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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역에서 김진영씨 수유역 '세월호 특별법 제정' 1인 시위 중인 김진영씨
▲ 수유역에서 김진영씨 수유역 '세월호 특별법 제정' 1인 시위 중인 김진영씨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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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해야겠는데, 뭐라도 해야겠어서 시작했어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김진영씨도 그렇다. 서울 강북의 수유역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그녀는 시민단체 '리멤버0416'의 회원이며 세 자녀를 둔 직장맘이다.

김씨는 퇴근 후 매일 한 시간씩 1인 시위를 한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광화문에서 1인 시위까지 하게 됐다. 한 달 전부터는 수유역에서 시위를 했고 매주 목요일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과 교대로 선다. 지난 8월 27일 동료들과 함께 1인 시위를 하는 그녀를 만났다.

"<오마이뉴스>나 타 매체에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서 공영방송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완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실 서울에서 오래 살았지만 광화문 광장에 나갈 일이 그리 많지 않아요. 세월호 사건 후 광화문광장에 걸린 아이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모두가 내 자식만 같아서 눈물 나고 가슴이 너무 아파요. 아이들 데리고 조문도 하고 집회에 참석도 해봤지만 미안함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어요. 그런데ㅜ사람들은 자꾸 덮으려고만 해요."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무조건 덮는 게 능사는 아니란 말이다.

시민들의 첫마디 '아직도 안 끝났어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운동 중인 김진영씨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운동 중인 김진영씨
ⓒ 강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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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역에서 처음 피켓을 든 날 그녀가 시민들에게서 들은 첫마디가 "아직도 안 끝났어요? 다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였다. 가장 많이 듣는 소리기도 하다. 간혹 '미안하다'며 응원의 말을 해주고 가는 이들도 있고 버스 타고 지나다가 내려서 '고생한다'는 말과 함께 음료수를 건네주고 가는 이도 있는다.

그런가 하면 "나라 팔아먹을 인간"이라며 욕설을 서슴지 않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날은 바닥에 비스듬하게 걸쳐 놓은 피켓 위에 올라서서 발로 짓이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우산대를 접어 찌를 태세를 취하며 위협을 가하는 이도 있다.

여자라서일까, 그녀의 동료인 신웅철씨가 서 있을 때는 상황이 이만큼 험악하진 않다. 그는 30대의 회사원이며 신학 공부를 하고 있는 세 살짜리 아이의 아빠다. 간혹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며 지나가기는 해도 욕설을 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이는 없다고 한다.

그는 "안 좋은 표정을 하고 지나가면서도 아마도 제가 젊고 남자다 보니까 함부로 말을 한다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는 분이 열 명이라 해도 단 한 명에게서 따뜻한 격려의 말을 듣게 되면 그간의 쌓인 피로는 물론이고 오히려 더 힘이 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게 되죠. 남성분들의 참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서울 경기지역을 비롯해 인천, 강원, 충청, 영호남 전국 각지에서 리멤버0416 회원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 김진영씨는 말했다.

"가장 힘이 빠지고 답답할 때는 비판적인 말을 들을 때보다 '세월호 아직도인 거야? 다 끝난 거 아니야?'하는 무관심한 사람들을 볼 때고요. 사실 비판하시는 분들은 가치관이 다를 뿐이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무관심인 분들을 뵈면 마음이 많이 무겁죠. 그런가 하면 참여하고 동참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을 때도 많아요."

 수유역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
 수유역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
ⓒ 강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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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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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씨는 지난 8월 29일 30일 양일간 저녁 수유역에서 이틀에 걸쳐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을 받았다. 김진영씨와 신웅철씨, 이민정씨 그리고 김진영씨의 조카 두 명이 함께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서명에 참가자 중 20대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10대 그 다음이 30대였다. 40대는 극히 일부였고 50대 이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 특성상 젊은 층이 많은 점도 있겠으나 40대는 흘끔거리며 무심히 지나치는가 하면 50대는 주로 훼방을 놓거나 막말을 던지고 지나쳐갔다.

가장 충격적인 말은 "나라에 빚이 얼만데 지들한테 줄 돈이 어딨다고!"였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금전적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인가보다. 서명 첫날은 서명인 3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비교적 수월하게 마무리됐다.

