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 SBS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8월 17일 방송된 <런닝맨>은 시청률 10.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를 면치 못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14.4%,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의 13.4%와 비교하면 부진 양상이 더욱 도드라진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8주 연속 지속되고 있단 것이다.

경쟁작에 치이고 <룸메이트>에 발목 잡혀

2년 전만 하더라도 <런닝맨>은 일요 예능의 최강자였다. 국민 MC 유재석을 필두로 지석진, 하하, 김종국, 이광수, 개리, 송지효 등 베테랑 멤버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훌륭한 게임쇼를 펼쳐 보였고 그 결과 20%를 넘나드는 훌륭한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특히 유재석은 <런닝맨>의 선전에 힘입어 S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런닝맨>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를 기록하면서 우려를 사고 있는데다가, 이 같은 상황을 효과적으로 타파할만한 제대로 된 처방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출범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런닝맨>의 부진에는 경쟁작의 선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진짜 사나이>가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14~16%를 왔다갔다 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류수영, 박형식 등 원년 멤버들이 줄줄이 하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고정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진짜 사나이>의 포맷이 그만큼 견고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시간대 전통적 강자인 <1박 2일>의 활약 역시 훌륭하다. 시즌 2의 실패 이후, 극심한 침체기에 빠지며 폐지 위기까지 치달았던 <1박 2일>은 제작진과 출연진을 교체한 시즌 3 출범과 함께 순풍에 돛 단 듯 화려하게 부활했다. 13~16%를 왔다갔다하는 준수한 시청률은 물론이거니와 감동과 재미를 알맞게 버무린 작품성까지 회복함으로써 <1박 2일>만의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하고 있다. 쉽지 않은 상대들을 맞닥뜨린 <런닝맨>의 고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앞 시간대 코너인 <룸메이트>의 실패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유명 배우와 아이돌들을 섭외해 기대를 모았던 <룸메이트>는 출범 이후 동시간대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채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박봄의 마약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시청자 이탈이 더욱 가속화 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갈 길 바쁜 <런닝맨>으로선 도와주기는커녕 부담만 더해주는 <룸메이트>의 부진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채널 고정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런닝맨>의 처지도 매우 곤궁해져 버렸다. 경쟁작들에 치이고, 한 지붕 식구인 <룸메이트>에 발목이 잡히면서 상승동력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직면한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다. 쉽지 않겠지만 <런닝맨>이 자체 경쟁력을 회복함으로써 장수 예능으로서의 자존심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늘 하던 대로? 이제는 변화를 꾀해야 할 때

<런닝맨>의 연출을 맡고 있는 조효진 PD는 지난 달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에도 시청률에 크게 신경쓰거나 한 적은 없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않나" 라면서 "그동안 우리가 하던 대로 열심히 잘 만들면 될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원론적인 모범 답안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늘 하던 대로 승부를 본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이제는 '늘 하던대로'를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캐릭터의 노후화다. 지난 4년 동안 <런닝맨> 멤버들은 아주 견고한 자기 영역과 캐릭터를 구축했다. '유르스윌리스' 유재석, '능력자' 김종국, '임팔라' 지석진, '꼬마' 하하, '뜬금능력자' 강개리, '에이스' 송지효, '배신 기린' 이광수까지 멤버들은 자신이 부여받은 캐릭터를 120% 소화하며 프로그램을 종횡 무진했고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이끌어 냈다.

문제는 이러한 캐릭터 쇼가 너무 식상하게 다가온다는 데 있다. 멤버들의 캐릭터를 익히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상황이 바뀌더라도 어떤 멤버가 어떻게 행동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스릴 넘치는 추격전과 흥미진진한 게임을 추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멤버들의 캐릭터가 노후화 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결국 더 이상 신선한 웃음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MBC <무한도전>은 여섯 멤버들의 캐릭터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교체해 왔다. 프로그램 내 박명수의 별명이 100여개가 넘을 정도로 치열하게 도전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각종 위기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의 인기는 여전히 동급 최강을 자랑하고 있으며, 하나의 예능 작품을 넘어서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로 추앙받고 있다.

작금의 위기 속에서 <런닝맨>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견고해지다 못해 식상해져 버린 멤버들의 캐릭터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인물 관계를 새롭게 재정립함으로써 무엇인가 달라졌다는 인상을 확실히 남겨야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상황이 더욱 힘들어 진다면 멤버 보강이나 교체 등 '극약처방' 카드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야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도 생길 수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구성, 고정된 캐릭터에 과도하게 의존한 스토리텔링, 스릴 넘치는 추격전의 재미를 잃어버린 채 '늘 하던대로'만 한다면 날이 갈수록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 끝없는 혁신과 변화만이 <런닝맨>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옛말에 창업보다 힘든 것이 수성이라고 했다. 과연 <런닝맨>은 수성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대표 예능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주말 예능의 최강자 자리는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런닝맨>이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

런닝맨 유재석 1박 2일 진짜 사나이 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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