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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딱 한마리뿐인 유일한 야생황새 봉순이
 우리나라 딱 한마리뿐인 유일한 야생황새 봉순이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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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인공증식 복원이 진행되는 종들이 있다. 포유류에는 늑대와 여우, 스라소니가, 조류 중에는 따오기와 황새가 있다. 모두 한때 한반도 전 지역에서 널리 살던 종으로 조상들의 삶과도 관련 있다.

늑대, 여우가 나오는 전래동화들은 말할 것도 없고 따오기는 동요로 남았으며 황새는 연산군이 자객으로 오인하여 씨를 말리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덧붙이자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도 있는데, 슬프게도 이 종들은 이제 우리 자연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산업화로 인한 환경 파괴와 무분별한 농약, 쥐약 사용으로 인한 일들이다.

그나마 황새는 1971년까지 마지막 한 쌍이 충북 음성에 남아 명맥을 이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하지만 <동아일보>에서 황새 부부를 특집으로 크게 보도한 바로 3일 뒤에 한 밀렵꾼이 수컷 황새를 쏘고 말았다. '과부'가 된 암컷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무정란만 낳다가 1994년에 죽음을 맞았고 한국에서는 텃새 황새가 완전히 멸종되었다. (한국 마지막 수컷 황새를 쏘았던 사람은 황새인 줄 모르고 저지른 일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이기지 못 하여 이민을 갔다고 한다.)

봉하마을에 등장한 황새

반면 겨울이 되면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사는 황새 10여 마리가 해남 등지로 찾아와 월동을 하고 간다. 텃새 황새들은 멸종했지만 겨울개체군들은 여전히 찾아오기 때문에 나도 여태까지 파주 공릉천에서 한 번, 천수만에서 한 번 보았을 뿐이다. 황새는 이제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된 전 세계 2500여 마리만이 남은 만나보기 어려운 새가 되었다.

 착지하는 봉순이
 착지하는 봉순이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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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별난 일이 일어났다. 겨울에 와야 하는 이 새가 지난 3월 18일, 봄이 시작하는 계절에 김해 봉하마을 화포천 습지에서 발견된 것이다. 녀석의 다리에 'J0051'이라 적힌 가락지를 확인해 보니 일본 황새마을인 도요오카에서 인공 증식되어 자연에서 살아가는 2년생 암컷 개체로 확인되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 비슷한 시기에 황새 개체수가 급감했고 결국 멸종되었다. 지금은 러시아에서 황새 한 쌍을 도입해 황새 복원에 성공하여 약 200여 마리의 황새들이 일본 자연에서 살아가고 있다. 황새는 원래 나이가 어릴수록, 수컷보다는 암컷들이 더 먼 거리까지 날아가기 때문에 일본에서 화포천까지 800km를 날아올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뜬금없는 J0051의 등장을 여러 언론사와 방송사는 떠들썩하게 다루었다. '3월은 철새들이 이동하는 시기니까 며칠 동안만 화포천에서 쉬었다가 곧 떠나겠지...' 언론의 반응은 금방 식었고 나도 이 별난 황새를 잊어갔다.

이따금 J0051의 소식이 페이스북에 올라오곤 했다. 그렇게 어느새 5월이 되었다. 이상하다. 5월이면 다른 새들은 벌써 짝을 만나고 새끼들을 키워 내고 있는 시기인데, 이 녀석은 아직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혹시 이곳에서 여름을 날 작정인가?

궁금증이 폭발하기 시작했지만 학기 첫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생 신분으로는 시간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 못 가게 된 열성팬과 같은 심정이었다고 하면 다른 이들이 '새 오덕'인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려나.

 도연스님. 이렇게 앉아서 하루종일 봉순이를 지켜보다가도 틈틈이 기록을 합니다
 도연스님. 이렇게 앉아서 하루종일 봉순이를 지켜보다가도 틈틈이 기록을 합니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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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황새네트워크(https://www.facebook.com/groups/672772539466770)'에 J0051의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황새 네트워크'는 새를 사랑하시는 도연 스님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다. 도연 스님은 원래부터 '두루미 스님'으로 유명한 분이다. 철원 지장산 부근에 거주하면서 새와 자연을 도반으로 삼아 살아가시는 스님인데 이번에도 J0051을 지켜보기 위해 화포천으로 내려오셨다. 스님은 종일 녀석을 관찰하면서 관련 내용을 황새 네트워크에 올려주셨다. 그리곤 J0051 대신 봉하마을에 왔다고 해서 '봉순이'라는 촌스럽지만 정겨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나도 황새네트워크를 통해 봉순이의 소식을 받아만 보다가 드디어 방학을 맞아 7월 중순, 꿈에서도 간절히 바랐던 봉순이를 만나러 떠났다.