"그깟 애들 300명 죽은 게 뭐라고 5천만 국민을 못살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운동 중인 김진영씨의 아들과 친구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운동 중인 김진영씨의 아들과 친구들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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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
ⓒ 강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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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 날 토요일은 김진영씨와 그녀의 아들(고1학년) 그리고 아들의 친구 세 명이 함께했다. 엄마와 친구의 엄마를 돕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나선 아이들은 놓여진 상황이 낯선지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내 서명대를 펼치자 곧이어 시민들이 서명을 시작했고 간혹 음료를 사다주고 가는 이도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서명 운동을 하는 것이 기특했는지 많은 이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시작은 순조로운 듯했다. 잠시 후 행인 중 한 명이 아이들을 붙잡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니들이 뭘 안다고 저런 여자한테 세뇌 당해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할 말을 잃은 아이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김진영씨만을 바라봤고 행인은 다시 소리를 쳤다.

"어떻게 애들한테 이런 짓을 시켜? 저 애들 인생 망칠 셈이야?"

아이들이 놀라고 상처받으면 어쩌나 생각했다. 생각은 기우였다.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하던 네 명의 아이들이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서명을 외치기 시작했다. 상황은 좋아지는 듯했다. 잠시 후 40~50대로 보이는 남성들의 방해와 폭언이 반복되었다.

"돈을 그렇게 받아 쳐먹고도 더 달라고 단식 농성하고 그깟 300명 애들 죽은 게 뭐라고 5천만 명 국민을 귀찮고 못살게 굴어!"

이게 이 나라 대한민국의 자식을 키운 어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네! 저는 생명 귀한 줄 모르는 비정한 국민들보다 내 자식 같은 300명 그 아이들이 더 불쌍하고 소중해서 이러니까 당장 입 다물고 가세요!"

김진영씨는 악을 쓰기 시작했고 남성들은 오히려 더 폭언을 퍼부었다. 서명대 주변은 순식간에 구경꾼으로 둘러싸였다. 결국 서명대 맞은 편에서 노점상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상황은 종료됐다.

"아들 애가 갑자기 서슬 퍼런 눈빛으로 주먹을 움켜쥐는데 더 이상은 안 되겠더라고요. 제 엄마에게 외간사람이 그리 막 대하는데 얼마나 화가 났겠어요."

금방이라도 달려가 주먹을 휘두를 것 같은 아이를 진정시키고 부랴부랴 서명대를 정리했다. 아이들이 함께 돕겠다고 해서 서명대에 세우긴 했지만 부모 된 입장으로 옳은 행동이었는지, 경솔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좀 모은 모양인데 그거 엄마 다 줄 테니 야구 방망이든 전기 충격기든 사라고 하네요. 항상 곁에서 지켜줄 수 없으니까."

아직은 사춘기를 보내며 한참 응석을 부려야 할 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했겠지만 엄마 걱정하는 모습에 도리어 미안하기만 한 얼굴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1인 시위중인 김진영씨
 세월호 특별법 제정 1인 시위중인 김진영씨
ⓒ 홍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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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진영씨가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이제 그만 하지'란다. 지난 올해 6월 오랜 기간 암투병을 하던 친언니를 저세상로 보냈다. 불과 두 달 전의 일이다.

"워낙 오랫동안 아팠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된 상태였어요. '기운 내요' '힘내요'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위로가 감사해서 '고맙다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더라고요. 저도 이런데 그 분들은 하루아침에 아무런 준비 없이 자기 살 찢어선 낳은 자식을 잃었는데 그 심정이 어떻겠어요."

눈이 붉어진 채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행패를 부리고 막말과 욕설을 하는 사람들 보면 마음은 안 좋지만 오히려 더 오기가 생기고 단단해지는 거 같아요. 1인 시위는 특별법 제정될 때까지 계속 할 생각이에요. 내 주변의 누군가 고통 받고 눈물 흘릴 때 침묵하고 외면만 한다면 내가 고통으로 눈물 흘릴 때 과연 누가 나와 함께 해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참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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