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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 국회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찾은 명진 스님 명진 스님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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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난다니 그 원통한 마음이 풀리도록 힘을 주시지 않겠나. '그분들의 원통한 마음을 풀도록 정치권이 나서달라' '신의 이름으로 부탁한다' 정도는 하시지 않겠나. 만약 교황님이 다녀가신 뒤에도 세월호 특별법을 적당히 뭉갠다면 또 다른 국민적 저항, 민란에 부딪칠 것이다."

지난 5월 10일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갔다 8월 10일 세상 밖으로 나온 명진스님은 가장 먼저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는 1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죄인된 심정을 고백했다.

광화문 농성장에서는 30일째 곡기를 끊고 단식 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를 만났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농성장에서 노란 리본을 만들며 '8월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제와 수녀들 앞에선 미안함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성직자로서 무언가 기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분노로 이어져 정치권에 폭풍 같은 죽비를 내리쳤다. 세월호 참사를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민한 국민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탄식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자식 잃은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야"

그는 12일 오후 서울시내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세월호 참사는 진보 보수를 다 떠나 그저 인간됨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 앞에서 망언을 쏟아낸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즉각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명진 스님은 "진상규명을 하자는데 적당히 돈으로 끝내자는 정치권의 작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면서 "전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다 속으로 수장된 아이들이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 그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묻고 간다면 전두환 노태우가 광주항쟁으로 내란죄 처벌받은 것처럼 똑같이 세월호 참사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또한 그는 "박 대통령이 모성 강한 어미닭처럼 서민을 품고 분단의 아픔을 품고 약자를 품어가면서 한국사회 최초의 위대한 여성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랐"는데, "비리와 부패, 부정을 품고 4대강으로 온 나라를 똥물로 만들어놓은 MB의 비리까지 품어서 '쥐를 품은 닭' 같이 된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며 강도 높게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야당 정치권을 향해서 그는 "최소한 유족만큼은 싸워야 지도자로서 존재감이 있다"라며 "머리 깎고 단식해라라고 했지만 아무도 말을 안 듣는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YS(김영삼)나 DJ(김대중) 전부 목숨 걸고 싸웠다"라면서 "지금 야당은 적당히 싸운다, 문재인 후보도 적당히 페이스북에 글이나 올리고 만다"라고 꼬집었다.

명진 스님은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도 여도 아닌 '아어당'같은 존재"라면서 "그들이 진정한 야당이 될 때라야 세월호 문제도 제대로 풀린다, 야당이 분명히 투쟁해야 시민사회 노동자 학생들이 함께하고 투쟁의 동력이 생긴다"라고 일갈했다.

다음은 명진스님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명진스님이 세월호 유가족 앞에 무릎 꿇은 까닭

명진 스님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 명진 스님, 세월호 유가족 위로 방문 명진 스님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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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안거 해제 후 가장 먼저 국회에 찾아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셨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본 유가족들은 어땠습니까.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제가 무슨 재주로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죄지은 것 같았습니다. <삼국유사>에 혜통스님이란 분이 등장합니다. 그는 출가 전, 냇가에서 수달 한 마리를 잡아 뼈를 발라 삶아 먹었는데 이튿날 다시 냇가에 가보니 뼈를 발라놓은 게 없어지고 핏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가보니 글쎄 굴속에 그 수달이 새끼 다섯에게 젖 먹이는 형태로 누워 있었다는 겁니다. 부모와 자식은 그런 것입니다. 미물에 불과한 수달도 새끼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피어보지도 못하고, 물속에서 살려 달라 문자만 보내다 죽은 자식을 생각하면 그 부모들의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그걸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걸 적당히 돈으로 배상하고 보상해준다? 어느 부모가 그걸 받겠습니까. 적당히 돈으로 끝내겠다고 생각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짐승인지, 사람인지, 짐승인 수달도 새끼에 대한 애착을 갖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그냥 단순 사고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들이 '생수장' 된 '사건'입니다. 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지 의혹이 너무 많은데도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풀린 게 없습니다. 도무지 이런 작태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날 때 스님께선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저절로 그렇게 됐습니다. 눈물 참느라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너무나 순수하고 착하신 그분들, 어린 생명조차 보호해주지 못하는 권력을 향해 그렇게 얌전하게 싸우는 부모들을 보면서 바로 저분들이 부처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광화문에서 벌써 30일이 넘도록 단식 중인 유민 아빠를 만나셨는데 그분과는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유민 아빠는) '이 단식은 내가 하는 게 아니고, 유민이의 힘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정도로 나라가 불의하고 엉망인지 몰랐다고 하는데, 본인 스스로 죽을 각오를 한 듯 보였습니다. 다들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데 자신이 건강 걱정을 했다면 단식을 했겠냐고 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그런 분이 계신데, 만약 정치권이 이 문제를 적당히 눈속임으로 끝내려 한다면 하늘이 천벌을 내릴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쥐를 품은 닭' 되려나"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0일째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를 명진 스님과 정봉주 전의원이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 단식 중인 김영오씨 찾은 명진 스님-정봉주 전 의원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0일째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를 명진 스님과 정봉주 전의원이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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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의원들은 해양교통사고라느니, 제대로 단식을 했다면 벌써 실려갔을 것이라는 둥 온갖 망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스님께선 이런 망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두겁을 썼다면 할 소리가 아닙니다. 물론 지진이나 해일로 수천 명 수만 명도 죽습니다. 그런데 이건 그런 사고가 아닙니다. 어린 생명들이 죽어간 참사 이면에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부패와 비리가 얼룩져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 적폐가 쌓여 있는 겁니다. 그 적폐 속에 아이들이 타살 당한 것과 같습니다. 온갖 비리로 얼룩진 대한민국 상위 1%는 마피아 같은 조직이 된 것 같아요. 위장전입, 세금포탈, 병역면제, 논문표절, 성추행 등 이런 데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아이들 중 한국사회 지도층 자녀가 있습니까? 전부 서민의 자식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말했는데 이 정도면 국가해산이 맞습니다. 해경 해산하듯이 국가도 해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 스님께선 박근혜 대통령과 2007년부터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봉은사 주지로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 '단식발언'(유가족들 제대로 단식했으면 실려갔을 것)으로 물의를 빚은 안홍준 의원과 같이 왔었습니다. 제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는 박 대통령이 MB(이명박)보다 낫다, 그분이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신도들에게 말했습니다. 저희 클 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습니다.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말이지요.

