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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우리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은 종 다양성의 해였고, 2011년은 산림의 해였고, 2012년은 세계 협동조합의 해, 2013년은 물 협력의 해였죠. 2012년을 제외한 나머지 3년의 공통점이 뭔가요? 환경입니다. 전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유엔에서는 한 해를 특정한 주제의 해로 정해서 함께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협동조합, 전세계적 관심사

그런데 2012년은 세계협동조합의 해입니다. 왜 그럴까요? 협동조합이 환경문제처럼 전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일까요?

2012년이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해진 때는 2009년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죠. 유엔에서 여러 나라들의 피해상황을 살펴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협동조합이 튼실한 곳은 기업의 부도도 잘 안 나고, 실직도 적을 뿐더러 오히려 고용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죠.

2012년은 UN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해였습니다.
 2012년은 UN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해였습니다.
ⓒ 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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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요? 협동조합은 돈을 잘 벌어서? 그렇지 않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협동조합도 매출이 떨어지고,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스페인 몬드라곤의 파고르는 최근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파고르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협동조합 중 하나였습니다. 협동조합이 만능도 아니고, 시장경제에서 무조건 살아남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이 어려운 가운데 신규고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위기의 피해를 덜 볼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나눔의 마법' 때문입니다. 공동체를 위하고, 공익을 목표로 사업을 운영하고, 협동조합의 잉여생산물을 보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자격으로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분은 주식회사를 하라고 권해드립니다. 협동조합을 하는 분들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주식회사, 비영리법인과 비교되는 협동조합의 중요한 특징은 공동의 필요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주식회사, 비영리법인과 비교되는 협동조합의 중요한 특징은 공동의 필요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 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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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정의하는 3가지 키워드

협동조합 교육을 아무리 받아도 협동조합이 뭔지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협동조합을 정의하기 위한 3가지 열쇳말을 꼭 기억해주셔야 합니다.

첫째,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를 기반으로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식회사는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고, 비영리법인은 공익을 목표로 합니다. 이에 반해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을 단체의 목표로 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섬에 3가구만 산다고 할 때 3가구가 주식회사에게 인터넷을 설치해 달라고 하면 관리, 설치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요금 수익이 낮기 때문에 해주지 않습니다. 비영리법인은 어떠할까요? 여기도 역시 우리가 지출하는 비용에 비해 사회적 가치가 많이 나와야 인터넷 선을 깔아줍니다. 만약 3가구의 연평균 소득이 10억 원인 부자 동네라면 깔지 않겠죠.

그럼 협동조합은 어떠할까요? 협동조합은 외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즉, 우리가 십시일반 자금을 모으고 노력을 모아 인터넷을 우리 스스로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 3가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차분히 내부 간담회를 해보니 정작 1가구는 이 섬의 주택을 별장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굳이 인터넷을 설치할 필요가 크지 않았던 것이죠. 또 다른 가구주는 사실은 인터넷 중독자여서, 스스로를 인터넷 환경으로부터 떨어뜨리기 위해 이 섬으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함께 인터넷을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 3가구가 논의를 해서 정말로 필요하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이 필요를 위해 출자할 수 있는 자금, 활용할 수 있는 기술, 투입할 수 있는 시간 등을 고려하고, 그에 맞추어 사업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필요가 있더라도 내·외부 자원이 부족하다면, 새로운 사람을 끌어들이거나 할 수 있는 선에서 타협을 봐야겠죠.

둘째, 협동조합은 '사업체'라는 것입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 정의, 미국농무성 정의, 우리나라 협동조합기본법 정의에 모두 나오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사업체를 통하여'입니다. 우리가 협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사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합니다. 사업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사업을 잘 운영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협동조합 사업을 하다가 출자금을 몽땅 잃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협동조합이라는 기업 형태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모델이기도 합니다. 200년 동안 유지되며 시간의 힘을 이겨낸, 검증된 기업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여러분의 사업에 걱정되는 점들을 모두 떨쳐줄 수는 없습니다. 계속 얘기하듯이 협동조합은 만능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협동조합 기업 모델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고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은 '결사체'입니다. 좀 더 와 닿는 말로 '규칙이 있는 모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사업은 주식회사와는 다릅니다. 사람이 중심이 된 기업모델입니다. 사업에 못지않게 모임이 중요한 셈이죠. 주식회사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초인적 영웅이 한 기업을 먹여 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한 사람이 잘한다고 조직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는 기업모델입니다.

또한 이 모임에는 미리 정해졌거나 여러분들이 만들어야 할 다양한 규칙들도 있습니다. 이 규칙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필요를 사업으로 만든 규칙 있는 모임"

자, 이렇게 3가지 키워드를 묶어서 협동조합을 쉽게 풀어봅시다. '우리들의 필요를 사업으로 만든 규칙 있는 모임'이라고 얘기해봅시다. 앞서 얘기했듯이 필요를 느끼더라도 이를 모두 사업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 불편한 것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정말로 우리는 사업이란 위험을 안고 갈만큼 절실하게 필요한가요?

이제 여러분은 협동조합을 위해 모인 사람들과 함께 솔직한 얘기들을 해봐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사업' 보다는 '모임'이 좋아서 모인 분도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사업체이면서 결사체이고, 결사체이면서 사업체입니다. 이 두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묶어주는 것은 '공동의 필요'입니다. 어떠세요? 이제 누가 "협동조합이 뭐냐"라고 물어본다면 3가지 키워드를 기억하며 말씀하실 수 있겠죠? 다음 시간에는 협동조합의 중요한 규칙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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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주수원 기자는 오마이스쿨에서 <협동조합 A to Z>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보다 쉽고 재미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도 <협동조합 A to Z> 연재를 통해 협동조합 관련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태그:#협동조합, #협동조합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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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연구자, 청소년 교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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