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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저는 <오마이뉴스> 기자 중 가장 먼저 진도에 도착해 약 한 달을 머물렀습니다. 이후 대부분 기자들이 현장을 떠났고, 계절이 두 번 바뀌어 9월이 됐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우연히 진도에 머무는 동안 찍었던 사진을 다시 더듬었습니다.

당시 흘려보냈던 사진 중 몇몇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다시 꺼낸 그날'의 사진엔 반성, 후회, 분노 그리고 아픔이 담겨 있었습니다. 9월 첫날, 저는 다시 진도에 왔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사진을 한 장씩 꺼내려고 합니다. '기억은 곧 존재'라고 믿습니다. 사진기자도 아닌 제가 그날의 사진을 다시 꺼내는 데는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잘' 기억하고 싶을 뿐입니다. - 기자 말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앞쪽 노란 점퍼)이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처음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은 모습이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오후 2시 40분으로, 사고 후 6시간이 지난 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앞쪽 노란 점퍼)이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처음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은 모습이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오후 2시 40분으로, 사고 후 6시간이 지난 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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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 노란 점퍼를 입은 사람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다. 이 사진은 강 장관이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처음 진도 팽목항을 찾았을 때 찍은 것. 사진이 찍힌 시각은 4월 16일 오후 2시 40분으로 사고가 난 지 약 6시간이 지난 뒤다(공식 기록된 강 장관의 진도 도착 시각은 오후 1시 10분).

진도를 찾기에 앞서 강 장관은 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고 받고도 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기념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관련기사 : '이명박근혜 정부', 컨트롤타워 없애버리더니...). 법규상 안전행정부 장관은 재난 시 이른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사고 발생 당시를 떠올려 보자. 안전행정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안전대책본부(아래 중대본)는 사고 발생 후 53분이 지나서야 가동됐다. 그럼에도 강 장관은 다른 행사에 참석했고, 급기야 중대본은 "368명 구조"라는 헛발질을 했다. 사고 초기 통제가 전혀 안 된 셈이다. 결국 중대본은 가동 하루 만에 정홍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로 바뀐다. 정부는 법으로 정해진 재난대응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고 발행 후 7시간과 관련해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경내에 머물며 보고를 받았다"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는지 여부다.

강 장관의 행동, 중대본의 운명 그리고 '대통령의 7시간'이 과연 무관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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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강병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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