그러나 현실에서 수탉은 울어도 아무 소용이 없지만 암탉은 울면 꼭 알을 낳습니다. 병아리를 키울 때도 암탉은 솔개가 뜨면 병아리들을 딱 품어 솔개가 어쩌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만큼 모성이 강한 게 어미닭입니다. 그래서 전 박 대통령이 어미닭처럼 서민을 품고 분단의 아픔을 품고 약자를 품어가면서 한국사회 최초의 위대한 여성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랐는데, 이분이 비리와 부패, 부정을 품고 4대강으로 온 나라를 똥물같이 만들어놓은 MB(이명박)비리까지 품어서 '쥐를 품은 닭' 같이 된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 박 대통령은 선거 전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습니다. 왜 울었을까요.
"참 슬프게 울 때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의 그날 울음은 닭똥 같은 눈물이 아니라 그냥 닭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민생이 뭡니까. 유가족이 언제 돈 달라고 했습니까. 내 새끼 죽어갈 때 대통령은 뭐 했냐, 그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인데 이 진실을 묻고 지나가면 광주항쟁 진실 묻어 내란죄로 처벌받은 전두환이나 노태우처럼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이 진실 그냥 덮고 넘어가면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린 넋들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304명의 억울한 죽음, 그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면 천지신명이 대한민국에 천벌을 내릴 것입니다."

- 스님께서도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사건으로 가족을 잃었다고 들었습니다.
"1974년 2월 22일 충무(통영) 항구 300미터 앞바다에서 지금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해양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해군이 Y.T.L 함정에 타고 한산도에 참배 갔다오다가 전복사고로 312명 중 159명이 죽은 사고였지요. 그때 제 동생이 실종됐고 사흘 만에 시신을 찾았습니다. 그때 차가운 바닷바람에 시신을 찾으며 괴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죽음 때문에 제가 절로 들어왔고 그 이듬해 제 아버님께서는 마흔아홉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제 경험으로 비춰볼 때 이제 세월호 유가족에게 행복은 없습니다. 조금만 좋아도 내가 이렇게 좋아도 되나 자식 생각이 날 것입니다. 지금도 저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프고 눈물이 납니다. 그렇게 가슴 아픈 기억은 평생 갑니다.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전부 군인이었습니다. 군인이니까 전부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1998년에야 위령비 하나 세운 게 끝이었습니다."

- 40년 전의 일인데, 그때와 비교하면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형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히지도 못합니다. 제 동생을 비릇한 당시 군인들은 2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그 시신도 사흘밖에 안 됐는데도 눈, 귀 연한 살은 벌써 물고기들이 다 뜯어먹었습니다. 그걸 보고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그 청년들보다 더 어린 아이들입니다. 그런 자식을 잃은 부모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런데 단순 해양교통사고다? 단식하면 쓰러져야 하는데 안 쓰러진다? 저 놈이 사람인가 싶습니다. 안홍준 의원은 지금이라도 세월호 유가족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합니다."

