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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일 오후 7시 12분]

경주 방폐장의 하역동굴 모습
▲ 경주 방폐장 경주 방폐장의 하역동굴 모습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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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운동연합(아래 환경연합)은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 평가서(2013년)와 경주 방폐장 안전성 분석보고서(2008년) 등을 포함해 자체 입수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경주 방폐장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 지역에 건설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일부 부지는 그보다 움직임이 더 활발한 '활동성단층' 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주 방폐장 안전성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진 가능성 높은 '단층 밭' 경주 방폐장, 알고도 은폐했나?

경주 방폐장의 활동성단층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작성한 월성원전 1호기의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에 기재됐다. 원전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방폐장의 단층을 감안한 자료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경주 방폐장과 관련한 보고서가 공개된 적은 없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 방폐장과 관련한 거의 유일하게 공개된 자료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설계기준을 초과한 대형 자연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했을 때 원전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안전성 검사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유럽연합(EU)이 처음 도입했다.

그림은 한수원이 실시한 월성 1호기의 스트레스트 테스트 보고서에 게재된 최대 지진에 의한 부지가속도 표다. 16번에 방폐장부지 단층이 표시돼 있다.
▲ 지진에 의한 부지가속도 그림은 한수원이 실시한 월성 1호기의 스트레스트 테스트 보고서에 게재된 최대 지진에 의한 부지가속도 표다. 16번에 방폐장부지 단층이 표시돼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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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에서 눈여겨 볼 것은 한수원도 지진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점이다. 월성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 2장을 살펴보면 '지진에 의한 구조물 계통 기기 안전성'에서 최대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으로 '방폐장부지단층'이 평가되었다. 규모는 5.2도다.

또 테스트 과정에서 활상단층 중 일부는 활동성단층인 것으로 평가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원전 규제기준에 의하면, 원전은 활동성단층에 대한 지진 평가를 해야 한다. 원안위의 원전 규제기준의 기초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기준에 따르면, 3만5000년 전 이내에 1회 또는 50만 년 전 이내 2회 이상 활동이 있던 단층을 '활동성단층'으로 분류한다. 활성단층보다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단층이 활동성단층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방폐장 부지와 인근에는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다수 분포돼 있다. 활성단층은 약 18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1회 이상의 단층운동을 했다는 증거가 되는 단층을 가리킨다.

경주 방폐장 터의 지질구조에 대해 설명한 그림.
▲ 지질구조모델 평면도 경주 방폐장 터의 지질구조에 대해 설명한 그림.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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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금껏 확인된 경주 방폐장 부지의 활성단층은 Z21, Z22, Z23, Z31, Z32-2 등이다. 이중 방폐장 부지에서 500m 이내 위치한 Z21 단층은 34만8000년 전에 최후 운동을 한 뒤 현재까지 4회 이상 활동을 했다. 방폐장 부지를 가로지르는 Z22 단층은 52만7000년 전에 1회 움직인 적이 있으며, Z31 단층은 20만9000년 전에 최후 운동을 했으며, 지금껏 모두 3회 이상 활동했다.

주목할 것은 한수원도 지진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점이다. 월성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 2장을 살펴보면 '지진에 의한 구조물 계통 기기 안전성'에서 최대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으로 '방폐장부지단층'이 평가되었다. 규모는 5.2도다.

또 테스트 과정에서 활상단층 중 일부는 활동성단층인 것으로 평가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원전 규제기준에 의하면, 원전은 활동성단층에 대한 지진 평가를 해야 한다. 원안위의 원전 규제기준의 기초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기준에 따르면, 3만5000년 전 이내에 1회 또는 50만 년 전 이내 2회 이상 활동이 있던 단층을 '활동성단층'으로 분류한다. 활성단층보다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단층이 활동성단층이다.

이외에도 환경연합은 F31~33 단층까지 추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경주 방폐장 부지가 말 그대로 '단층 밭'이라는 증거다. 결국 원전 당국이 각종 보고서에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단층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공사 강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거짓과 왜곡된 부지 평가결과

경주 방폐장 안전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당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환경연합은 부지 후보 조사와 관련한 총 네 종류의 보고서를 확보해 공개했다. 당시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부지선정위원회는 '부지안전성 평가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록했다.

