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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추석이다. 대체휴일까지 합치면 무려 5일간의 연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추석은 크나큰 인내심과 관대함을 시험하는 날이 되고 만다. 기자는 이제 겨우 대학 졸업반임에도 '결혼을 언제 할 거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여대생이 왜 그렇게 생겼냐'는 친척의 인신공격(?)을 받은 후배도 있다.

그냥 참자니 공격의 도가 심하고 화를 내기에는 부모님의 눈치가 보인다. 여러모로 '기 빨리는' 추석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상 차리기, 설거지를 무한 반복하는 집안일까지 더하면 육체적 피로도가 추가된다.

왜 우리는 추석 내내 지겹도록 전을 부치고 친척들의 참견을 들으며 속을 삭여야 하는가. 여기 추석을 지혜롭고도 '잉여롭게' 보낼 수 있는 드라마를 추천한다. 다이어트를 도와주고, 친척들의 잔소리를 견디게 해주며, 취업걱정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드라마들을 엄선했다. 그저 보고 즐기고 빙의되어 친척들의 간섭과 잔소리를 이겨낼 마음가짐을 가지면 된다. 길고 긴 추석을 버티는 보약 같은 드라마 세 편을 함께 감상해보자.

#1. 보면서도 살 빠지는 놀라운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HBO<트루 티텍티브>포스터
 HBO<트루 티텍티브>포스터
ⓒ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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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티텍티브>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매튜 매커니히와 우디 해럴슨의 출연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다. 게다가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캐리 푸쿠나가는 이번 에미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에미상은 미국 TV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작품과 인물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연기, 연출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 없는 <트루 디텍티브>는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다. <트루 디텍티브>는 1995년과 2012년을 넘나들며 연쇄살인의 전말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사건을 추적하며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함의 끝을 볼 수 있다. 물론 청소년은 관람불가이니 성인들만 즐겁게 보도록 하자.

<트루 디텍티브>는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그 수위와 잔인함이 남다르다. 게다가 일명 성인 전용 드라마 제작사라고 불리는 HBO의 드라마 인 만큼 과감하고 자극적이다. 미국 남부의 끈적끈적한 여름날이 그대로 느껴지는 불쾌함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트루 디텍티브>는 2014년 상반기에 본 미드 중 가장 흡입력 있는 드라마다. 길고 긴 추석동안 지루하고 심심하다면 적극 추천한다. 어느 순간 8시간을 내리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매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놓을 수 없는 긴장감으로 인한 칼로리 소모는 덤이다. 전을 먹으며 마음 편히 보도록 하자.

#2. 친척과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는 법 <하우스 오브 카드>

NetFlix<하우스 오브 카드>포스터
 NetFlix<하우스 오브 카드>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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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는 미국의 영화 스트리밍 회사인 넷플릭스(NetFlix)의 정치 드라마이다. 특히 <파이트 클럽> <세븐>으로 유명한 데이빗 핀처가 메가폰을 잡은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패기 넘치게 시즌1을 통째로 하루 만에 공개할 정도로 넷플릭스가 야심차게 만든 드라마다.

덕분에 <하우스 오브 카드>는 방송 드라마가 아닌 온라인 드라마임에도 시즌1이 바로 2013년 에미상 3관왕(감독상, 캐스팅상, 촬영상)에 성공했다. 세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오바마 대통령도 즐겨본 드라마라고 하니 더욱 눈길이 간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자신의 정적들을 하나씩 제거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남자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분)의 이야기이다.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야망과 비리 그리고 권력을 향한 정치싸움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케빈 스페이시의 비열한 이미지와 우아한 목소리가 묘하게 엮여져 프랭크 언더우드라는 인물의 매력이 배가된다. 웃는 얼굴로 배신하고 손 더럽히지 않고 사람을 처리하는 프랭크의 달변과 상황 판단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덕분에 드라마를 보며 기가 빨리는 건 시청자의 몫이다.

하지만 어느새 프랭크에게 동화되어 자신감이 상승하며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을 가소롭게 쳐다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저렇게 '정리'해야 한다는 걸 시청각으로 교육시켜주니 이제 남은 것은 친척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실습하는 것뿐이다. 잔소리가 시작되면 친척 꼬맹이 조카를 이용해서라도 프랭크처럼 품격 있게 배로 갚아주도록 하자. 웃는 얼굴에는 절대 침 못 뱉는다.

#3. 7급 공무원 간접체험 <스푹스>

BBC<스푹스>포스터
 BBC<스푹스>포스터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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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직장, 바로 공무원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친척들에게 공무원이란 그저 시험 보면 붙는 직장일 뿐이다. 이상하게도 친척들의 주변에는 언제나 공무원 자녀를 둔 친구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공무원의 장점을 설파한다. 하지만 누가 그걸 모르는가. 또 다시 생각나는 취직 문제에 골이 아파온다. 특히 취업준비를 앞둔 기자 역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명절만큼은 그 불안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마침 영국에 공무원 생활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드라마가 있다. 심지어 한국에선 7급 공무원으로 쳐주는 영국의 국가정보원인 MI5 요원들의 첩보생활을 다루고 있다. 바로 BBC의 메가 히트 첩보 드라마 <스푹스>이다. 이미 2001년에 방영하여 2011년에 종영한 드라마다.

시즌1~3은 영화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매튜 맥퍼딘, 시즌4~7은 루퍼트 펜리 존스, 시즌7~10은 영화 <호빗>의 리처드 아미티지가 팀장 역을 맡았다. 배우별로 마음에 드는 시즌만 골라 봐도 무방하다. 또한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이슬람 폭탄 테러, 마피아 등 영국의 외교문제를 공부하기에도 좋다. 만약 부모님이 눈치를 줄 때면 세계정세를 공부 중이라고 우겨보자.

<스푹스>는 영국 드라마 특유의 우울함과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7급 공무원 생활이 얼마나 '빡센'지를 보여준다. 중요인물이라도 과감하게 인물을 죽이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매시즌 누가 먼저 죽게 될지 긴장해야 한다.

팀장이라고 예외는 없다. 아내가 죽든 자신이 죽든 동료가 죽든 결국 죽어서 퇴장하는 게 <스푹스>의 묘미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얼마나 안전하고 행복한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도 공무원 나름이니 마음 편히 공무원의 부담에서 벗어나보자.


태그:#추석, #드라마, #미드, #영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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