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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학내 상업화'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 복지를 위해 세워진 학교 시설이 오히려 학내 물가상승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대의 경우, 관악캠퍼스에 위치한 포스코 스포츠센터의 요금이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과도하게 비싸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스포츠센터는 지난 2001년 포스코(당시 포항제철)가 약 100억 원을 들여 서울대에 기부 채납한 것으로, 총 5층 규모로 학내 구성원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과 헬스장,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운영권은 서울대가 가지고 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수영장이다. 이곳 수영장의 일일 이용 요금은 5500원이다. 카이스트 1000원, 연세대 3000원, 홍익대 5200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이다. 이마저도 총학생회와 수영동아리 스누풀의 항의에 따라 지난 9월 1일 부로 6500원에서 1000원을 인하한 결과다.

월 이용 요금은 7만 7000원으로, 지난 2013년 10월, 6만 6000원에서 1만 1000원이 인상된 이후 변함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일일 이용요금만 인하한 데 대해 '눈 가리고 아웅'이라 지적한다. 수영동아리(스누풀)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갑(26)씨는 "이용자 대부분은 월 요금을 지불하고 수영장을 찾는다"며 "일일 요금만 조정한 것은 생색내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포스코 스포츠센터 운영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교내 곳곳에 내건 현수막이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포스코 스포츠센터 운영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교내 곳곳에 내건 현수막이다.
ⓒ 스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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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

그렇다면 지난 해 이용요금이 인상된 배경은 무엇일까. 요금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포츠센터 운영위원회의 통과를 거쳐야 한다. 위원회에는 교육부총장과 학생처장, 스포츠센터 관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요금 인상의 내막을 알려면 위원회에서 어떤 이유로 인상을 결정했는지 파악해야 하지만, 위원회 회의록은 학생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김형갑 스누풀 회장은 "위원회 회의록을 달라 요구해도 학교에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는 면담에서 수도요금 등 관리비가 오름에 따라 운영이 힘들어 인상했다고 밝혀와, 그 주장이 사실인지 회계 내역을 살피려 했으나 학교는 회계 내역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학교는 회계 내역은 앞으로 공개하겠으나 운영회 회의록은 위원의 동의가 있어야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스포츠센터 구자양 행정실장은 "법인 회계에 소속돼 재무제표 작성을 하지 않아 왔으나 회계사를 선정하고 곧 회계 자료를 만들어 제출할 것"이라며 "회의록은 운영 위원들이 반대할 경우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거액의 대관료도 논란이 일었다. 포스코 스포츠센터는 외부는 물론 학내 구성원에게도 150만 원의 대관료를 책정해 왔다. 올림픽수영장의 평일 대관료가 85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영리 교육 시설치고는 고액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발한 스누풀은 학교와의 협상 끝에 스포츠센터 운영에 항의하기 위해 교내에 걸었던 현수막을 철거하는 조건으로 지난 8월 11일 대관료를 36만 원으로 내리는 데 합의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스누풀은 공동 대응을 통해 스포츠센터의 영리화를 막고 예산과 운영 투명화를 위해 행동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상업 시설 유치는 학생 복지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이화여대에서는 ECC(Ewha Campus Complex)관의 상업 시설이 논란이다. 캠퍼스 요충지에 자리 잡은 ECC관은 지난 2008년 완공 당시 지하 6층의 지하 캠퍼스로 화제를 모았지만, 대학의 상업화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ECC에는 레스토랑과 음식점, 통신사 영업점 등 상업 시설이 학교에 임대료를 내고 밀집해 있다. 학교는 이들 시설로부터 ECC 운영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상업 시설을 적극 유치했다. 그런데 ECC에서 영업하는 식당은 5000~6000원 정도의 선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학생식당보다 1000~3000원 정도 비싼 가격이다.

지난 7월 이화여대 정문에선 '도전'의 서명전달식이 열렸다. 학생들로부터 받은 서명을 총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외부 일정에 따라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대신 재무처장에게 전달했다.
 지난 7월 이화여대 정문에선 '도전'의 서명전달식이 열렸다. 학생들로부터 받은 서명을 총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외부 일정에 따라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대신 재무처장에게 전달했다.
ⓒ 돈만 쌓는 학교에 맞선 이화여대 학생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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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상업 시설이 자리 잡은 공간에 학생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협동조합 매점이나 학생식당 등의 공간과 학생 자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이화여대 학생 7명이 모여 '돈만 쌓는 학교에 맞선 이화여대 학생들의 도전'(아래 도전)이라는 조직을 꾸렸다.

'도전'은 상업 시설의 유치가 교육여건 향상에 진정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학교는 상업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재학생들에게 환원한다는 입장이지만 '도전'은 상업 시설의 높은 가격은 물론이고, 중앙동아리만 해도 5곳이 입주할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상업 시설에 대한 공간 배정이 학생 복지와 상충된다고 비판한다.

'도전'의 조진영(22)씨는 "학교는 운영비 확보 차원에서 상업 시설을 유치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학교 직영이나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아닌 이상 상업 시설은 학생들 대상으로 고가의 가격에 이윤을 내기 위해 입주한 것"이라며 "학교가 학내 물가를 조절하는 데 관심이 없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도전'은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2주 동안 866명의 학생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서명 내용은 상업시설 입찰과 관련한 정보 공개와 임대료 수입 전면 공개, 학교와 논의할 수 있는 기구 마련 등 총 세 가지다. 현재 학교에선 계약조건과 임대료 세부 내역 등에 대해 기밀이란 이유로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화여대는 전국 사립대 중 교비 적립금 1위로,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 2010년 6568억 원 ▲ 2011년 6848억 원 ▲ 2012년 7587억 원 ▲ 2013년 7868억 원으로 불과 4년 만에 적립금을 1300억 원 늘렸다.


태그:#대학, #상업, #이화여대, #서울대, #사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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