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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광화문 광장
▲ 세월호 9월 10일, 광화문 광장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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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명절에 광화문광장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이들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맞이하는 추석 명절인데 너무 썰렁하면 유족들의 마음이 더 아플것 같았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연휴의 마지막 날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노란연대, 진상규명이 되기 전에는 도저히 멈출 수 없다는 결의가 가득했다.

강산에가 출연하여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 세월호 강산에가 출연하여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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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에 강산에가 문화공연에 출연한다는 소식이다. 나는 그곳에 오후 5시에 도착했지만, 7시가 다 되어가도록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그냥 가끔씩 가방에 든 카메라만 만지작거렸다.

그들은 너무 아픈데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메라를 챙겨나가고, 끊임없이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는 것은 다양한 기록의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대학 동기를 만났다. 강산에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귀로 그 소리를 들으며 그냥 천막에 앉아 그 친구와 정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이런 개념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좋다.
▲ 강산에 나는 이런 개념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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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산에를 좋아한다. 광 팬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애창곡에 몇 곡이 있다. 내가 기꺼이 "나는 당신의 팬이요!"라고 할 수 있는 뮤지션은 안치환, 김광석, 강산에, 들국화 정도다.

그런데 강산에가 지척에서 라이브공연을 하는데, 그냥 귀동냥이나 해야한다니.... 공연은 이어지고 대학 동기와 나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야기 끝에 그 친구는 왜 사진을 안 찍느냐고 했고, 나는 그냥 미안해서라고 했다.

앵콜이 이어지고, 마침내 '연어'라는 노래의 반주가 시작되었다. 대학 동기는 벌떡 일어나며 "이건 보고 와야해!"라고 말하며 뛰어 나갔다. 맞다. 그 노래는 그 친구의 유일한 애창곡이다. 유일한 애창곡이라함은 언제든 노래를 시키면 그 노래밖에는 할 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이 모여있었다.
▲ 광화문광장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이 모여있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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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미안할 일이 아니지. 이렇게 연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장기간의 싸움이 될 터인데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너무 아프겠지. 좀, 편안하게 생각하자.

나도 카메라를 챙겨들고 친구를 따라 나섰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강산에, 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다는 것도, 라이브를 본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러나 환호할 수는 없었다.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개념있는 뮤지션'의 증거물을 남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곳을 바라본다.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는 이들, 열심이 이런저런 장면들을 포착하는 카메라맨들...모두들 자연스럽다. 그냥 좋다.

소박하게 차려진 빈소
▲ 광화문광장 소박하게 차려진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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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304명, 실종자 10명. 온갖 갑질을 대해던 이들의 횡포로 일어난 사건이건만 갑질을 해대던 이들은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조차도 할 의지가 없다. 그들의 치부를 감추는데만 급급하다. 갑질하던 이들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기세다.

참으로 피곤한 세상이다. 갑질들의 횡포로 피곤한 세상, 그 세상에서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 갑질들의 횡포에 침묵하지 않는 것, 그들과 같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행동, 그런 행동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내 삶 하나 제대로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그런 일들까지 껴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세월호 모형의 에드벌룬을 이순신 동상이 바라보고 있다.
▲ 광화문광장 세월호 모형의 에드벌룬을 이순신 동상이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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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영된 <명량>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현실은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 그 동상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거기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순신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를 구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월호를 삼켜버린 진도앞바다보다도 더 깊은 심연의 어둔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 진실규명을 원치않는 이들과 그들이 놀음에 놀아나는 우매한 이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렇게 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일군 나라인가?

강산에, 광팬인데 어제는 마음껏 박수를 보내고 환호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에 그런 기회가 온다면 마음껏 환호해도 되는 그런 날이 오면 기꺼이 당신의 콘서트장으로 달려가리다.


태그:#세월호, #강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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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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