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스타> '보기보다 웃기네' 특집에 출연한 손병호, 연우진, 정유미, 도희.

MBC <라디오스타> '보기보다 웃기네' 특집에 출연한 손병호, 연우진, 정유미, 도희. ⓒ MBC


MBC <라디오스타> 시청률이 상승했다.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전국 7.1%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는 전주(5.9%)보다 1.2%p나 상승한 것이다. 그렇다면 6일 방송은 시청률 상승을 가져올 만큼 재미있었을까?

이날 게스트는 올 여름 개봉할 공포 영화 < 터널 3D >를 홍보하러 나온 손병호, 연우진, 정유미, 도희였다. 영화 홍보하러 나온 주인공들의 면면에서 그리 웃길 가능성이 없어 보였는지 제목부터 아예 '보기보다 웃기네' 특집이었다.

하지만 손병호가 누구인가. KBS <해피투게더>에 나가 '손병호 게임'을 창안하고 전파시킨 바로 그 소문이 자자한 게임의 주인공 아닌가. 단지 재밌는 게임을 생각해 내서가 아니라, 그 게임이 유포되기까지의 과정에, 악역을 밥 먹듯이 한 배우가 아닌 소탈한 삶의 재미를 느낄 줄 아는 손병호가 있었고, <해피투게더>는 바로 그 지점을 제대로 포착해 냈기에 화제가 됐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라디오스타>의 손병호는 '또 다른 손병호 게임'을 제안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거기에 분위기를 추동시킨 것은 바로 질릴 정도로 반복해서 내보낸 손병호의 웃음이었다. 처음에 '잘 웃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다음엔 '웬만하면 웃는다'로, 마무리에 가서는 '할 말 없으면 웃는 걸로 때운다'며 손병호의 웃음을 이날의 웃음 키로 잡았다.

덕분에 방송 분량의 상당 부분은 손병호의 웃음과 관련된 것이었다. 손병호가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그런 손병호를 보며 함께 나온 연우진과 정유미에게 웃음이 전파되고, 도희까지 함께 미소를 짓는 모습이 종종 화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정작 화제가 된 것은 연우진이었다. 영화 홍보 차 나왔지만, 정작 요즘 tvN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을 통해 화제를 뿌리고 있는 청춘스타의 예능 나들이가 화제가 된 것이다. 첫 예능이라고 했지만, MC진이 시키는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를 열창하고, 드라마의 상반신 탈의 사진에 대해 그나마 몸을 만든 게 그 정도라며 털털하게 시인했으며, "정유미가 이상형"이라고 '썸(사귀려고 관계를 가져나가는 단계)'을 타기를 마다치 않은 '보기보다 진솔한' 매력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런 연우진에 정유미도 뒤지지 않았다. 손병호처럼 대놓고 너털웃음을 터트리지는 않았지만 시종일관 눈웃음을 지우지 않고, 자신의 주량에서부터 데뷔 시절의 이야기를 전했다. 제작진들이 연우진과의 '썸'을 강요할 때까지도 여유롭게 넉살 좋게 10년이 넘는 연예계 경력의 내공을 선보였다. 그런 내공 앞에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깜짝 스타가 된 도희가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씁쓸한 미소만 띠다 돌아가게 만들 만큼.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최근 한 배우의 실명을 거론해 논란이 된 것을 사과하는 MC들의 모습.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최근 한 배우의 실명을 거론해 논란이 된 것을 사과하는 MC들의 모습. ⓒ MBC


그런데 이렇게, 원래도 웃긴데다가 방송 분량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자 몸을 사리지 않았던 손병호에,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두 주인공의 출연에도 <라디오스타>가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방송 초반 고승덕 코스프레를 하며, 특정인을 방송을 통해 언급하고 사생활을 거론했던 자신들의 행적을 반성한 MC들은 한결 출연자를 물고 뜯는 것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정유미가 <화신>에 출연했을 당시, "외모가 배우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던 것에 대해서도 김구라는 고개를 숙이고 논란을 피하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라디오스타>는 '미안하다'고 손까지 휘저으며 사과를 한 것처럼 정말 달라졌을까? 아쉽게도 6일 방송을 보면 여전히 <라디오스타>를 이루는 8할은 냉소와 조롱이 아닐까 싶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제작진은 다짜고짜 연우진의 본명 '김봉회'를 물고 늘어졌다. 본명에 대한 물고 늘어짐은 잊을만하면 등장한다. 손병호가 '주차 단속반'이라고 지적했던 규현은 음식으로 '회' 이야기가 나와도 연우진의 본명으로 연결 지었다. 초등학생들이 이름 가지고 놀리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손병호의 웃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웃음을 짓는 사람 좋은 사람이라 보는가 싶더니, 결국은 할 말 없으면 웃음으로 때운다는 식으로 정의는 변색된다. 좋은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보아 넘기지 못하고 어딘가 트집을 잡아 걸고 넘어져야 직성이 풀리는 방식이다.

화제가 되고 만, 연우진과 정유미의 '썸'도 마찬가지다. 정유미의 이상형을 냅다 연우진에게 연결시켜 두 사람의 '썸'을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다행히 연우진도, 정유미도 오랜 연예계 생활을 한 덕분인지 그러려니 하고, 심지어 끝나고 술이라도 한 잔 하자며 여유 있게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또 한 번 제작진의 몰아가기에 민망한 상황이 등장할  뻔했다.

MC진은 반성을 하고 김구라도 한결 몸을 낮춘 듯하지만, 기본적으로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기본 기조가 '조롱'과 '논란 만들기'라는 점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수위를 어디까지 하는가, 그 조롱과 논란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 국한시키는가, 애먼 사람까지 끌어들이는가, 하는 차이가 있을 뿐.

'미안하다'를 소리 높여 외치지만, 누군가의 치부를 들추고 실수를 꼬투리잡고 웃음을 웃음으로 넘기지 못하는 <라디오스타>의 발목 걸기식 진행이 달라지지 않는 한 어쩌면 논란은 '잠수 중'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논란이 되고 MC진이 사과하는 식이 몇 번째인가 말이다.

즉,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방송 초반 씁쓸한 김구라의 표정에서도 드러나듯이, 김구라라는 MC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이 아니라,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의 기조가 그렇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괴롭다면,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리라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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