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타쿠야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타쿠야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JTBC <비정상회담>에서 테라다 타쿠야는 어쩌면 가장 '정상적인' 방송인인지 모른다. 유일하게 아이돌 그룹으로 연예인 활동을 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방송계 생리에 익숙할 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좀 허술해 보이기도 한다. 스물 셋 한창 혈기왕성할 이 아이돌 스타는 다른 10명의 외국인들 틈에서 참 수줍다. 한국에 온 지 2년이라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서툰 한국말로 종종 이상한 말실수를 하기도 한다. 방송 첫 회에 무반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일 때 알아봤어야 했다. 범상치 않은 정상인이다. 

그가 속한 그룹 크로스진은 한국, 중국, 일본인 청년 6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팀이다. 팀명을 굳이 해석하자면 '유전자의 뒤섞임' 정도가 될까. 여기엔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재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가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담당 PD의 사심이 담겼다는 소문도 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전면에 나서는 외국인들과 다른 매력을 발산 중이다. 시청자들의 눈이 쏠릴만하다.

불화설 일축..."위안 형과 러브샷도 했어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타쿠야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일단 타쿠야는 아이돌이다. 2012년에 데뷔했다고 하지만 한국 대중에게 낯설긴 하다. 멤버들을 보니 한국, 일본, 중국 활동을 병행하는 건가.
"맞다. 세 나라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2년 전에 한국에서 데뷔했고, 올해도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수를 하기 전에 일본에서 모델을 하고 있었다. 연기도 약간 했고. 사실 데뷔 전에 한국에 온 적은 없었다. 관심은 많았는데 아는 게 거의 없었지. 진짜 '안녕하세요' 이 한 마디만 알고 한국에 왔다. 근데 생각보다 한국말을 배우기 쉽더라. 다른 외국어보다 재밌다. 여기서 매운 것도 많이 먹고, 한국인 멤버들과 같이 숙소 생활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적응한 거 같다. 멤버들도 나보고 한국사람 다 됐다고 한다(웃음).

사실 연예인이 될 거란 생각은 어릴 땐 못했다. 막연하게 꿈만 꿨는데 엄마가 나 몰래 오디션 신청서를 냈더라. 친구도 함께 지원했는데 걔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다. 한국 활동을 하게 된 건 날 깨고 싶어서였다. 소극적 성격을 고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크로스진 활동 기회가 온 거고 부모님에게 상의도 안 하고 결정해버렸다. 출국 직전 한국에 간다고 말하니 굳이 가야하냐고 물으면서도 지지해주셨다."

-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다고 들었다. 특히 출발점이 예능인데 어렵진 않은가. 방송에서 말 수가 적어보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많이 긴장도 했고 부담도 있었다. 하면 할수록 더 재밌어지더라. 토론은 물론 어렵다. 11명이서 하는 거라 주제에 대해 모든 출연자들이 한 마디씩만 얘기해도 30분이 걸린다. 중간에서 끼어들기도 해야 해서 어렵다. 처음엔 할 말이 많은 사람들만 입을 열었는데 요즘엔 흐름이 매끄러워진 거 같다. 참, 얼마 전에 기사 봤다. <비정상회담>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들 중 6위라더라!"

- 지난 방송에서 중국의 장위안과 부딪히는 모습에서 긴장감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나라도 기분이 상했을 것 같다. 대놓고 일본이 싫다고도 하지 않았나.
"많이들 장위안 형이랑 부딪히는 거 같다고들 묻는다. 방송에서 그래 보이지만 사실 친한 형이다. 줄리안, 에네스처럼 방송에서 막 대결하지만 방송 뒤에서 친한 것도 있다. 위안 형이 '일본사람은 별로지만 타쿠야는 좋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당황하긴 했는데 기분이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난 위안 형을 중국사람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보고 있다. 형도 날 그렇게 대한다. 물론 형은 중국에서 살아오면서 그런 교육을 받고 문화를 겪었을 거다. 형의 태도로 상처받는 건 없다. 뒤에서 잘 해주는 형이다. 지난번 회식 때 우리 러브샷도 했다!"

개인주의에 대한 철학..."나 비정상인가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타쿠야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타쿠야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많은 사람들이 타쿠야를 순수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함께 나온 다른 외국인 형들이 나쁜 물을 들인다는 얘기가 있다.
"(웃음) 그건 아니다. 다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을 다른 형들이 알려주는데 그게 좋든 나쁘든 몰랐던 걸 알게 되는 건 내겐 좋은 일이다. 각 나라의 말도 몇 마디씩 배우고 문화도 교류하고 있다."