부지선정위원회는 2005년 5월 경주 방폐장 후보 부지 조사 보고서(표1)에서 확인된 암질지수 평균 21~35% 비율을 평가결과 보고서(표2)에서는 대체로 60~80%로 거짓되게 기록했다.
▲ 거짓된 평가서 부지선정위원회는 2005년 5월 경주 방폐장 후보 부지 조사 보고서(표1)에서 확인된 암질지수 평균 21~35% 비율을 평가결과 보고서(표2)에서는 대체로 60~80%로 거짓되게 기록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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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부지안전성 평가결과 보고서의 기초가 된 같은 해 5월 작성된 '방폐장 후보 부지 보고서'에는 RQD 지수(암질지수)의 평균이 21~31%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부지선정위원회는 평가결과 보고서에서 '대체로 60~80%의 범위를 보인다'고 게재했다. 이는 부지선정위원회가 경주 방폐장 부지의 암반이 불량하단 사실을 인지하고도 양호한 암반으로 바꾸어 평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증거다.

RQD 지수는 특정 지층내 굵은 암반의 포함 비율로, 수치가 높으면 암반이 단단하고 낮으면 암반이 무르거나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당시 조 의원과 환경연합은 경주 방폐장 부지의 암반이 덜 단단한 데다 암반 사이 틈이 벌어져 있어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바닷물 지하수, 유출 가능성 커

또 다른 위험요인은 경주 방폐장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다. 현재 경주 방폐장에서는 유속이 빠른 상당량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다.

그림은 바닷물 지하수가 사일로에 유입되는 과정 및 유출 경로 등을 알기쉽게 정리한 것이다.
▲ 방사능 오염 지하수 유출 경로 그림은 바닷물 지하수가 사일로에 유입되는 과정 및 유출 경로 등을 알기쉽게 정리한 것이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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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의하면 방폐장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는 터널동굴을 통해 한 곳에 모은 뒤 이를 양수 펌프를 이용해 외부로 빼내고 있다. 또, 한 때 5000톤까지 흘러나오던 지하수는 그라우팅 공법의 차수벽(물박이벽) 공사로 인해 하루 평균 1300톤까지 줄어든 상태라고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밝히고 있다. 그라우팅 공법은 지반 개량이나 용수(湧水)의 방지를 위해 땅 속의 공극에 시멘트 풀을 압입하는 공법을 말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약 60년 후에는 지하수를 외부로 빼내던 양수펌프가 운영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방폐장의 모든 시설은 지하수에 잠길 수 있다. 더욱이 지난 2005년 후보 부지 조사단계에서부터 방폐장 부지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에 소금기가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라면 수장된 방폐장 안으로 유입된 바닷물 지하수가 사일로 안으로 침투 핵폐기물을 담은 드럼통을 부식 시킬 수도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외부로 유출될 확률이 커진다는 뜻이다. 사일로는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는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경주 방폐장에는 6개의 사일로가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현재 지하수 유출을 차수벽으로 낮춘 것에 대해 보통 6~10년 정도 후에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아직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이 100년을 넘는다는 게 입증된 바가 없다며, 방폐장 수장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에 따르면 경주 방폐장의 수명은 300년 이상이다.

반면, 지난 2005년 부지선정위원회는 '경주 방폐장 부지가 지하수에 의한 영양이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한, 지난 2008년 경주 방폐장의 지하수 영향 평가 모델링 작업을 하면서도 지표조사 자료만을 반영해 지하수가 과다유출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방폐장 처분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에 의하면 ▲ 지하수위는 자연현상에 의한 변동과 계절적인 변동이 크지 않을 것 ▲ 지하수 유동 및 유속은 작을 것 ▲ 방사성 핵종의 예상 지연시간이 핵종이 붕괴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곳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각종 보고서가 엉터리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로만 봐도 원전당국이 경주에 방폐장을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왜곡되고 거짓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주 방폐장 부지 내에는 활(동)성 단층은 없"으며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건설·운영허가는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건설·운영 허가를위한 부지특성조사단계에서 확인된 5개 단층(Z21, Z22, Z23, Z31, Z32)은 지질구조 및 단층연대 분석 등을 통해 활(동)성단층이 아님을 확인하였으며, 건설과정에서 확인된 5개 단층(F1, F2, F31, F32, F33)도 동일한 분석을 통해 활(동)성단층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경주 방폐장 부지에서 활성단층까지 나왔으니 안전성 논란은 더 거세질 것"이라며 "원전은 30년 수명이 끝나면 해체된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을 누군가는 떠안고 살아야 하는데, 이를 일부 지역민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 안전위원회 자체 기준 등에 '활성단층'과 '활동성단층'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고 심사보고서에서는 '활동성 단층'을 평가하고 있음에도 이를 부정하는 것은 논란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누리집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경주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 #원자려안전위원회, #방사능폐기물처리장, #활동성 단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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