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무>의 공식 포스터

영화 <해무>의 공식 포스터 ⓒ 영화 <해무> 공식 홈페이지


영화 <해무>의 관람은 다소 즉흥적으로 결정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볼 생각에 <해적>과 <해무>의 예고편을 보여드리고 선택권을 넘겼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백지상태에서 무거운 영화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가득했다.

마치 왜 청소년 관람 불가인지를 말해주듯이. 피가 나오고 정사신도 여럿 등장한다. 이런 장면들로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영화 <해무>가 묘한 점은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흡인력이 대단하다.

<해무>는 IMF가 한창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불경기로 인해 여수 바다의 배들이 줄줄이 폐선을 당하면서 철주(김윤석)의 배 '전진호'도 위기를 맞는다. 생계의 위협을 느낀 철주는 결국 밀항자들을 육지로 옮겨 주는 일을 맡게 된다. 철주 외에 5명의 선원들도 이에 동참한다. 영화 <해무>는 순탄치 않은 밀항의 과정과 그 사이에서 인물들이 겪는 감정 변화를 다룬 영화다.

<해무>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시나리오를 쓴 심성보 감독의 데뷔작이다. 봉준호 감독과 심성보 감독은 <해무>에서도 각본을 함께 쓰며 호흡을 맞추었다. 이 때문에 <살인의 추억>에서 느껴졌던 빠른 전개가 <해무>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리고 인물들의 캐릭터와 역할이 선명하게 표현됐다.

<해무>가 바다 위 뿐 아니라 관객 머릿속까지 자욱한 안개로 채워

영화 초반에 인물 한 명 한 명에 집중하며 충분히 관객에게 설명한다. 덕분에 '전진호'의 위기가 닥쳤을 때 그들이 돌변하는 모습이 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 배테랑 연기자들의 열연을 비롯해 배우 박유천(동식 역)과 한예리(홍매 역)의 재조명과 발견도 해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소재의 활용도 눈에 띈다.

'라면'은 선원 동식(박유천)과 중국 동포 홍매(한예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 관객에게 여운으로 남겨주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분명 <해무>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잘 조합되어 러닝타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 <해무>에서 홍매 역을 맡은 한예리.

영화 <해무>에서 홍매 역을 맡은 한예리. ⓒ 해무 공식 홈페이지


그럼에도 <해무>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영화다.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과 다소 과하다고 생각되는 정사신 때문이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정말 인간은 저리도 잔인하게 변할 수 있는걸까?', '끊임없는 욕망과 노골적인 야수성은 인간이 아닌 동물의 모습이 아닌가?'란 의문이 남는다. 물론 영화 속 만큼이나 잔인한 사건들이 현실에서는 많이 일어나고 있다.

단지 외면하고 싶었던 모습을 영화에서 고스란히 보여주니 스스로 벌겨벗겨진 것 같아 피하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굳이 인간의 밑바닥을 영화관에서 확인해야 하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관객마다 다를 것이다. 이토록 흡인력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를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어쩌면 영화 <해무>는 관객을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해무>의 장면 중.

영화 <해무>의 장면 중. ⓒ 영화 <해무> 공식 홈페이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 <소리없는 영웅의 깜냥>(http://hush-now.tistory.com/295)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해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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