-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서로 책임공방을 하고 있는데요.
"세월호 유족들이 왜 조사위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달라고 했을까요?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권력의 신뢰를 상실한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유족들이 원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조사위원회를 또 특검도 유족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역사에 유래 없는 참사입니다. 특별한 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아어당', 이도저도 아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한국에 오십니다. 유족들은 교황방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천주교가 부럽습니다. 광화문 농성장에 가보니 신부님 수녀님들 너무 많이 계셔서 중으로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교황님이 한국에 오신다니, 또 그분은 약자 편에서 모든 문제를 보신다니, 최소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원통한 마음이 풀리도록 힘을 주시지 않을까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교황께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다고 하니 '그분들의 원통한 마음을 풀도록 정치권이 좀 나서달라' '신의 이름으로 부탁한다' 정도는 하시지 않겠나. 그럼 박 대통령이 아무리 먹통이라도 무언가 액션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교황님이 다녀가신 뒤에도 정권이 세월호 특별법을 적당히 뭉개고 간다면 또 다른 국민적 저항, 민란에 부딪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정부 당시 광우병 촛불시위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야당은 왜 야당답게 못 싸운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새정치민주연합 때문에 새로운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야도 아니도 여도 아닌, '아어당'. 이도저도 아니어서 한 글자씩 빼니까 아어당이 되더군요. 이 아어당은 서울시청 앞이 무슨 오토캠핑장인 줄 아는 것 같아요. 천막 쳤다 걷었다 뭐하나 싶습니다. 최소한 유족만큼은 싸워야 지도자로서 존재감이 있습니다. 머리 깎고 단식해라고 했지만 아무도 말을 안 듣습니다.

YS(김영삼), DJ(김대중) 전부 목숨 걸고 싸웠습니다. 지금 야당은 적당히 싸웁니다. 문재인 의원도 적당히 페이스북에 글이나 올리고 맙니다. 박근혜 대표는 130석 갖고 사립학교법도 뭉갰고 국가보안법도 통과 못하게 막았습니다.

누구 하나 유가족처럼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목숨 걸고 싸웁니까. 적당히 중도 표만 먹으면 대통령 된다? 절대로 그렇게 해서 대통령 못 됩니다. 저는 아어당이 야당이 될 때라야 세월호 문제도 제대로 풀린다고 봅니다. 야당이 분명히 투쟁해야 시민사회·노동자·학생들이 붙습니다. 투쟁의 동력이 생기는 것이지요. 종교계가 몇 마디 하는 것도 변죽만 울릴 뿐입니다. 야당이 각성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 야권의 지도자는 왜 안 싸운다고 생각하십니까.
"무걸호인. 국회의원 신분에 만족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세월호 참사는 좌도 우도 아닌 부모 심정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문제지요. 문재인 의원도 그냥 사람만 좋은 것 같습니다. 뭘 걸고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있습니까?" 

"박 대통령, 김선일씨 사망 당시 했던 말 책임져야"

- 참 지도자는 어떤 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사망했을 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가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말을 했다면 지금도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인이 왜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정홍원 총리를 다시 임명했습니다. 어떻게 그만둔 총리를 다시 불러서 시킬 생각을 합니까. 저는 이걸 보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정책은 국민들이 얼굴 닦는 수건을 요구하는데 공중화장실 바닥 청소하던 대걸레를 들고 와서 수건으로 쓰라고 하는식이라고 느꼈습니다. 공중화장실 똥걸레를 수건으로 쓸 수 있습니까?"

- 왜 세월호 참사같은 비극이 한국사회에서 되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근본적인 문제점은 '철학 부재' '정치이념 부재'에 있습니다. 우리의 통치이념은 반공이었습니다. 남의 것 반대하는 게 우리의 이념이었습니다. 철학이 없는 나라, 아무런 철학적 정치이념 없이 그냥 '잘살아보세'가 국가의 슬로건이 됐습니다. 기업은 노동자를 탄압하건 말건 공해를 배출하건 말건 돈만 많이 벌면 된다, 수출 많이 하면 된다, 그런 것 아닙니까.

부동산 투기, 증권 말고는 대화가 안 되는 나라, 물질에 대한 욕망이 너무 큽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도 반성할 줄도 모르고 그저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고 착각합니다. 저는 이런 사회를 만든 국민도 책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억원을 들여 오폐수 알아낸다던 로봇물고기까지 거짓말을 한 MB. 도둑놈들에게 나라 살림 맡겨놓고 그런 사람 또 찍어주며 물질에 대해 끊임없이 탐욕한 지난 60년 세월이 자꾸 이런 사고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 중생들은 이 심각한 국가 위기의 문제점을 어떻게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1980년대 마이카 시대가 되면 행복할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차 없는 집이 없는데 모두 행복합니까. 휴대전화가 부럽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스마트폰 다 봅니다. 행복하십니까. 무조건 비교해서 남보다 많고 좋아야 된다는 이런 가치를 무너뜨려야 합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구조 때문에 그런데, 이건 전부 권력자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입니다. 결국 국가기관과 야합한 장사꾼들의 이윤 때문에 우리의 아들 딸들이 살해 당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각성이 없다면 우리 국민은 영원히 우민한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명진 스님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위로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위로금을 건네 받은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원래 위로금을 받지 않지만 스님이 주시는 것이라 감사하게 받겠다"며 "유가족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 위로금 받은 세월호 유가족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겠다" 명진 스님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위로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위로금을 건네 받은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원래 위로금을 받지 않지만 스님이 주시는 것이라 감사하게 받겠다"며 "유가족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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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장을 찾은 명진 스님에게 "세월호 참사 잊지 말아달라"며 노란 리본 목걸이를 선물하고 있다.
▲ 명진 스님에게 노란 리본 목걸이 선물하는 유가족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장을 찾은 명진 스님에게 "세월호 참사 잊지 말아달라"며 노란 리본 목걸이를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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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명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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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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