨주었다. 인도 선수들이 쳐놓은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며 달려간 유영아는 결코 쉽지 않은 각도에서 오른발 발리슛을 시원하게 차 넣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인도 선수들이 만든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는 데 한동안 애를 먹었다. 중앙선 가까이 밀고 올라오는 인도 선수들의 적극적인 수비 라인보다 라흐마토바(우즈베키스탄) 제1부심의 애매한 깃발에 주춤했던 것이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이른 시간부터 눈에 거슬렸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동료의 로빙 패스를 받아 오른쪽 끝줄 방향으로 달리던 미드필더 이소담은 제1부심의 깃발과 주심의 휘슬 소리에 뛰던 걸음을 멈춰야 했다. 오프 사이드 판정이었다. 하지만 이소담은 분명히 인도의 두 번째 수비수보다 뒤에서 빠져 들어갔기에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15분에도 왼쪽 옆줄을 따라 뛰던 박희영이 허무하게 멈춰서야 했다. 인도의 수비 라인을 정확히 읽고 빠져들어간 것이었지만 라흐마토바 부심의 깃발은 또 한 번 엉뚱하게 올라갔다. TV 생중계 느린 화면으로 다시 봐도 문지기 차우한을 빼고도 인도 수비수들이 박희영보다 둘은 더 있었다.

그로부터 9분 뒤에는 박희영이 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웃을 뿐이었다. 자신보다 인도 수비수 네 명이나 더 있었지만 부심의 깃발은 어김없이 올라갔다. 붉은 옷 상의를 입은 우리 선수들과 하늘색 옷 상의를 입은 인도 선수들 사이에서 심각한 착시 현상을 겪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도 한국 벤치의 윤덕여 감독은 흥분하지 않았다. 좀 더 세밀한 패스와 창의적인 공간 움직임을 선수들이 해낼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전가을, 골 해트트릭-도움 해트트릭 동시에 완성 진기록

이후 심판 판정에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 우리 선수들은 더 멋진 골들을 아기자기한 조직력으로 만들어냈다.

특히, 후반전 다섯 골 중 세 골을 머리로 넣는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남자 축구에서도 성공률이 높지 않은 세트 피스 동작들을 우리 여자 선수들이 멋지게 해냈다. 후반전 시작 후 4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유영아가 오른발로 감아올린 공을 정설빈이 빠져들어가며 머리를 썼다. 헤더의 강도에 따라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수도 있는 공을 누구보다도 섬세하게 돌려넣은 것이었다.

61분에 전가을이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강한 오른발 킥으로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완성하자 2분 뒤에 유영아도 박희영의 왼쪽 프리킥을 받아 슬쩍 방향만 바꾸는 멋진 헤더 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이뤘다.

유영아의 골 감각은 해트트릭에서 그치지 않고 또 2분 뒤에 빛났다. 전가을이 오른쪽에서 감아올린 공을 향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이마로 꽂아 넣은 것이다. 이로써 유영아와 전가을은 합쳐서 7득점 4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전가을은 '골 해트트릭, 도움 해트트릭'이라는 진기한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기분 좋게 2연승(15득점 0실점)을 만들어낸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오는 21일(일요일) 오후 5시 문학경기장에서 2패로 탈락이 확정된 몰디브를 상대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그동안 경기장을 누비지 못했던 후보 선수들이 대거 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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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인천아시안게임-여자축구 A조 2라운드 결과(17일 저녁 8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

★ 한국 10-0 인도 [득점 : 전가을(7분,도움-정설빈), 유영아(9분,도움-전가을), 박희영(36분,도움-이소담), 전가을(40분), 유영아(45분,도움-전가을), 정설빈(49분,도움-유영아), 전가을(61분,PK), 유영아(63분,도움-박희영), 유영아(65분,도움-전가을), 정설빈(79분,도움-김혜리)]

★ 태국 10-0 몰디브

◇ 여자축구 A조 순위표
한국 6점 2승 15득점 0실점 +15
인도 3점 1승 1패 15득점 10실점 +5
태국 3점 1승 1패 10득점 5실점 +5
몰디브 0점 2패 0득점 25실점 -25
축구 여자축구 인천아시안게임 인도 유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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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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