'아직' 평화로운 봉순이의 일상

야외에서 생활하려면 먹을 것, 마실 것, 잘 곳은 꼭 필요하다. 봉순이가 있는 곳은 습지고 맨몸으로 떠나는 나로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었다. 더군다나 촬영까지 하려면 카메라와 삼각대 같은 장비도 가져가야 했고 장비가 있어도 충전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도 모두 문제였다. 하지만 이 모두를 스님과 마을 주민분들에게 신세 지면서 해결하기로 했다.

너무 감사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화포천에서 며칠간 야영을 하며 머무는 동안 스님과 도움을 주신 마을주민분들 덕분에 집에 있는 것보다 더 잘 지냈다. 

 봉순이를 처음 보았던 순간. 정자 앞에서 스님을 기다리는 듯이 보였다.
 봉순이를 처음 보았던 순간. 정자 앞에서 스님을 기다리는 듯이 보였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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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를 처음 보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스님 차를 타고 봉순이가 있는 농경지에 들어서는 길이었다. 봉순이를 찾기 위해 논밭을 살펴보는데, 뜻밖에도 봉순이는 스님이 항상 계시던 정자 옆의 차도 위로 올라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스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처음에는 황새가 정말로 여름에도 있다는 게 그저 놀랍고 신기해서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봉순이는 주변의 다른 새들과 눈에 띄게 비교되는 크기와 밝은 색을 가진 새였다. 곧 친구 없이 혼자서만 있는 것이 외로워 보였다.

"봉순아!"

스님은 창문을 열고 친구 대하듯 봉순이 이름을 외치며 인사를 건넸다. 물론 사람이 큰 소리를 내니까 쳐다봤겠지만, 봉순이는 우리가 차를 살살 몰고 가자 그 큰 걸음걸이로 조금 씩 거리를 벌리며 걸어갔다. 다른 새들 같았으면 사람 비슷한 모양만 봐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도망갔을 텐데, 녀석의 반응을 보니 스님을 알아보는 듯했다. 그게 아니면 적어도 스님으로 인해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사그라 들었나 보다.

앞서 말했듯이 봉순이가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여러 신문사와 방송사는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천연기념물이자 한국에서 유일하게 야생 황새가 된 이 봉순이를 지자체에서나 문화재청, 조류보호협회, 황새생태연구원 등 당연히 나서야 할 곳에서 아무도 지키려고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황새에게 먹이도 주지 말고 가만히 자유롭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전문기관도 있었다.

그러나 만약 한국에서 복원된 황새가 일본으로 날아갔다면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대했을까. 만약 봉하마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직 살아계셨다면 봉순이를 이렇게 가만히 방치했을까? '살아생전 마을 자연을 살리는 데 힘쓰셨던 분이 황새로 나타나 그 뜻을 전하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도연 스님은 봉순이를 관찰하기로 나섰다고 한다.

한국에는 여름철 황새에 관한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봉순이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디서 지내고, 뭘 얼마나 먹는지, 잠은 또 어디서 자는지, 천적은 없는지, 왜 이곳에 온 왔는지...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게다가 5월 말쯤에는 일 주일 동안 봉순이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파악조차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님은 김해평야,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 봉순이가 있을 만한 경상남도 주요 철새 도래지들을 찾아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나도 이때 어렵게 시간을 내어 갔으나 비만 맞고 돌아왔다.) 결국 화포천 인근의 낙산마을과 퇴은마을의 농경지에서 녀석을 찾아내었고 지금은 이곳에서 매일 관찰되고 있다.

이 농경지 한가운데에는 농민들을 위한 작은 정자가 있다. 그 주변을 영역으로 삼은 봉순이를 관찰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우리는 종일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봉순이를 지켜보면서 반경 5m밖으로 벗어날 일이 없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독서도 하고 배고프면 빵을 먹거나 오가는 마을 주민분들과 얘기도 나누고 봉순이가 잠 자러 가면 텐트를 펼치고 스님과 나도 잠들었다.

봉순이가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부터 잠을 자러 전봇대 위로 돌아가는 저녁까지 일거수일투족 봉순이를 지켜보면서 생활패턴도 녀석에게 맞춰갔다. 이렇게 봉순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살아가는지 생태적인 정보를 알 수 있기까지 스님의 많은 노력과 수고가 있었다. 나는 겨우 며칠간 봉순이를 보았을 뿐이지만 도연스님은 이곳에서 봉순이를 지켜본 지 70여 일이 넘었다.

