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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들어가면 숲을 볼 수 없다. 숲 안에서는 나무만 보인다. 마찬가지로 강화도 안에 들어서면 강화도가 보이지 않는다. 갑곶 돈대, 광성보, 초지진, 마니산, 전등사, 평화 전망대, 고인돌, 화문선 문화관, 이규보 묘소와 곳곳에 쳐진 철조망은 보이지만 강화도는 보이지 않는다.

문수산성 남문 희우루에서 바라본 강화도. 왼쪽에 구 강화대교, 가운데가 현재 강화대교이다. 두 다리 사이에 갑곶돈대와 천주교 순교지가 자리잡고 있다. 사진의 볼록한 녹색 봉우리가 그 현장.
 문수산성 남문 희우루에서 바라본 강화도. 왼쪽에 구 강화대교, 가운데가 현재 강화대교이다. 두 다리 사이에 갑곶돈대와 천주교 순교지가 자리잡고 있다. 사진의 볼록한 녹색 봉우리가 그 현장.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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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를 보려면 강화도 밖에서 봐야 한다. 답사자에게 강화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 김포 문수산성이 바로 그곳이다. 서울에서 김포를 거쳐 강화대교 바로 앞에 이르렀을 때 바다 건너 강화도의 오른쪽에 있다. 성문 정면 아래 주차장에서 대략 20m만 오르면 된다. 게으르고 무관심한 답사자들을 이끌고 다니기에도 아주 적격이다. 낮으면서도 훌륭한 경치를 보여주니 이만한 곳은 드물다. 

사적 139호인 문수산성은 강화도 갑곶진을 마주 보고 있는 문수산의 험준한 정상부에서 서쪽 산줄기를 따라 축성됐다. 성곽은 문수골과 산성포 두 계곡을 감싸 안고 해안 지대로 이어진다. 포곡산성의 일종인 셈이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며 바라본 문수산성 남문 희우루.
 주차장에서 올라가며 바라본 문수산성 남문 희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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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우루 2층 내부
 희우루 2층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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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은 숙종 20년(1694)에 처음 쌓았다. 처음에는 둘레 2400m, 성벽 위에 몸을 숨길 수 있도록 올린 낮은 담인 성가퀴 2173 곳, 성문 3 곳으로 축성되었는데, 순조 12년(1812) 대대적으로 개축됐다. 성벽을 직사각형 또는 정사각형으로 다듬은 돌로 단단하게 쌓아 올렸고, 그 위에 성가퀴를 둘렀다.

성문으로는, 갑곶진과 마주 보는 해안에 있어 강화에서 육지로 나오는 관문 구실을 한 공해루, 남문이자 정문인 희우루등 문루 셋과, 동문, 아문 등 작은 출입문 셋이 있었다. 하지만 고종 3년(1866)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해안 쪽 성벽과 문루는 모두 파괴되고 말았다.

강화도가 한눈에 들어오네

지난 10일, 김포 문수산성을 찾았다. 역시 문수산성의 남문 희우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기쁠 희(喜)'에 '비 우(雨)'는 곧 감우(甘雨)이니 우리말로 나타내면 '단비' 아닌가? 적들이 강화도를 넘어 내륙으로 쳐들어오는 경우를 대비해 쌓은 성곽이라 그런지 문수산성은 현재 강화도를 바라보는 전망대 구실을 하기에 제격이다. 문을 향해 오르는데 홍예 사이로 강화도가 보인다.

아직 문에 닿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강화도가 잘 보인다면 성루에 올랐을 땐 진정 어떨 것인가? 서둘러 홍예를 지나 재빨리 계단을 딛고 잽싸게 2층 누각 위로 오른다. 일행 중 누군가가 "다람쥐 같다"고 빗댄다. 사람이 오락가락하면 문화재 사진은 볼품이 없어진다. 사진가는 가장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다.

홍예 사이로 강화도의 당산이 보인다.
 홍예 사이로 강화도의 당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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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사이로 강화도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진기 안으로 강화도를 바라보는데 마치 액자를 해놓은 작품 같다. 왼쪽으로 통행이 금지돼있는 구 강화대교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현재 사용 중인 강화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식별은 쉽다. 현행 강화대교에는 차량이 분주하지만, 구 강화대교에는 말 그대로 '개미쌔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두 다리 사이에 봉우리 하나가 푸르게 솟아 있다. 봉우리 아래는 양이들과 싸우다 죽은 수 많은 조선 병사들의 주검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해변이다. 이곳엔 갑곶돈대가 남아 있고, 천주교 순교자들을 기리는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그뿐이 아니다. 봉우리 아래 바닷물과 갯벌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수많은 양민들이 학살돼 버려진 곳이다. 그런 생각이 떠올라서인지, 바닷물도 황톳빛으로 붉은 것만 같다. 희우루 2층에 앉아 잠깐 쉰다. 이제 본격적인 강화도 여행을 떠날 것이다. 문수산성 희우루에 오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경을 먼저 보고 세부를 하나하나 살피는 것이 여행의 본래 과정이다. 희우루는 그 몫을 충분히 해주었다.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로 들어오면서 보는 문수산성 남문 희우루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로 들어오면서 보는 문수산성 남문 희우루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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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 들어가면 다시 갑곶돈대 일원에서 문수산성을 바라볼 것이다. 문수산성 정상부의 장대, 그 좌우의 동아문과 남아문, 그 중감쯤의 문수사 자리는 강화도 최북단 평화전망대에서 한눈에 쏙 들어온다. 만약 문수산성을 보지 못했다면 강화대교를 넘어 돌아오는 길목에서라도 마음껏 감상해야 한다. 다리를 지나는 중에 "저게 뭔가?" 싶은 성문 하나가 왼쪽에 보이거든 그것이 문수산성 희우루다. 


태그:#문수산성, #강화도, #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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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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