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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산다는 것> 책 표지.
 <사람답게 산다는 것> 책 표지.
ⓒ 너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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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부터 틈틈이 책 하나를 읽었다. 행정팀에서 권유한 책이다. 오창익의 <사람답게 산다는 것>인데 그 분이 최근 근처에 와서 강연을 했고, 직원 선생님들이 일부 참석해서 참 인상깊었던 모양이다.

나는 비주류측에 서서 인권운동을 했던 당사자이었기 때문에 오창익 선생님에 대해서도 서울에서 익히 들었던 적이 있었고 지금은 나름대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모양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무심히 흘렸다. 그러나 책을 읽고 가능하면 독후감을 쓰면 좋겠다는 행정팀의 이야기를 듣고 이왕에 써야 될 독후감이라면 빨리 읽고 빨리 쓰자고 생각하고 책을 받았다.

책은 얇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 책은 청소년용으로 인권에 대한 첫 걸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성이면서 장애의 이중질곡에 서서 제대로 서지 못한 벗들의 손을 잡고 인권운동을 했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보편적인 이야기들이었고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보편적인 이야기에서도 새롭고 절절하게 닿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읽어나가면서 희희낙락하며 속 시원해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던 것은, CCTV이야기나 인터넷 사이버공간 이야기 그리고 한때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미네르바 이야기 외에 지금의 현 시대에 맞는 그러한 이야기가 여러 가지 살아있는 사례를 들어가면서 쓰여있기 때문이었다.

착한 경찰관의 도움에 대한 불편한 미담

책 첫 장에 나온 시위하는 중증장애인에게 우산을 쓰여주는 착한 경찰 이야기는 미담이지만 좀 불편했다. 왜냐하면 장애인 당사자주의 운동을 했던 나의 입장에서는 그 당사자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요청하지 않았으면 먼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게 순서인데 경찰은 자신의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

도움에 무슨 차례가 있고 색깔이 있느냐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잘못 도우면 오히려 당사자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특이한 신체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이 무턱대고 장애인의 보조기기나 신체를 잡았다가는 오히려 안 좋은 사고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난 예를 많이 보았다. 그리고 다행히 이 책의 말미에서 오창익 선생님도 장애인을 도울 때는 먼저 물어보아야 하는게 맞다고 쓰여 있어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특별하지 않은 보편적인 이야기가 특별히 내 가슴에 닿는 것은, 이 시대가 특별한 시대이고 특별하다는 것은 세상이 많이 발전해서 그러한 좋은 쪽에서 특별한 것이 아닌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고 정말로 양심적인 올바른 사람들이 점점 귀해가는 안 좋은 특별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치가 떨어지는 대통령

가령 이 글을 쓰기 전 바로 뉴스에서 세월호 김유민양의 아버지가 40일간 단식투쟁하며 병원에 실려갔는데도, 사람의 목숨이 풍전등화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듯 국회가 처리할 일로 전가한다. 치매가 아닌데도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가진 대통령의 자리에서 자신이 한 말과 약속은 까맣게 잊었다는 듯이.

세월호의 유민이 아버지는 지극히 평범한 학부형이었지만, 특별한 상황을 만난 후 이제는 소수의 귀한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이 갈 수록 유민이 아빠를 점점 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으며 반대로 자신은 점점 더 가치가 떨어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알면서도 간과했던 핵심 중의 하나는 국민은 의무를 지고 국가가 권리를 행사한다고 어릴 적부터 국민교육헌장을 매 수업전에 낭독하며 세뇌를 받아 그런 줄 알았지만 오창익 선생님은 '헌법 10조'에 분명히 권리는 국민이 가지고 의무는 국가의 몫이라고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것을 보고 '어! 지금 우리 국가는 아전인수로 의무를 실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고 있는 거네!' 하는 인식이 새롭게 들었다. 자라면서 나는 항상 먼저 의무를 내가 원하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 그리고 무언가 잘 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응분의 보답도 온다는 것을 살면서 체감했다.

어릴 적부터 "숙제부터 하면 뭐 줄게" " 집 잘 지키면 텔레비 얼마쯤 보게 해줄게" 학교에 가도 선생님이 '우리 반 성적이 전체적으로 얼마 쯤 올라가면 좋은 일이 생기게 할 것이다" 반대로 "말 안들으면 하고 싶은 것은 어림도 없어!" "우리 반 성적이 떨어지면 각오해!" 이런 류의 말도 종종 들었다. 이렇게 반복해서 듣다 보니 "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많구나!"

그래서 쉰 살이 넘은 지금도 나는 권리와 의무에서 의무가 먼저이고 권리가 나중이며,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서도 국가가 권리를 행사하고 국민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4대 의무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술도 인권도 밥 먹여주는 이 시대

그러나 오창익은 '사람답게 사는 법' 이 책에서는 그것이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내심 부끄러웠다. 나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모양새'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정말로 사람다운 것'에 대해서는 청소년처럼 미숙한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모양새와 정말로 사람다운 것은 엄청 다르다는 것을 아랐다.

그래도 지구촌 사람들 70억명 개개인마다 모두 달라서 특별하고, 우리 몸에서 제일 아픈 곳에 먼저 신경이 쓰이고 중심이 되듯이 세상에서도 좀 더 많이 다른 특별한 소수에게 중심을 두고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류와 비주류 이야기는 공감도가 깊어 좋았다.

한 때 내가 예술을 택할 때 일부 친척 어른들이 "그까짓 예술이 밥 먹여 주느냐!"고 했는데, 나중에 인권운동을 할때도 주변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밥 먹고 살려고 하느냐!" 고 그랬다. 이 책에서도 " 인권이 밥 먹여주나!" 라는 대목이 있고 지금은 특별한 시대라서 인권이 밥도 먹여주고 목숨도 살려주는 시대라고 쓰여 있다.

인권이 아닌 이권에 먼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한 그릇밥을 찾지만, 인권은 당장 눈에 보이는 한 그릇을 놓치더라도 앞으로의 백 그릇, 천 그릇의 밥을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게 하는 힘을 주는 원천과 의무를 실행해야 하는 국가를 제대로 지켜보고 움직일 수 있는 혜안과 원동력도 바로 인권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다시금 가슴에 새겼다.

이 책은 청소년의 인권입문서라기 보다 제대로 된 인권교육을 받지 못하고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이 시대의 모든 어른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그리고 나도 붓을 잡는 붓쟁이지만 이 책의 삽화는 정말 촌철살인과 맞먹는 백 마디 말이 필요없는 그림들이라 이 책을 쓴 저자와 삽화를 그린 사람들을 존경한다.


태그:#오창익의 사람답게 산다는 것, #서예가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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