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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통나무 수로 사이로 보이는 광풍각 풍경이 한결 멋스럽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통나무 수로 사이로 보이는 광풍각 풍경이 한결 멋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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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철 언제라도 좋다. 계절 따라 느낌도 다르다. 날씨 따라 분위기도 색다르다.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 감동의 크기도 달라진다. 햇볕 짱짱한 날보다 비 내릴 때 운치 있는 곳도 있다. 누정이나 원림이 대표적이다. 비가 내리면 녹음이 더 짙어진다. 물도 넘쳐난다. 물안개라도 끼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담양 소쇄원으로 간다. 비가 내리는 지난 3일이었다. 소쇄원은 비 내릴 때 더 운치 있다. 경험칙이다. 소쇄원은 자연의 숲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빌려와 정원으로 꾸몄다. 그 안에 정자를 배치했다.

한동안 그쳤던 비가 다시 떨어진다. 금세 빗줄기가 굵어진다. 소쇄원 주차장에 차를 멈춰 세웠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비와 찻잔 사이'를 노래하는 배따라기의 선율이 감미롭다. 차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평온하다.

담양 스타일의 간식, '대통찜란'

 친환경 달걀을 훈증으로 쪄낸 대통찜란. 소쇄원 입구에서 무인 판매되고 있다.
 친환경 달걀을 훈증으로 쪄낸 대통찜란. 소쇄원 입구에서 무인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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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쇄원으로 가는 길. 비 내려서 대숲의 색깔도 평소보다 훨씬 짙다.
 소쇄원으로 가는 길. 비 내려서 대숲의 색깔도 평소보다 훨씬 짙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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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분 지났을까.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하늘의 먹구름도 걷힌다.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한켠에 찐계란 무인판매대가 있다. 대나무 통에 친환경 계란을 넣고 훈증으로 쪄낸 '대통찜란'이다. 담양 스타일의 간식이다.

파는 사람도 따로 없다. 양심껏 돈을 놓고 가져간다. 호기심에 하나씩 집어간다. 맛도 궁금하고 주인이 따로 없는 것도 여행객들의 구매를 자극한다. 판매대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지폐에 마음 흐뭇해진다.

형형색색의 우산을 따라 소쇄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목의 대숲이 빗물을 머금어 더 짙푸르다. 바깥세상과도 단절된다. 대봉대 앞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저마다 흙담과 배롱나무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진분홍색 꽃과 어우러진 애양단이 단아하다.

 대봉대와 애양단.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도 활짝 피었다. 그 앞에서 여행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봉대와 애양단.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도 활짝 피었다. 그 앞에서 여행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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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풍경. 통나무 수로에도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광풍각에는 여행객들이 쉬고 있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풍경. 통나무 수로에도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광풍각에는 여행객들이 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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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물소리도 장쾌하다. 비가 내려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이 풍부하다. 통나무 수로에도 물이 넘쳐흐른다.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드러난 광풍각이 한결 멋스럽다. 사람들이 폭포수 사이로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다섯 굽이를 이뤄 흐르는 오곡문도 단아하다.

옛 주인이 살았던 제월당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마루에 앉으니 광풍각이 눈 아래다.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계곡과 폭포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진 대봉대도 발아래에 놓여 있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햇볕 짱짱한 날보다 모든 풍경이 훨씬 더 운치가 있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햇볕 짱짱한 날보다 모든 풍경이 훨씬 더 운치가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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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려 통나무 수로에도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누각이 광풍각이다.
 비가 내려 통나무 수로에도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누각이 광풍각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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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각은 소쇄원의 중심이다. 이 집의 사랑방이다. 왼쪽으로 폭포가 흐르고 너른 마루 앞은 계곡이다. 계곡의 물이 애양단 밑으로 흐르고 있다. 옛 주인의 감각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풍경이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앉았다. 밖에서 본 느낌과 또 다르다. 풍광이 더 여유롭다. 계곡물도 폭포수 같다. 바람결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도 귓전에 닿는다.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도 호젓하다. 소리의 유혹에 빠져 헤어날 수가 없다. 시끄러운 세상을 등진 옛사람의 고고한 품성도 짐작된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풍경. 평소보다 녹음이 더 짙어 보인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풍경. 평소보다 녹음이 더 짙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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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비가 그쳤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가뿐하다. 광주호반의 식영정으로 간다. 학창시절 귀가 닳도록 들었던 '성산별곡'으로 유명한 곳이다. 풍치가 아름다워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곳이다. 누정 앞에서 온몸을 비틀며 자라는 소나무가 기이하다.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누정 옆에 우람하게 선 소나무도 눈길을 끈다. 1000년을 묵은 '천년송'이다. 몸체는 물론 가지도 예술이다. 분재 전문가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모양새를 뽐내고 있다. 여름 태풍과 겨울 눈덩이에 꺾인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부족함이 없는 나무예요. 근데 보호수로도 지정이 안 돼 있어요. 누정은 복원이라도 한다지만, 나무는 복원할 수도 없잖아요."