- 솔직히 말하겠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엿보인다. 간식을 혼자 먹을 만큼만 싸들고 와서 형들이 흉을 보기도 하지 않았나. 이게 일본인 청년들의 공통적인 특징인가.
"한국에는 형·동생 문화가 있어서 친해지면 가족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거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반대로 일본이 개인주의적이라고 하지만 애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 표현을 많이 안 할 뿐이다. 한국엔 직접적 표현이 많은데 일본은 돌려 말하는 게 많다. 예를 들어 진짜 맛없는 음식을 먹었다고 치자. 일본에선 '먹을 만한 거 같은데 내겐 안 맞는 거 같다' 이렇게 말한다."

- 타쿠야 본인은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나 비정상인 거 같다(웃음). 친한 사람들과 있으면 본모습이 나온다. 멤버들과 있을 때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생각해도 비정상으로 보인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근데 사실 내가 정상이고 다른 사람들이 비정상일 수도 있다. 난 개인주의적이기도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멋대로 사는 편이다. 아까 간식 얘기를 했는데 멤버들과 같이 있어도 난 혼자 먹으려고 한다. 다른 멤버들 것은 안 산다. 먹고 싶으면 말을 하라고 한다. 그럼 나눠먹지. 혼자 있는 시간은 사실 내게 힐링이 된다."

- 혼자 삼겹살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어봐야 진정한 개인주의자가 될 수 있다. 타쿠야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그런 성향 때문에 한국 예능 프로가 버겁진 않나. 다른 사람과 호흡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굉장히 오랜 시간 녹화를 하지 않나. 
"(웃음) 나중에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도 서로 모른 체하고 각자 밥 먹자! 일본에서 예능은 방송 분량의 딱 두 배 정도 찍는다. 한국은 진짜 오래 찍더라. 근데 힘들진 않다. 시청자 입장에선 이렇게 오래 찍어서 재밌게 편집하는 게 더 좋은 거 같다."

"한국 활동 일본인들 만난 적 없지만 큰 힘이 돼"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타쿠야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실 연예인이 될 거란 생각은 어릴 땐 못했다. 막연하게 꿈만 꿨는데 엄마가 나 몰래 오디션 신청서를 냈더라. 친구도 함께 지원했는데 걔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다. 한국 활동을 하게 된 건 날 깨고 싶어서였다. 소극적 성격을 고치고 싶었다." ⓒ 이정민


- 다시 <비정상회담> 이야기다. 몇 개월 지나면서 이 프로의 장단점을 파악했을 거 같다. 출연자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렇게 진지한 토론을 하는 방송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외국인이 토론하니까 재밌는 거 같다. 한국에 사는 우리가 한국을 위한 조언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지 않나. 근데 우리가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게 틀릴 수도 있다. 자칫하면 일본에 대한 오해를 심어줄 수도 있어서 부담이긴 하다. 그래서 녹화 전에 검색도 많이 하고 친구들에게 자주 물어본다. 일본에서 일본어로 토론해도 어려운데 한국어로 토론하니까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 지금까지 보편적 토론거리가 나오고 있는데 사안에 따라 민감한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이를테면 역사 문제라든가. 아시아 3국이 서로 첨예한 입장이 있을 수 있는데 타쿠야라면 어떻게 토론하겠나.
"그런 주제라면 다른 나라에 대해 일단 귀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이라서 이렇다고 강요하지 않고, 먼저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그 후에 일본에 대한 말을 해야할 거 같다. 한국, 일본, 중국이 가까운 나라지만 사실 먼 나라다.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당황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을 하면 사람들이 이해해줄 거 같다. 다른 외국인도 마찬가지일 거다. 나라마다 교육과 문화가 달라서 어쩔 수 없이 차이는 난다. 실제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는 비정상 말고 진짜 각 국가 정상들에게 맡겨야지."

- 최근 사유리를 비롯해 그동안 한국에서 일본인들이 많은 활약을 했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해외에 나가서 하고 싶은 걸 펼치는 건 좋은 일이다. 내게 힘이 된다. 타국에서 혼자 열심히 활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사유리 등을 만난 적은 없지만 공감 가는 게 많고 힘이 된다. 동시에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한다. 또 내가 아는 일본인 아이돌 친구 중에 한국에서 데뷔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들도 잘 됐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뻔한 질문이다. 타쿠야는 젊다. 이루고 싶은 게 많을 거 같다.
"일단 작은 목표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고 싶고, 올림픽 경기장 같은 곳에서 콘서트 하는 게 목표다. 큰 목표는 크로스진이 아시아 활동으로 존재를 알리고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는 거다. 비록 우리 멤버들은 내 팬이 아니라 에네스 카야 팬이지만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는 친구들이다. 물론 나도 멤버들에게 너희가 나가면 한 마디도 못할 거라고 답하기도 한다(웃음). 이런 좋은 사람들과 목표를 함께 이루고 싶다.

그리고 뭔가 목표를 정하고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단 가라고 말하고 싶다. 떠나기 전이 힘들지, 부딪히면 할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기회를 준 <비정상회담> PD님들에게 감사하다. 날 예뻐해 주시는 거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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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타쿠야 에네스 카야 장위안 크로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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