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 공원>을 기억하는가? 광활한 평원을 거닐던 거대한 공룡들, 초식공룡을 공격하여 잡아먹던 티라노 사우루스의 자태는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상상 속의 동물인 공룡이 스크린 위를 활보하는 장면은 당시에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공룡이 상상 속의 동물이 된 이유를 생각해보자. 오늘날 우리는 왜 공룡을 볼 수 없게 되었을까? 답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떠올렸듯이 '멸종'되었기 때문이다. 종의 모든 개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렸고, 이제는 박물관의 모형으로나 겨우 찾아보며 당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정도일 뿐이다.

EBS다큐프라임 팀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생명, 40억년의 비밀>의 내용을 기반으로, <멸종>은 지구상에서 긴 역사 동안 일어난 멸종과 진화의 과정을 설명한다.

되짚어보는 다섯 차례 '대멸종'의 역사

EBS다큐프라임 팀의 다큐를 토대로 만든 <멸종>의 표지.
 EBS다큐프라임 팀의 다큐를 토대로 만든 <멸종>의 표지.
ⓒ MID

관련사진보기

먼저 책은 '대멸종'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다. 전 지구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 예를 들면 빙하기나 운석충돌 등의 사건으로 특정 생물이 개체를 남기지 않고 모두 죽어 사라지는 것이 멸종이다.

이런 멸종의 사례 중에서, 전 생명 영역의 70% 이상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는 대규모 멸종사태가 다섯 차례 일어났다. 이를 두고 '5대 대멸종'이라 부른다고 본문은 말한다. 화석발견이나 연구로 알아본 지구의 역사를 토대로, 대멸종의 역사를 되짚는 셈이다.

생태계를 이루고 살아가던 생물의 70% 이상이 궤멸했다는 것은, 당시 지구에 어떤 거대한 영향을 가져다 준 일이 발생하여 끔찍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지구의 환경과 동식물의 삶이 크게 달라져야만 하는 원인이 되고, 그 이후 남은 소수의 종과 개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시도하는 계기가 된다.

"즉 대멸종은 지구상의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생명 전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위기에 놓였던 사건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멸종은 생명의 역사에서 그 이전과 그 이후를 선명하게 갈라놓게 된다. 이전까지 면면히 이어져오던 생태계의 구성과, 여러 종들의 진화적 관계는 한 순간에 단절되고 소수만이 살아남아 이전과는 다른 생물들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게 된다." (본문 17쪽 중에서)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에 일어나 생태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5번의 사건들. 자손을 겨우 이어갈 정도만 살아남은 개체는 다음 세대로의 진화를 거듭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생물만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상상과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대멸종이 '어느날 하루 아침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산 폭발이나 운석의 충돌, 기상이변의 상황으로 멸종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멸종은 수만년, 혹은 수백만년의 기간에 걸쳐서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가장 흔히 떠올리는 공룡의 사례도, 과거 대기 중의 산소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던 시기에 덩치가 커서 불리한 신체조건을 지닌 거대한 공룡이 서서히 사라졌다는 것. 반면 덩치가 작았던 공룡은 조류나 파충류로 진화하면서 환경에 적응한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다양한 대멸종의 원인과 결과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는 당시 분화한 화산폭발의 영향을 담았다는 <멸종>의 설명이다.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는 당시 분화한 화산폭발의 영향을 담았다는 <멸종>의 설명이다.
ⓒ 에드바르 뭉크

관련사진보기

<멸종>은 대멸종의 다양한 원인으로 '운석 충돌'같은 천문학적 요인과 더불어 '화산 폭발'과 대지진 같은 지구내부적 요인을 거론한다.

특히 1890년대 미술작품인 뭉크의 '절규'가, 그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귀를 막고 서 있는 인물의 표정이 사실 당시 분화한 크라카타우 화산의 영향이었다는 해석은 상당히 흥미롭다.

