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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9시 뉴스를 통해 지난 8월 31일 보도된 '세월호 여론조사'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국민들은 유가족의 손을 확실히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재합의안에 대해 '다시 협상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53.7%)했고, 유가족이 요구하는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58.3%)은 반대(38.6%)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의견도 60.6%에 달했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조선일보>가 보도한 지난 8월 28일의 여론조사 결과와 KBS의 여론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특별법 재합의안, 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여∙야∙유가족 3자협의체 구성 등 동일한 주제에 대해 물었는데 결과는 상반됐다. 선거로 치면 당선자가 바뀌는 수준이다.

두 언론사와 함께 작업한 조사기관은 <미디어리서치>로 동일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8월 26일에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KBS>는 8월 30일이었다. 조사시기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유사한 질문에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KBS 세월호 특별법 여론조사, 유가족 손을 들어준 추석 민심

지난 8월 28일 <조선일보>의 세월호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된 직후 새누리당은 환호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44%에 불과했다. 반대(수용해야 한다) 의견이 49%로 더 높았다. 응답자의 64.5%는 야당의 장외투쟁에 '동의 안 한다'는 입장으로 나타났다. 그 밖의 항목에 있어서도 여론조사결과 새누리당의 손을 확실히 들어주는 듯 보였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에 게재된 사설 "'장외투쟁 반대' 野 온건파 입장이 국민 다수의 뜻이다"를 통해서 새정치연합의 백군기 의원의 "왜 내가 만난 국민과 (강경파) 의원들이 만난 국민이 다르냐. 세월호 유가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 목소리"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백 의원 같은 온건파의 생각이 국민 다수의 뜻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8월 31일 발표한 KBS의 여론조사 결과는 달랐다. 야당에 대해서는 '국회 등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세월호 관련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면 유가족 손을 확실히 들어줬다.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에 대해 '다시 협상해야' 53.7%, 재합의안대로 통과해야 41.6%로 조사됐다. 지난 8월 19일 여야 특별법 재합의안에 유가족들이 반발하면서 양측의 극한대립이 시작됐다. 이런 정국 가운데 다수 국민들은 유가족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불과 3일 전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31일 <KBS>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7%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에 대해 '다시 협상해야'한다고 답변했다. '원안대로 통과해야'는 41.6%.
▲ 다시 협상해야 53.7% 31일 <KBS>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7%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에 대해 '다시 협상해야'한다고 답변했다. '원안대로 통과해야'는 41.6%.
ⓒ KBS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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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KBS>가 보도한 세월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3%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38.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해야 31일 <KBS>가 보도한 세월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3%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38.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 KBS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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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에 대해 응답자의 58.3%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38.6%에 불과했다. 또한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여∙야∙유가족의 '3자 협의체' 구성안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65.8%에 달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32.3%였다.

세월호 여론조사의 핵심은 결국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여부로 귀결된다. '3자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는 '특별법' 내용의 핵심도 조사위원회 권한에 대한 것이며, 유가족이 재협상안에 반발한 까닭 역시 조사위원회 권한 강화에 있기 때문이다.

이 핵심사안에 대해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가 '수사권∙기소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3일 전 <조선일보>의 같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7.3%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필요하다'로 답한 43%를 웃돌았다. 역시 정반대의 결과다.

단순하게 묻지 않은 <조선>, '세월호 vs 경제' 부각 의도 엿보여 

[조선-미디어리서치 세월호 여론조사 '진상조사위원회' 관련 항목]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대책위는 진상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고 하지만, 새누리당은 민간인이 직접 가해자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법원에 기소할 경우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OO님께서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세월호 특별법의 쟁점항목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질문이다. <조선일보>는 야당과 유가족을 언급하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고 단순하게 기술했다. 반면 새누리당을 언급할 때는 '민간인이 직접 가해자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라는 표현을 넣었고, 이 결과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는 부연설명을 포함했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으로 표현하고, 새정치연합을 언급하면서는 '일부'라는 표현을 넣은 점도 눈에 띈다.

이러한 <조선일보> 여론조사에 대해 설문항목의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미디어오늘>은 8월 28일 "'야당, 세월호 반정부 투쟁 치중' 조선일보 여론조사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위에 언급한 설문항목을 인용했다. 기사는 "이 내용 역시 야권에 불리한 쪽으로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문항에는 '민간인 가해자 조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매우 부정적인 표현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조선일보>는 세월호 특별법과 '경제관련법'과 묶어서 질문을 던졌다.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다른 경제 관련 법안도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세월호 특별법과는 별개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 질문에 응답자의 78.5%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머리기사 제목으로 올렸다.

계류 중인 다른 법안들이 많이 있음에도 유독 경제관련법을 분리해 질문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8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경제 살려야 하는 골든타임이 있다고 하면서, 내년에 할 건가? 내후년에 할 건가?"라며 경제를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 26일 진행된 해당 조사가 '세월호의 경제적 여파'에 집중하는 대목을 그냥 흘리기 어렵다. 이 신문의 '세월호 vs 경제' 질문은 이어진다.

[조선-미디어리서치 세월호 여론조사 14번째 항목]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여당과 야당의 대치 상황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위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2.2%가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했고 <조선일보>는 이를 1면 기사에 반영했다.

<조선일보>는 8월 28일자 보도를 통해 '세월호법과 경제법을 따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78.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 8월 28일 조선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조선일보>는 8월 28일자 보도를 통해 '세월호법과 경제법을 따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78.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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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웠던 유가족들에게 큰 힘 실어준 <KBS> 여론조사

"제동씨가 만난 일반인들의 말을 전해 주세요. 보통 사람들이 유족들을 어떻게 보는지."
"...유가족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 냉정하게 말해서 여러 가지 시선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그런 것들 함께 싸워나갈 수 있고 공감해 나갈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이 마음 모아나가고 있으니까요... 시선들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어떤 말이 제일 상처가 되세요. 무슨 얘기?"
"'그만 좀 해라' 이런 말요."

지난 8월 29일, 방송인 김제동씨가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섰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하실 말씀 있습니까?"를 물었고 잠시 후 세월호 유가족 아버지가 "사람들이 유족들을 어떻게 보는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만 좀 해라"는 말이 가장 상처가 된다고 유가족 어머니는 말했다. 유족들은 '여론'에 큰 부담을 느끼는 중이었다.

지난 8월 28일 <조선일보> 여론조사 결과에 환호했던 새누리당과는 달리, 유족들은 외로움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들은 지난 8월 29일 찾아온 방송인에게 '시중의 여론'을 물었다.

8월 31일 KBS가 보도한 여론은 달랐다. 유족들이 반대하는 특별법 재협상안은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했고, 유족이 요청한 여∙야∙유가족 '3자 협의회는 필요하다'고 했으며,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 부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수의 국민들은 특별한 해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유가족의 입장을 지지해 줬다.

또한 KBS에 따르면 60.6%의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필요 없다'는 의견은 38.7%에 불과했다. 추석 민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확실해졌다.

박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그들의 주장을 들어주기를 다수의 국민들이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 4월과 5월에 박 대통령이 수차례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태그:#세월호 여론조사, #KBS,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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