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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일주일도 안됐어요. 매출액은 20만 원? 잘하시는 분들은 한 달에 400만~500만 원도 번다고 해요."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김초영(37·가명)씨는 최근 세무서에 가서 신분증을 내고 사업자등록 절차를 마쳤다. 자신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카카오스토리'에서 유아복을 팔기 위해서다.

장사는 태어나서 처음이지만 벌써 3건이나 주문을 받았다. 고객은 평소 안면이 있는 지인들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 식"이라면서 "작년부터 (장사)한 분들은 상당히 잘 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SNS 공간에서 지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창업 붐이 일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부 판매점에서는 탈세나 가품 불법 판매 등의 부작용도 관측된다.

카카오스토리에서 직접 제작한 물품들을 파는 판매자들이 올린 상품사진.
 카카오스토리에서 직접 제작한 물품들을 파는 판매자들이 올린 상품사진.
ⓒ 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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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복·반찬·화장품...주부들이 주 고객"

카카오스토리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SNS서비스다. 올해 2분기 기준 하루 이용자 수는 2404만 명. '페이스북'처럼 자신의 게시물과 '친구'의 게시물을 함께 감상하고 게시물에 댓글이나 추천 표시를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카카오톡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카카오스토리는 다른 SNS에 비해 실제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 밀접하게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와 비슷한 인맥 구조다.

김초영씨는 이런 점을 이용해 카카오스토리에서 창업을 하는 주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고객 수급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판매 품목은 주로 유아복·반찬·화장품·액세서리 등이다. 김씨는 "요즘 맞벌이 아니면 어려운데 결혼하고 애 낳으면 다시 직장 들어가기가 힘들다"면서 "아무래도 지인들이다 보니 인정상 사주는 것도 있고 품질이 좋으면 지인들의 지인들도 공유를 타고 들어오니 장사가 쉽다"고 말했다. 

그는 동대문에서 애기 옷을 떼어다 사진을 찍어 자신의 '스토리'에 올린다. 원가 대비 마진율은 40~50%. 시중 판매가에 비해 가격이 크게 싼 편도 아니다. 하지만 주부들은 '같은 엄마'가 파는 물건에 지갑을 연다.

특히 아이가 있어 '오프라인 쇼핑'이 불가능한 주부들의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김씨는 "어린 애기들이 있으면 데리고 시장 나가고 하는 것 자체가 큰 일"이라면서 "집에서 아는 사람에게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살 수 있는 게 엄마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점"이라고 말했다.

"사업자 등록 안 하고 '탈세 판매' 열 올리는 판매자도"

'지인 판매'의 이점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을 하다가 카카오스토리로 온라인 점포를 확장한 사업자들도 많다. 구두와 아동복 쇼핑몰을 운영하는 안아무개(31)씨는 "카카오스토리가 매출이 더 잘 나온다"고 말했다.

"쇼핑몰은 광고를 해야 하거든요. 쇼핑몰 잘 될 때 월매출이 300~400만 원 정도였는데 이건 광고비가 들거든요. 근데 카카오스토리는 그냥 물건 사진 찍어서 올리면 친구들이 보고 주문을 하니까 더 이득이죠."

초보자도 어느 정도 이익이 남으니 경쟁도 심해지는 추세다. 안씨는 "경쟁이 심한 업종에서는 사업자등록도 안 하고 장사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안씨의 카카오스토리 친구는 약 200명. 그는 "친구 중 70명이 온라인 점포를 가지고 있고 30명가량은 법적으로 사업자가 아니다"라면서 "세금을 안 내는 만큼 물건 가격을 낮추는 수법을 쓰기 때문에 장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좀 난감하다"고 말했다.

친지나 지인을 대상으로 한 장사다 보니 일부 판매자들은 자신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자각을 아예 못한 상태에서 탈세를 하기도 한다. 자신의 스토리를 통해 액세서리를 파는 손유미(가명)씨는 "사업자 등록증 없이 지인들에게 월 40만 원가량의 장신구를 팔아왔다"면서 "친구와 거래할 때도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행위를 할 때는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김태수 국세청 부가가치세과 사무관은 "사회통념상 상업성을 가지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정도의 영업활동을 계속적으로 반복할 때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인 대상이라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상업성을 지닌 '장사'일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스토리에서 거래되는 '짭퉁' 명품들. 카카오톡을 이용해 1:1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하기 어렵다.
 카카오스토리에서 거래되는 '짭퉁' 명품들. 카카오톡을 이용해 1:1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하기 어렵다.
ⓒ 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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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명품 판매자들 많지만 사실상 제제 어려워

자신과 '친구'를 맺은 고객에게만 상품이 공개되는 폐쇄성을 이용해 '짝퉁' 명품을 파는 판매자도 있다. 이들은 게시물에 가격도 공개하지 않고 판매 의사를 보이는 고객에게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1:1로 물건을 판매한다.

카카오스토리에서 1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최아무개(30)씨는 "스토리를 통해 공유 이벤트를 걸고 커스텀급 가품을 파는 사람이 많다"면서 "특히 샤ㅇ제품의 경우 올라오는 족족 다 팔린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스토리에는 타인의 게시물을 자기 스토리에 공유하는 기능이 있는데 가짜 명품 판매자들이 공유를 하면 사은품을 주는 식으로 이벤트를 걸어 홍보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아기 엄마들이 이 메이커를 매우 선호한다"면서 "슬리퍼, 손거울, 핸드폰 충전기 등 액세서리류가 매우 많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가품 판매나 불법적인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재기준이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스토리 내에는 사용자들이 문제가 있는 게시물을 '신고'하는 기능이 있는데 신고가 들어오면 확인하고 노출 차단 등 적당한 조처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고가 없이 이들 불법 판매자들을 찾아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카카오톡 대화도 그렇고 카카오 스토리도 그렇고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카카오에서는 확인하거나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그:#카스, #카카오스토리, #짭퉁, #명품, #유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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