 봉순이와 어울려 노는 다른 새들. 백로와 왜가리에 비해 큰 봉순이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봉순이와 어울려 노는 다른 새들. 백로와 왜가리에 비해 큰 봉순이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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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의 하루 일과는 오전 5시께부터 시작한다. 항상 같은 전봇대 위에 앉아 기지개를 켜고, 이제 혼인할 나이가 된 암컷이라 그런지 깃단장을 꼼꼼하게 마친 뒤에야 먹이활동에 나선다. 먹이활동도 그냥 나서지 않는다. 전봇대 위에서 가만히 쳐다만 보다가 왜가리 한 마리가 스님이 놓아준 미꾸라지를 넘보려고 하면 그제서야 전봇대에서 내려와 왜가리를 쫓아내고 먹이터를 차지한다. 심보가 꼭 안 먹는다 해놓고 동생이 라면 끓이면 뺏어먹는 누나랑 다를 게 없다. 사실 이것은 이 지역에 먹이가 풍족하지 못 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봉순이는 벼들 사이를 오가면서 미꾸라지와 드렁허리를 잡아먹는데 그 양이 하루 10마리가 넘는다. 가끔은 한입에 삼키지 않고 굳이 도로 위로 가져와 장난을 치듯 가지고 놀다가 먹기도 한다. 그런데 봉순이의 행동 중에 눈길을 끄는 행동들이 있다. 봉순이는 배가 부르고 여유가 생기면 길 위로 올라와서 근처에 있는 풀 등 둥지재료들을 물어다가 한곳에 가지런히 모아놓았다.

 이른 아침 봉순이가 알 품는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자세는 약 5초 정도 지속되었다.
 이른 아침 봉순이가 알 품는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자세는 약 5초 정도 지속되었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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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황새들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황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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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봐라?'

심지어 모아놓은 둥지재료들 위로 5초간 살포시 알을 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행동도 보였다. 이 녀석이 번식을 준비하는 게 아닐까? 황새는 현재 봉순이 나이인 2살 때부터 번식이 가능하고 번식시기가 다가오면 이렇게 미리 연습하는 모습들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면 만약 수컷만 온다면 이곳에서 번식을 하지 않을까?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서 수컷을 데려오면?'

무엇이 봉순이에게 도움이 될까?

이는 봉순이가 화포천을 찾아왔을 때부터 생긴 오랜 궁금증이었다. 우리가 중매만 잘 서주면 둘이 잘 짝을 맺지 않을까?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충남 예산군과 함께 1996년에 러시아에서 황새 유조 2마리를 도입하여 현재 156마리로 늘렸고, 그 중 60여 마리는 예산 황새마을에 옮겨져 2015년 자연방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봉순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기차를 타고 무작정 황새생태연구원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스님께서 봉순이에게 먹이를 주며 돌보는 걸 좋게 보지 않았다. 먹이를 제공하면 봉순이가 실전에서 먹이를 잡아먹는 감각을 잃어 야생에서 살아가기 힘들게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사람이 봉순이에게 먹이를 일정량 제공하는 것이 도움일까, 아니면 개입일까. 이런 여러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연 스님은 지난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황새마을인 도요오카에도 다녀오셨다. 알아본 즉, 도요오카에서도 도연 스님과 마찬가지로 황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유는 다른 농경지들은 무농약이 아니기 때문에 황새들의 안전을 장담하지 못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봉하마을 일대를 제외한 다른 곳은 아직도 농약을 쓰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순 없다. 그 외에도 다른 위험요소들이 너무 많은데 과거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게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 도연 스님의 입장이었다.

황새는 옛날부터 행운과 복을 불러다준다는 길조로 여겨졌다. 봉순이가 무사히 한국 땅에 적응하여 새끼 낳고 기를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봉순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범위는 살펴줘야 하지 않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봉순이는 오늘도 차들이 오가는 도로 전봇대에서 잠을 자다가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배부르면 훗날 이룰 가정을 위해 번식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봉순이가 부디 건강하게 잘 살아남은 좋은 본보기가 되어 한국에서 다시 황새들이 날개를 펼치는 날이 오길 꿈꾼다.

 오늘도 봉순이는 전봇대 위에 올라 잠에 든다
 오늘도 봉순이는 전봇대 위에 올라 잠에 든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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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도연스님의 봉순이에 관한 글을 한겨례21 http://h21.hani.co.kr/arti/photo/story/37469.html 과
물바람숲에서 연재 중입니다. http://ecotopia.hani.co.kr/ 봉순이와 일본, 한국 황새복원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도연스님의 글을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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