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통령 풍자를 이유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걸리지 못한 <세월오월>의 홍성담 작가가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물론,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죽어버린 광주'에 자신의 작품을 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죽은' 광주에 작품 안 건다" 대통령 풍자를 이유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걸리지 못한 <세월오월>의 홍성담 작가가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물론,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죽어버린 광주'에 자신의 작품을 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김우리

관련사진보기


"<세월오월>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중략) 결국 늙고 병든 몸으로 고향에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때까지 저는 이미 죽어버린 광주에서 저의 작품을 일체 전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 풍자를 이유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걸리지 못한 <세월오월>의 홍성담 작가가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물론,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죽어버린 광주'에 자신의 작품을 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 작가는 24일 오후 4시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뜻을 전했다. 홍 작가가 준비한 A4용지 네 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에는 자신이 1980년 5월부터 해 온 작품활동의 의미와 <세월오월>이 지닌 참뜻, 자신이 광주에 작품을 전시하지 않기로 한 이유 등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이날 홍 작가는 격한 문구로 미술계 전반과 광주비엔날레재단, 광주시 등을 겨냥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두고 논란이 된 이번 사건의 힘겨루기에서 결국 밀려나고 말았다.

"작품 일부만 보고 이러쿵저러쿵" 미술권력·광주시장에 쓴소리

홍성담 작가와 보조작가들이 <세월오월>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홍성담 작가와 보조작가들이 <세월오월>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 작가는 <세월오월>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림의 특정 부분이 마치 작품의 전부인 양 알려졌고, 그로 인해 작품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걸개그림 <세월오월>은 자신도 치유받지 못한 광주시민군들이 부러진 총으로 비유된 목발을 짚고 상처받은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해서 달려가야 하는 우리 현실의 슬픈 드라마가 연철돼 있다"며 "조선후기 민화의 화려한 채색 뒤에 비극의 아우라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평가들이 실제 원작 전시를 보지 못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부분 이미지만으로 이러쿵저러쿵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불성실한 태도"라며 "이렇게 전문성을 결여한 비평행위는 건강한 창작풍토를 위해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미술계의 누적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홍 작가는 "행정관료가 창작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푼돈을 내세워 예술가와 전시기획자에게 갑질하는 행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땅에서 올바른 예술이 창작되기는 어려울 일"이라고 비판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과 광주시에도 쓴소리를 했다. 홍 작가는 "비엔날레 전문가는 비엔날레 이사장인 광주시장에게, 비엔날레 이사장인 광주시장은 비엔날레 전문가에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지루한 핑퐁게임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세월오월> 전시 여부를 두고 어느 누구도 책임있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미술권력'을 향해선 "광주비엔날레와 광주시립미술관 점령에만 몰두하는 더러운 욕망의 배출을 멈추길 바란다"고, 윤장현 광주시장을 향해선 "(이번 논란은) 우유부단한 성격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직시하라"고 말했다.

'사퇴의사 표명' 담당 큐레이터, 복귀할 듯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오월>이 걸릴 예정이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 부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도 자리했다. 윤 교수는 10일, 이 대표는 18일 각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오월>이 걸릴 예정이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 부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도 자리했다. 윤 교수는 10일, 이 대표는 18일 각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 김우리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날 기자회견엔 <세월오월>이 걸릴 예정이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 부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도 자리했다. 윤 교수는 10일, 이 대표는 18일 각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검열·수정·유보 이어 사퇴까지... '대통령 풍자'의 최후, <세월오월> 전시불가, 윤장현 광주시장만 문제다?).

홍 작가는 "윤범모 교수가 복귀해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며 윤 교수의 큐레이터직 복귀를 요청했다. 이는 <세월오월> 전시불가로 인해 동료 작가들이 작품전시를 거부하는 등 광주비엔날레 진행을 위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미이다(관련기사 : "광주비엔날레, 치욕... 나도 작품 안 걸겠다").

이에 윤 교수는 "직무에 복귀해 이번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도의적 책임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항의로만 비춰져 안타까웠다"며 "이미 자신의 작품을 철거했던 작가들과 작품 철거를 예고한 작가들 역시 대승적 입장에서 재고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홍 작가는 비엔날레재단에게 <세월오월>을 반환해줄 것과 <세월오월>이 걸리기로 했던 자리에 '오월길을 여는 100인의 5·18릴레이아트'에서 제작한 걸개그림 전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시계약과 제작 지원비 반환 문제 등이 있지만 작품은 특정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작가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릴레이아트 작품이 걸릴 수 있도록 큐레이트 등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태그:#세월호, #홍성담, #광주비엔날레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