식영정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던 박순석씨의 말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우리 문화재 관리의 현주소에 대한 항변이다.

 식영정으로 가는 길. 길목의 돌계단이 멋스럽다.
 식영정으로 가는 길. 길목의 돌계단이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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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영정 앞 천년송. 누정과 어우러진 소나무의 자태가 늠름하다.
 식영정 앞 천년송. 누정과 어우러진 소나무의 자태가 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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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영정 아래 부용당과 서하당을 돌아보고 광주호반을 따라 걷는다. 자동차와 함께 걷는 길이 조금은 불편하다. 하지만 호반의 운치가 달래준다. 한량처럼 뉘엿뉘엿 걷는 묘미도 있다. 자동차도 속도를 늦춰 해찰을 한다.

호반의 수남학구당에 발자국을 찍고 산길을 넘으니 고읍리(古邑里)다. 오래 전 창평현의 도읍지였다. 마을 입구에 창평현령선정비가 모여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누정길은 여기서 들길을 따라 명옥헌원림으로 이어진다.

 명옥헌원림으로 가는 길. 고목과 배롱나무가 양쪽에서 호위해 준다.
 명옥헌원림으로 가는 길. 고목과 배롱나무가 양쪽에서 호위해 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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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줄지어 선 배롱나무가 진분홍 꽃너울을 선사한다. 배우들이 걷는 레드카펫 같다.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진다. 이삭이 영글고 있는 논도,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밭도 시선을 오래 끌지 못한다. 단감 밭도 매한가지다. 배롱나무 꽃이 만발한 명옥헌원림만 아른거린다.

명옥헌원림은 수채화 한 폭을 그리고 있다. 아직은 미완성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황홀경이다. 누정이 미끈미끈한 배롱나무와 잘 어우러져 있다. 꽃도 많이 피었다. 자연스레 흐르는 계곡과 연못도 낭만적이다.

연못 가운데에 둥그런 섬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누정을 품은 뒷산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모든 풍경이 연못 속에 다 들어가 있다. 연못이 품은 반영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이다. 연못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그림 속 모델이 된다.

흐르는 물소리가 구슬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리는 '명옥헌'

 후산마을 풍경. 접시꽃 핀 골목길을 따라 할머니가 유모차에 의지해 걷고 있다.
 후산마을 풍경. 접시꽃 핀 골목길을 따라 할머니가 유모차에 의지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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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옥헌원림 전경.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진 누정이 아름답다.
 명옥헌원림 전경.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진 누정이 아름답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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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원림은 오이정(1619∼1655)이 조성했다. 계류를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구슬이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명옥헌(鳴玉軒)'이다. 이 원림을 품은 후산마을도 다소곳하다. 길섶에 피어난 접시꽃과 봉숭아꽃이 정겹다. 나리, 원추리, 벌개미취도 아름답다.

담장 위의 능소화도 매혹적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길카페도 발걸음을 붙잡는다. 마을 담벼락에 명옥헌 안내도를 그리고 있는 카페지기 장민이(44) 씨의 마음도 어여쁘다. 덕분에 외지인들이 명옥헌원림을 수월하게 찾는다.

 명옥헌원림의 배롱나무 꽃. 누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여유롭다.
 명옥헌원림의 배롱나무 꽃. 누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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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창평나들목에서 광주 방면으로 우회전, 60번 국도를 타면 왼편에 명옥헌원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곧장 고서사거리까지 가서 좌회전, 887번 지방도를 타면 소쇄원으로 연결된다.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창평 방면으로 가도 된다. 고서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소쇄원으로, 직진하면 명옥헌원림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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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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