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에서 마마 모튼을 연기하는 전수경

▲ 시카고 에서 마마 모튼을 연기하는 전수경 ⓒ 신시컴퍼니


전수경이 연기하는 마마 모튼은 배금주의의 첨병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이성적으로 교도소 행정을 돌보는 게 아니라 뒷돈을 받고 죄수의 편의를 도모하는 캐릭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마 모튼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만은 없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중국 속담마냥 미국의 배금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뮤지컬 <시카고>다.

그렇기에 <시카고>의 각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금전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마마 모튼만 이해타산에 영악한 인물로 바라보기에는 <사키고>의 모든 인물들이 자본주의의 쇼비즈니적 속성을, 배금주의의 민낯을 보여주기에 그렇다.

얼마 안 있으면 결혼을 눈앞에 둔 전수경은 결혼 준비와 뮤지컬을 병행하느라 하루를 시간 단위가 아닌 분 단위로 살아갈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는 예비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따로 받지 않았다고 한다. 데이트 가운데서 프러포즈보다 로맨틱한 순간이 많았던지라 20대의 사랑처럼 거창한 이벤트를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성숙한 사랑이 어떤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달에 있을 전수경의 결혼을 지면을 빌어 축하한다.

- 마마 모튼은 물질주의적인 사고관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보인다.
"<시카고>에서 착한 사람은 에이모스밖에 없다.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품이 <시카고>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의 문턱까지 다다를 정도로 잘 살게 되었다. 잘 살면 살수록 <시카고> 캐릭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도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마마 모튼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여성이다. 너무 돈을 밝혀서 제 실제와는 맞지 않은 캐릭터다.(웃음) 저는 저축을 하지, 마마 모튼처럼 남의 돈을 빼앗지 않는다."

- 마마 모튼을 소화하려면 노래보다는 연기에 중점을 두어야 할 듯하다.
"그렇다. 대사를 길게 풀어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장면에서 마마 모튼은 다리(브릿지) 역할을 한다. 저와 더블 배역인 김경선씨는 마마 모튼을 20대부터 연기했다. 김경선씨는 성량이 풍부해서 노래를 잘 부른다. 김경선씨가 노래의 저력으로 승부한다면 저는 연기적인 연륜으로 마마 모튼을 풀고 있다."

- 질문도 하기 전에 더블 배역인 김경선씨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다른 배우를 존중하는 성향이 눈에 띈다.
"전 슈퍼스타 스타일이 아니다. 저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뮤지컬 동료가 메워주고 반대로 상대 동료의 부족한 부분을 제가 채워준다. 이런 배우들의 합이 모여야 관객을 기쁘게 만들어주는 뮤지컬이 탄생할 수 있다. 뮤지컬의 협동 정신을 젊었을 때부터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합창단 활동을 쭉 했다. 합창단 하면서부터 하모니를 이루는 것에 대해 큰 쾌감을 느낀다. 다른 배우를 존중하지 않으면 빛날 수가 없다."

시카고 에서 마마 모튼을 연기하는 전수경

▲ 시카고 에서 마마 모튼을 연기하는 전수경 ⓒ 신시컴퍼니


- 뮤지컬 1세대 배우다. 그런데 슈퍼스타가 아니라니.
"15년 전만 같았어도 저를 드러내는 멘트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뮤지컬 배우들은 정말 잘 한다. 1993년에 브로드웨이에 처음 갔다. 당시 공연을 보면서 느낀 건 무대에 서는 배우층이 두터웠다는 점이다. 60대 배우가 자신의 몫을 해내는 걸 볼 때 자극제가 되었다. 지금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실력이라면 브로드웨이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 마마 모튼을 연기하면서 마마 모튼이 너무 돈만 밝히다 보니 캐릭터가 얄밉지는 않은가.
"벨마와 친하면 돈을 받더라도 가격을 깎아야 옳다. 하지만 마마 모튼은 도와준다고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챙기기 바쁘다. 이런 얄미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사연을 덧붙여보았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든가 하는 식의 사연이 있을 때 마마 모튼이 돈에 연연하는 행동의 원인이 된다."

-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대본에 없는 캐릭터의 배경에도 관심을 두는 듯한데.
"사연을 깊게 들여다 볼 줄 알아야 캐릭터를 연기할 때 짜여진 틀의 연기보다 풍성해진다. 공연을 하다 보면 애드리브를 해야 할 상황이 닥치거나 불시의 순간을 맞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캐릭터다운 애드리브가 가능해진다. 캐릭터가 갖는 성격에서 나오는 대사를 위해서라도 캐릭터 구축이 중요하다."

- 프레스콜에서 최정원씨가 "전수경 언니는 평생을 함께 갈 친구"라는 답변을 남겼다.
"최정원씨와 데뷔 시기가 비슷하다. 제가 긍정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최정원씨는 저보다 한 술 더 뜬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다. 최정원씨를 사랑하다 보니 사생활을 존경하지 않을래야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40대 후반의 배우가 거친 숨을 내쉬지 않고 춤을 추면서 노래하면서 젊은 배우 못지않은 에너지를 펼친다. 치타 리베라는 60이 넘어도 젊은 댄서와 춤추며 노래하는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할 줄 안다. 아마도 최정원씨는 치타 리베라처럼 60이 넘어도 굉장한 에너지를 뿜는 배우가 될 것 같다. 하나 더, 최정원씨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즐길 줄 아는 배우다. 가장 존경하는 배우가 최정원씨다. 최정원씨와 함께 뮤지컬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시카고 에서 마마 모튼을 연기하는 전수경과 벨마를 연기하는 최정원

▲ 시카고 에서 마마 모튼을 연기하는 전수경과 벨마를 연기하는 최정원 ⓒ 신시컴퍼니


- 결혼 준비와 뮤지컬을 병행하고 있다.
"젊었을 때라면 결혼 준비의 즐거움을 모른 채 양가 부모님의 기대치에 맞춰 결혼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은 예비 남편과 저라는 두 사람이 만드는 결혼이다. 두 사람이 계획을 세우고 모든 걸 준비해야 하니 결혼을 준비할 때 손이 많이 간다."

- 예비 남편은 어떻게 만났는가.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알아두면 친구가 될 수 있겠거니 하고 개방된 자세로 처음에는 만났다. 만났을 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언어적인 문제가 있었다. 영어를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어를 모르면 대화를 진전시킬 수가 없었다. 한영사전을 들고 다니며 대화를 나눴다. 예비 남편도 한국어가 많이 늘어서 알아듣는 건 많이 알아듣는다."

- 이 남자라면 평생을 함께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던 때는.
"평범한 데이트를 할 때보다 누군가가 아픈 식으로 둘만이 함께 있을 때라든가, 딸과 함께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이 남자라면 가정에 충실한 남자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순간 '이 남자'라는 확신이 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확신이 든 거다.

가정적이고, 자신이 먼저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주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부부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성향에 완전히 맞춰서 사는 게 아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부부간의 다른 부분을 맞춰가야 한다. 평행선으로 함께 소통하며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많은 부분에서 느꼈다."


전수경 시카고 최정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