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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농성 39일째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전날 청와대 앞에서 경찰과 충돌로 인해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 경찰 충돌 후 건강 악화 된 유민아빠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농성 39일째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전날 청와대 앞에서 경찰과 충돌로 인해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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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이 오늘로 39일째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유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합의하지 못했고, 청와대조차도 '대통령의 소관이 아니라'는 말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는 김영오씨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면서 청와대가 내놓은 공식 반응이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 누가 죽이는가

지난 7일,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25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김영오씨를 두고 "제대로 단식을 하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어? 벌써 실려가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리고 이제 39일째를 맞이했다. '벌써 실려가야 할' 수준이 아니라 '벌써 죽음을 맞이했을' 수준이다. 예수의 금식 40일에 하루 못 미치는 단식은 인간의 한계를 이미 넘어버린 상황이다. 그리고 이 단식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며, 자칫하면 김영오씨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영오씨가 주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세월호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법적인 문제를 들어가며 반대하는 새누리당과 이 문제에 대해서 무관한 듯 행동하는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실제로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의혹들 대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명된 것 없이 지지부진하며 그런 무능함에 대해 청와대와 정치권은 반성하기는커녕 '이제 그만하라'는 여론몰이를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형국이다. 거기에 무능한 새정치연합은 두 차례 졸속 합의를 함으로써, 마치 유족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데 한몫했다.

더는 정치권에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들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했더라면 진작에 진실규명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했다. 그러나 국민과 유족이 발 벗고 나서고 김영오씨의 목숨을 건 단식이 39일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정치권은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처음에 3일만 하려고 했던 유민 아빠의 단식 투쟁이 39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미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청와대나 박 대통령의 행동을 보면 그를 죽이고야 말 기세다.

교황 방한에 환호하던 신도들은 어디에 있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해서 수많은 울림을 주었다. 그의 행동은 '중립적'이지 않았다. 그는 행동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해 보여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황에 환호하며 광화문 광장을 메웠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보수적인 교계 지도자들이나 부자들의 교회라 일컫는 대형교회와 신도들은 교황의 행동에 화답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교황은 끊임없이 사회적인 약자들, 특별히 세월호 유가족들을 기회만 되면 만나서 위로해 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무슨 행사만 열리면 높은 자리에 앉지 못해 안달하던 교계 지도자들은 몇십만, 몇천 명씩 모인다고 자랑질해대더니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무릇 종교란 어두운 세상에 빛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종교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전등화와도 같은 등불을 지키려는 이들을 향해 침묵함으로 어둠에 동조하는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침묵할 뿐 아니라 자기들의 교리나 경전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그들을 위로해 주지 못할지언정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를 종교적인 이름으로 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특별법에 관심도 없는 것도 모자라, 유족들의 목숨 건 행동에 비난의 화살을 던지는 종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광장에 나와야 한다거나 거리로 나와야만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들을 비난하는 자리에 서거나 왜곡하는 자리에 서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종교인이라고 자처하거나 교계 지도자라면 중립성이 아니라 고난 겪는 이들 편에 서는 것 외에 그 어떤 자리에도 설 수 없어야 그 종교가 제대로 된 건강한 종교인이거나 종교 지도자가 아닐까?

할배, 죽어야 할 사람은 유민 아빠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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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일은 단식농성장에 소위 가스통 할배가 종종 나타나 단식 농성 중인 유민 아빠에게 '죽어 버리라'는 식의 막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좋은 말로 타일러 보낸다니 그 인내심이 대단하다. 나는 그 할배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 자식이, 손주가 그렇게 죽었어도 이렇게 할거요? 지금 죽어야 할 사람은 유민 아빠가 아니오!"라고.

직접 광장에 나와서 행패를 부리는 할배만 이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SNS를 통해서는 물론이고, 정부와 여당의 앵무새 노릇을 자처하는 보수 언론과 보수 논객들, 자칭 보수라고 하는 이들은 어떻게 하면 세월호 유족의 주장을 헐뜯을까 골몰하는 듯하다.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에는 관심도 없다. 그들은 진실이 규명될 경우, 책임자가 누구일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던 '맘몬(물질주의)'을 들먹이며, 유족들을 조롱하고 있다.

결국, 4월 16일 이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일상화될 수밖에 없으며 누구도 그 참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유민 아빠를 사지로 내몰고, 차라리 죽어버리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사지로 내몰고, 우리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유민 아빠를 살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희망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나라가 될지, 절망을 품고 사는 나라가 될지에 대한 갈림길이다. 그것은 유민 아빠를 살리는 것이다. 단지, 단식을 푸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단식을 풀고 일상의 삶을 살아도 유민 아빠로서 유민이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희망을 접지 않도록 대답하라, 응답하라

대통령은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풀어야 한다. 이 문제가 정치권에서 풀 문제요, 당신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면 당신이 이 나라의 대통령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국민 한 사람이 이렇게 39일간이나 곡기를 끊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바쁘신가?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나라가 희망을 볼 수 있는 나라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마지막 촛불을 끄지 말아 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종교인들과 종교계도 대답해야 한다. 언제까지 신도들의 호주머니나 노리고 부자들 만을 위한 변질한 사교로 교주가 되어 희희낙락하며 당신들이 믿는다는 신을 모독하고자 하는가? 언제까지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노릇을 하고자 하는가? 지금이라도 회개해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에 조금이라도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지 않겠는가?

유민이 아빠를 살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지 못한다면, 무슨 낯으로 신을 찬양하겠는가? 그런 찬양을 신이 받아주겠는가? 역겹다고 하지 않겠는가? 종교의 본질, 그것은 끊임없이 약자들을 향하는 것이다.

제발, 형식적인 예식이나 하면서 당신들의 신을 성전 혹은 사찰이라는 감옥에 가둬두지 마시라. 그곳에 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민 아빠가 있는 그곳에 신이 거하신다.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라는 말은 동학사상에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교세 자랑이나 하지 말고, 신도 숫자놀음이나 하지 말고, 유민 아빠를 살려내는 일에 동참하길 간절히 바란다.

박재동 화백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단원고등학교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 씨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 유민 아빠 그리는 박재동 화백 박재동 화백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단원고등학교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 씨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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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김영호, #유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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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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