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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일에 출간된 단행본 <세월호의 진실>
 8월 11일에 출간된 단행본 <세월호의 진실>
ⓒ 곽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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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는 법입니다. 30대인 전 남에게 이야기할 만한 삶을 살진 못했지만, 최근 겪었던 아주 특별한 경험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특별법 제정 요구가 높은 것은 공학도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세월호 침몰과 구조과정의 여러 의혹들이 명확히 밝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세월호의 진실-누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나>라는 단행본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런데 8월 20일, <조선일보> 김창균 부국장은 "어떤 세월호의 진실을 상상하는 건가"라는 칼럼을 통해 제 단행본을 비난하였습니다. 김창균 부국장은 자신의 칼럼에서 "이달 초 <누가 우리아이들을 죽였나-세월호의 진실>이라는 책이 발간되었다"며 "200쪽짜리 얄팍한 책자 속에서 어마어마한 음모론들이 꿈틀대고 있었다"고 제 책을 비판했습니다.

일단 "세월호의 진실"에 그리도 높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그러나 김창균 부국장께서는 책의 전체 맥락을 소개하는 대신, 부분을 전체로 침소봉대하였으며 심지어 일부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제 책을 왜곡하셨습니다.

김창균 부국장님은 <세월호의 진실>이 "미국잠수함 충돌설"과 "국정원의 세월호 폭파설"을 유포한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결국 <조선일보>라는 거대언론의 칼럼으로 제 책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음모론"의 책이 되고 말았죠.

설령 제가 "음모"를 제기하려 했다면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가 있어야 할 것인데 김창균 부국장님이 거론하신 "미국잠수함 충돌설"과 "국정원 내부폭발설"은 하나가 존재하면 다른 하나는 존재할 수 없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가설이지요.

저는 이미 책의 서문에서 "왜 바다에 빠졌는가?", "왜 구하지 못했는가? 100일이 지났지만 우리가 들은 대답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하였으며 "이 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책의 뒷표지에 "왜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았는가? 왜 교신기록을 조작하였는가? 배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이란 문건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고 당일 청와대는 언제 보고를 받고 어떤 대책을 세웠는가? 그리고, 누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나? 우리는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싶다. 이것이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썼습니다.

8월 20일자 <조선일보> 김창균 칼럼
 8월 20일자 <조선일보> 김창균 칼럼
ⓒ 조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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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진실>은 <1부 : 침몰의 재구성>, <2부 : 구조로 포장된 학살극>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0쪽에서 110쪽까지 서술된 <1부 : 침몰의 재구성>에서는 검찰의 조사결과에 제한성을 지적하며 검찰이 주목하지 못했던 요소를 밝히고 이 부분의 수사가 보강될 필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이를테면 급변침이 아니라 J자 커브로 우회전했으며 화물이 쏟아져서 배가 기운 것이 아니라 배가 기울어져서 화물이 쏟아진 것이라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34쪽에서 43쪽에 걸쳐서는 8시 48분 이전부터 세월호가 비정상이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였으며 군산 앞바다에서 <JTBC>가 보도한 사고현장 레이더 영상에 100m 가량의 괴물체가 나타나는데 <뉴스타파>에서는 이것이 잠수함으로 추정된다는 한 전문가의 견해를 보도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김창균님의 칼럼에는 제가 "미국잠수함 충돌설"을 유포한 것으로 느껴지도록 포장되어 있더군요. 따옴표까지 찍어가면서 "이 괴물체가 잠수함일 가능성이 있다"라고요.

그러나 <세월호의 진실> 원고 어디에도 괴물체가 잠수함일 가능성이 있다는 그런 말은 없습니다. 저는 길이 100m의 괴물체를 컨테이너로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하였으며 잠수함 논란에 대해서도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 잠수함까지 함께 비교하였습니다.

"국정원 폭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1부의 말미에 103쪽에서 110쪽의 4장 분량에 걸쳐서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는 8가지 가설을 차례로 소개하였습니다. 이는 1) 조타미숙으로 인한 급변침설, 2) 잠수함 충돌설, 3) 좌초설, 4) 내부폭발설, 5) 보험사기극, 6)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조작극설, 7) 한미일 3각동맹설, 8) 대선부정선거 의혹을 돌리기 위한 의도적 폭발설입니다.

대략 1가지 가설 당 1쪽짜리 분량이지요. 8가지 가설을 차례로 소개한 것은 그만큼 의혹이 확대 재생산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혹, 어떤 음모론을 설파하고자 하였다면, 서로 충돌되는 8가지 가설을 모두 올릴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전 특히 "내부폭발설"에서는 국정원이 폭발을 주도했다는 내용은 일언반구도 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상에는 국정원이 했다는 주장도 더러 있습니다만 저는 현재 누리꾼들의 의견자체가 내부폭발을 국정원이 했다고 모아진다고 볼 근거가 없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책의 108쪽에서 내부폭발설에 대해 "그러나 이 가설의 핵심 문제는 폭발을 입증할 물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라고 평하였습니다.

저는 내부폭발설의 핵심문제로 물증이 없다는 점을 제기했는데, 김창균 부국장은 이것을 "국정원이 댓글 의혹 덮으려 내부에서 폭발시켰다는 설"로 완전히 탈바꿈시켜버렸습니다. 내용을 완전히 180도 뒤집은 것이지요.

<세월호의 진실>은 112쪽에서 196쪽까지 90여쪽에 걸쳐 침몰원인과 구조미비로 구조과정에 대한 의혹을 소개하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김 부국장은 이에 대한 언급은 완전히 빼버렸습니다. 그리고 제 책을 "심신이 허약해진 유가족들에게 이런 공상소설을 속삭여가며 상처를 한 번 더 들쑤셔놓는 사람들"로 매도해버렸습니다.

김창균 부국장은 그래놓고 "그들의 심리상태가 궁금해질 따름이다"라고 글을 마감하였지요. 물론 김 부국장이 지목한 "그들"은 저 뿐만 아니라 "명진스님"과 인터넷 논객들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전 이런 식으로 정식 출판물의 내용까지 제멋대로 뒤바꾸는 김창균 부국장님의 심리상태가 궁금해질 따름입니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KAIST 신소재 공학박사로 세월호 사건을 공학도의 시각에서 분석하였습니다.



태그:#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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