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듀오 페퍼톤스

남성듀오 페퍼톤스 ⓒ 안테나뮤직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한없이 화려하고 도드라진 소리가 주목받던 시대를 지나, 이제 다시 옛날 느낌 물씬 나는 친숙한 소리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대부분 음원으로 음악을 접하지만, 한정판 LP를 찍어내는 가수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한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가도 결국은 편안한 옛것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4일 정규 5집 <하이파이브(HIGH-FIVE)>를 발표한 남성듀오 페퍼톤스(이장원 신재평)도 그랬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빈티지 사운드'에 무겁지 않은 이야기를 얹었다. 세련된 느낌은 조금 덜 할지라도, 거칠고 투박하지만 익숙하기에 더욱 정겹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만 집중하진 않았다. '듣는' 음악 못지않게 '보는' 음악도 강조했다.

"사운드는 빈티지로 뽑았지만, 인터넷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었다. 요새 음악을 듣는 방법을 이야기하다가 '재킷을 보면서 감상하는 시대는 지났다.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듣는 시대인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음악이 집중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영상을 붙여서 보는 재미를 더했다."(이장원)

그 결과, 14곡 중 10곡의 뮤직비디오가 탄생했다. 전곡 다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그러지 못했단다. "그동안 화려한 뮤직비디오를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다"고 운을 뗀 신재평은 "노래의 정서와 들어맞는 영상을 보여주면 그것이 뮤직비디오지, 엄청난 욕심을 낼 필요는 없지 않으냐"면서 "마음을 비웠다"고 미소 지었다.

함께 달려온 10년..."표현 달라졌지만 기분 좋은 음악 했다"

 남성듀오 페퍼톤스

ⓒ 안테나뮤직


음악의 소비 패턴을 고민했다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내놓은 것은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디지털 싱글이 아니라 무려 14곡이 담긴 정규 앨범이다. 이장원은 "음반 문화를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은 것도 우리가 유투브에서 음악을 검색해서 듣는 모습을 느꼈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우리가 아주 대중적으로 유명한 팀이라면 재밌는 아이디어를 실험하겠지만, 우리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약간 마니아 위주다 보니까 크고 재밌는 실험을 하기에는 겁이 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영역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를 고민하려고 했다. 낯설지 않은 수준에서 변화를 주려고 한 거다."(신재평)

지난 2004년 EP < A Preview(어 프리뷰) >로 데뷔한 지 10년. 24살의 풋풋한 청춘이던 두 사람은 어느덧 34살이 되었다. 더이상 막내가 아닌 나이다. 최근 발표했던 앨범에서 아쉬운 점이 많이 들리는 것과 달리, 초기의 음악은 '진짜 열심히 했다'고 감탄하게 된다고. 이장원은 "표현 방식은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음악을 만들어왔다"고 자평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 들지 않았으면' 했는데 이제는 억지를 쓸 수가 없다. 그렇게 (나이가) 많지도 않고, 완전 새파란 젊음이지도 않은 앨범이 나오는 것 같다. 이번 앨범에도 회상이 좀 들어가 있다. 아련한 기억에서 청춘이 묻어난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을 내고 비슷한 세대에게서 호평을 많이 들었다. 공감됐나 보다."

"방송에 대한 두려움 적어져...계속 음악인이고 싶다"

 남성듀오 페퍼톤스

ⓒ 안테나뮤직


지난 10년을 상상하지 못하고 달려왔듯, 페퍼톤스는 앞으로의 10년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은 홍대 지하실에서 녹음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상상 이상으로 잘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에는 TV에 출연하는 것을 꺼렸다지만, 이제는 소속사 선배인 유희열과 정재형 등을 보며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음악을 잘하는 것과 예능을 잘하는 것은 다른 탤런트인 것 같다. 다 잘하는 선배들을 보면 부럽지만, '기회만 오면 우리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은 잘 안 한다. 그렇다고 배타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는 않을 뿐. 지금까지는 음악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 왔다."(신재평)

이장원은 "(유)희열 형, (정)재형 형을 보면서 방송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적어졌다"고 했지만, 신재평은 "기본적으로는 계속 음악인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만든 음악을 통해서 사랑받고 싶다고. "10년 뒤에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고 싶다"는 게 두 사람의 바람이다.

페퍼톤스는 현재 클럽투어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에서 활동한 적은 없지만, 페퍼톤스의 음악을 접한 해외 팬들이 조금씩 클럽공연에 찾아오고 있다. 이들은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한 이후, 해외 팬들이 늘었다"고 쑥스러워했다.

"클럽공연이 끝나면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연말에도 일을 벌여볼까 계획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페퍼톤스 이장원 신재평 몰라요 클럽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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