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김구라여도 이 정도라니. SBS <매직아이>가 3~4%대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 하는 중이다. 2일 방송에서 전국 4%를 찍었다고 하지만, 그나마도 동시간대 경쟁 프로인 <우리동네 예체능>의 결방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28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허지웅은 "<매직아이>는 화제성이 전무하다. 다음 날 기사가 나오기는 하는데, 보면 이효리에 대한 기사"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헌데, 그 말이 가히 과장이 아니다. "매체가 깡패인 시대는 지났다"는 김구라의 변명 아닌 변명이 전파를 탔지만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노동당 탈당한 것 이젠 기사화 됐으면 좋겠다" (문소리)
"블로그 글, 남편 이상순이 맞춤법 오류 확인" (이효리)
"공개연애 반대. 엉망진창 됐다" (레이디 제인)
"부친 근육마비된 루게릭병 가래도 못뱉어" (김구라)

2일 방속 직후 쏟아져 나온 연예기사 제목들이다. 이른바 예능 프로그램의 '따옴표 기사'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유독 <매직아이>는 이런 기사들에 최적화됐다는 인상이다. 토크쇼가 본래 그렇지 않느냐고 항변하기엔 중구난방 그 곁가지가 꽤나 방만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그 열쇠는 물론 방송 내용에 있다.

연예기사에 최적화된 토크쇼? 화제성으로 승부할 땐 지나지 않았나

 sbs <매직아이>의 한 장면.

sbs <매직아이>의 한 장면. ⓒ sbs


<썰전>의 반향이 부러웠을까. <매직아이>는 '뉴스 토크'를 표방하며 '땔감 토크'라는 포맷을 시도하고 있다. 이효리와 김구라, 문소리와 홍진경이라는 MC와 게스트들이 그 주의 주제에 각자의 의견을 더해 불을 댕기는 형국인데, 여기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2일 방송을 보자.

'도대체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나'란 주제로 과거 연애, 직장상사를 향한 솔직함, 정치 성향, 무식함 등 출연자들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주제들이 줄줄이 불려 나왔다. 레이디 제인은 그래서 "공개 연애 절대 반대"를 외치고, 문소리는 "민주노동당 탈당 기사는 없었다"고 하소연하며, 존박은 "야자타임에 대한 트라우마"를 토로했다.

본격적으로 땔감뉴스를 시작하기 전, 김구라가 언급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이미 <썰전>에서 다룬 주제였고, 황광희가 가져온 '소변' 관련 생활뉴스에 이은 후토크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하나의 궤를 꿰뚫지 못하고 기승전결마저 없는 토크가 불러오는 산만함은 이제 <매직아이>의 전매특허가 된 듯한 분위기다.

그나마, 2일 방송에서 루게릭병을 앓았던 아버지, 독설로 인한 자기 이미지를 솔직하게 털어 놓은 김구라와 과거 정치 성향을 고백한 문소리로 인해 '연예인의 연애사' 얘기로 국한되는 방향을 선회시킬 수 있었다. 연예인의 신변잡기와 개인의 의견 사이, <매직아이>가 매회 마주하는 실존적인 정체성의 고민은 여기에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신변잡기와 뉴스깨기 사이, 세상으로 시선을 돌려라

 sbs <매직아이>의 이효리, 김구라.

sbs <매직아이>의 이효리, 김구라. ⓒ sbs


매회 '뉴스깨기'를 시도하는 <매직아이>의 승부는 '그래서 어떤 뉴스를 선택하는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그 뉴스를 인터넷으로, 모바일로 소비하는 뉴스 과잉의 시대. 그 안에서 <매직아이>가 선택해야 할 뉴스는 분명 지상파의 한계라는 변명을 넘어설 수 있는 파격이나 전문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그러니까 김구라가 투입되기 전 <매직아이>는 세 여성 MC의 신변잡기를 바탕으로 한 '수다'에 가까웠다. 그건, <썰전> 이전 SBS의 공전의 히트작 <야심만만> 이래 유수의 케이블 방송에서 마르고 닳도록 써 먹은 쉽고 편한 형식이기도 하다. 여기에 '뉴스'에 방점을 찍은 <매직아이>가 뛰어 들었으나 여전히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제작의도는 표류 중이다.

연예뉴스를 양산하는 토크쇼는 연예기자들을 바쁘게 할지언정 반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매직아이>가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JTBC <비정상회담>과 비교를 당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분명한 타깃과 심도 있는 주제와 솔직함이 버무려진 <비정상회담>과 외국인 출연자들의 선명한 방향 말이다.

2일 방송에선 "연예인은 특정 영화에 대해 호불호를 말하기도 힘들다"는 토로가 나왔다. 그런 정도의 수위로 과연 '솔직함'을 무기로 내세운 토크쇼가 언제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제 토크의 방향이 출연자 본인들로 수렴되기보다 좀 더 세상쪽으로 시선을 옮길 때가 됐다.   

매직아이 김구라 이효리 문소리 비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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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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