전세계의 하늘을 물들이고 엄청난 굉음을 울린 화산 분출은 뭉크의 그림이 그려졌던 당시에도 큰 규모였지만, 인류 역사 이전에는 슈퍼 화산의 위력이 더욱 광범위했고 대멸종을 유발했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앞서 거론된 요인 두 가지는 모두 거대한 폭발을 야기하여 대기를 재로 뒤덮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대기층으로 유입되는 태양열을 비중을 낮추며, 결국 지구의 온도를 낮추어 심각하게는 '핵겨울 현상'을 불러온다.

공기층의 먼지들이 지구의 열을 흡수하는 동시에 태양의 빛을 반사하면서 기온이 크게 내려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추운 환경에서 기온변화의 영향에 민감함 식물과 바다생물 다수가 사라지고, 이는 먹이사슬 상위의 초식동물과 육식동물까지 차례로 궤멸시킨다.

지구냉각화와 정반대의 상태인 지구온난화도 큰 영향을 가져온다. 빙하가 녹아서 상승하는 해수면은 연안부근의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키고, 이는 해양생물의 연쇄적인 멸종을 유발한다. 또한 바닷물의 순환을 방해하면서 플랑크톤이 급격히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잦은 가뭄도 큰 문제로 부각되고, 극지방의 해수가 고립되면서 추운 지역이 넓어지면 빙하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본문은 많은 요인들이 만들어내는 환경의 변화를 차근차근 쉬운 단어로 설명하면서, 고생대부터 중생대와 최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멸종의 사례를 거론한다. 그리고 신비로운 점은 각각의 멸종이 생태계의 빈자리를 만들면서, 이를 메꾸려는 생물의 진화를 촉진하여 더욱 폭넓고 진보된 형태의 생물이 탄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이라 부르며, 저자는 큰 재앙이 가져온 변화의 결과로 오늘날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다가오는 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는 무사할 수 있을까?

자연과학 서적인 <멸종>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6억년 동안 5번 발생한 대멸종은 우주적인 관점에서 볼 때 드물지만 크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물에게는 대참사이고 피하고 싶은 사건이지만, 우연하게 벌어지는 사건의 집합이 낳은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진화로 생물의 다양성과 발전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어느 시기에 다시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구의 역사가 계속된다면 여섯 번째 대멸종도 언젠가 발생할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한 가지 섬뜩한 부분이 있다. 대멸종의 사례를 순서대로 읽다보면, 공통적으로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사라진다'는 서술이 바로 그것이다. 공룡이 먹이사슬의 위에서 군림하다가 사라졌고, 매머드와 포유류에 속하던 거대 맹수들도 이런 물결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생태계의 꼭대기에 있는 존재를 떠올려보면, 그것이 곧 우리를 뜻하는 인류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1세기가 되어 기술은 더욱 발전했지만, 그것과 동시에 환경오염이 심해졌고 자원고갈과 환경파괴가 극심해졌다.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서 60억을 돌파했고, 이는 지구가 자정 작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소모적인 생활방식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적되는 현실이다. 과거의 대멸종 사례들이 자연적인 것이었던 반면, 다가오는 대멸종의 징후들은 인류가 자초한 '종 수준의 자살'과도 같은 측면이 강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류가 진정 지성을 가진 존재라면,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하면서 점차 커져가는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인류가 현재 보이는 모습을 유지한다면, 지구의 멀지 않은 미래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멸종>은 경고한다.

바야흐로, 생존을 위해 이기주의와 오만함을 내려놓아야 할 시기로 진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둔감한 사이에, 어느샌가 다가온 절멸의 위기가 인류를 집어삼키기 전에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멸종(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김시준·김현우·박재용·EBS미디어 씀 | MID | 2014.8. | 1만5000원)



[세트]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시리즈 세트 - 전3권 - 멸종 + 짝짓기 + 경계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Mid(엠아이디)(2015)


태그:#멸종, #EBS다큐프라임, #MID, #자연과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