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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조 '하나'. 하나는 블루시나몬코뉴어종이고 태어난 지 50일 가량 되었다.
 애완조 '하나'. 하나는 블루시나몬코뉴어종이고 태어난 지 50일 가량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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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6일 오전 11시 46분]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랑구에 있는 한 사무실 앞, 문 안 쪽에서 새 우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아무개씨(55·남)씨가 직장 동료 A로부터 분양 받기로 한 '하루'(블루시나몬코뉴어종)와 다른 작은 새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이씨는 새장 안에 있던 '하루'를 끄집어냈다. 갇혀 있던 하루는 새 장의 문이 열리자 자기 세상이라도 만난 듯이 순식간에 이씨의 머리 꼭대기 위로 튀어 올랐다. 하루는 이미 이씨와 만난 적이 있어 친근한 듯 그의 어깨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A씨가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 먹여 키웠다는 하루는 처음 본 사람의 어깨에도 올라올 만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이씨는 하루를 집으로 데려가기 앞서 윙 트리밍을 하기로 했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윙 트리밍은 애완조의 속 날개를 잘라 멀리, 오래, 높이 날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새의 날개는 총 세 겹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가장 안쪽, 즉 세 번째 겹의 날개에서 다섯 개 정도의 깃털을 원래 길이의 2분의1 정도로 자르는 것이다. 세 번째 겹의 날개는 새가 날아다닐 때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곳을 자르면 새는 원래보다 오래 그리고 높이 날지 못한다. 윙 트리밍을 할 때는 보통 애완조의 눈을 가리는데, 이는 새가 윙 트리밍을 한 사람을 기억하고 경계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씨는 하루의 몸통을 붙잡고 눈을 손으로 가렸다. 그 틈을 타 A씨는 하루의 왼쪽 날개 속깃털 다섯 개를 잘라냈다. 마찬가지로 오른쪽 날개의 속깃털도 다섯 개를 잘라냈다. 윙 트리밍은 30초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

이씨가 이날 한 윙트리밍은 애조가들이 직접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 동물병원에서 윙트리밍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조류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동서조류연구소에 따르면 애조가들이 윙트리밍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방법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윙 트리밍이 끝나고 나니 하루는 더 이상 활기차게 날아오르지 못했다. 하루는 한 번 날아오르더니 그 전과 같이 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조용히 이씨의 손 위에 앉았다. 이씨는 "미안하지만, 함께 안전하게 살려면 어쩔 수 없어"라며 하루를 쓰다듬었다.
애완조인 하나를 윙 트리밍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 각 날개에 깃털 다섯 개씩을 원래 크기의 2분의 1로 자른다.
 애완조인 하나를 윙 트리밍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 각 날개에 깃털 다섯 개씩을 원래 크기의 2분의 1로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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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 트리밍 학대인가 보호인가?

새를 키우는 애조가들 사이에서 윙 트리밍에 대한 고민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윙 트리밍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찬성 의견과 동물 학대라는 반대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넷 카페 '반려조이야기'에서는 윙 트리밍에 대한 찬반 논의가 활발하다. 닉네임 '워리'씨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새에게) 윙 트리밍을 하는 것이라, 윙 트리밍이 학대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대로 닉네임 '소나기'씨는 "윙 컷(윙 트리밍과 같은 의미)은 아무 이유 없이 날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가) 벽이나 유리창에 부딪힘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찬성했다.

이날 하루를 입양하면서 윙 트리밍한 이씨도 자신이 원래 키워 왔던 애완조 '삐삐'(그린칙코뉴어종)를 윙 트리밍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이씨는 "요즘 들어 삐삐가 산책 시 혹은 집에서 너무 날아다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산책할 때 (삐삐가) 차 소리가 들리면 혼비백산해 순간적으로 어디론가 날아 가버린다"며 "이렇게 날아가면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삐삐를) 원래 온전한 상태에서 키우고 싶어 윙 트리밍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지금은 다시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이런 고민을 다시 하게 된 것은 윙 트리밍을 하지 않은 지인의 왕관 앵무새 2마리가 열어 놓은 창문으로 날아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그는 "삐삐도 그렇게 될까 걱정"라고 했다. 이씨는 또 "오늘 아침에도 삐삐와 산책을 하는데 (삐삐가) 갑자기 날아가 버려, 20분 동안 헤매다 겨우 삐삐를 찾았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 삐삐에게 윙 트리밍이 필요한 것 같다"고 혼란스러워했다.

10여 마리의 애완조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애완조에게 윙 트리밍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지금의 거주환경은 애완조가 독자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애완조가 트리밍을 받지 않을 경우 갑자기 멀리 날아가 버려, 유리창을 들이받거나 주방의 뜨거운 곳에 데이기도 하는 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완조는 이미 야생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멀리 날아가게 된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거의 없다"며 "윙 트리밍은 애완조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근본적으로 새를 애완조로 기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애완조는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애완조가 홀로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윙 트리밍을 완전히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윤 이사장은 "윙 트리밍을 하고 나면 새는 나는 데 직접적으로 장애가 생긴다"며 "이 때문에 새는 윙 스트리밍 후 엄청난 슬픔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장은 또 "애완조의 생활도 여러 가지가 있다"며 "철장에 갇혀만 사는 새들과 집안이라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애완조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를 단순히 인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겨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윙트리밍, #애완조, #코뉴어, #애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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