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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관객들이 원한다는 것이다. 워낙 광풍이라고 봐야한다." - 박호선 영화평론가
"현실적으로 대기업 대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이 무조건 영화계에 악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 홍태화 영화인신문고 사무국장
"많은 분들이 특정 작품을 원하는 것도 있지만, 그로 인해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욕구나 권리는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영화 <명량>(김한민 감독, 빅스톤 픽처스 제작)의 스크린 독점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대형 영화의 스크린 독점에 대한 영화 관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명량>은 개봉 일주일 만인 5일 60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을 돌파했지만 국내 영화관 스크린 수 총 2584개 중 1500~1600개를 차지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이순신도 울고 갈 '명량' 스크린 수, 부끄럽다')

영화 관계자들은 <명량> 개봉 당시 스크린 독점으로 시작한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독점의 정당성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 시장논리에 따라 관객의 편의에 맞춘 독과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 한편, 오랫동안 묵어온 대기업의 스크린 독점 문제를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화 <명량>의 포스터
▲ 영화 <명량> 영화 <명량>의 포스터
ⓒ 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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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원하는" 스크린 독점?

영상산업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단체인 '영화인 신문고'의 홍태화 사무국장은 "<명량> 개봉 당시 스크린 수가 1100개가 넘어서, 초기 스크린 숫자만큼 관객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맞을 수 있다"며 "하지만 <명량>뿐만 아니라 여름방학 시즌에 돌아가는 영화는 대부분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호선 영화평론가 겸 <컬쳐인뉴스> 편집위원 역시 <명량>의 초기 스크린 수 점유가 독과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봉 첫날 1159개 스크린 수를 점유한 출발 자체는 스크린 독점이 우려되기도 했다"면서도 "문제는 관객들이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이후는 좌석점유율이 86%를 차지했기 때문에 워낙 (관객들의 반응이) 광풍이라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좌석점유율이 70% 이상이 지나면 예매를 하지 않고선 영화를 볼 수 없다는 뜻이며 <명량>의 좌석점유율 86.4%란 영화관의 좌석이 완벽하게 찼다는 것을 말한다"면서 "물론 이것은 관객들이 원하기 때문에 스크린을 늘렸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량>의 스크린 독점이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원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주장 외에도 한국 영화계 현실상 대형 영화의 독점이 반드시 나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홍태화 사무국장은 "현실적으로 대기업 대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이 무조건 영화계에 악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며 "특히 CJ엔터테인먼트(<명량> 배급)나 쇼박스는 영화스테프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 앞장서서 일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표준계약서를 쓰고 현장에서 12시간 이상 노동하지 않게 배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어느 정도 수익을 내야만 중소기업도 그 투자를 받는다"면서 "그런 식(스크린 독점)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영화 배급사가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것이 중소기업 배급사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박호선 평론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재벌들의 논리라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대기업들이 개인 시나리오 작가의 시나리오를 소유하고 입맛대로 바꾸고 정작 그 작가랑 작업을 안 하는 등의 (부도덕한)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핀란드에서 노키아가 국민소득의 70%를 차지했었지만 노키아 파산 후 벤쳐기업이 살아나 오히려 국민소득이 늘기도 했다"며 "영화 산업도 그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명량>의 한 장면.
▲ 영화 <명량> 영화 <명량>의 한 장면.
ⓒ 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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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문제 해결 안 된 상황... 무기력 느껴"

'관객들이 원하는 독점이기에 상관없다'는 식의 시장논리는 오래된 스크린 독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 독립영화나 소형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는 영화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스크린 독점과 관련된 논의와 문제제기는 굉장히 오래된 것들이지만, 대안이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답답함을 넘어 무기력을 느끼기까지 한다"며 "아무래도 시장논리나 기업 입장들이 있으니, 동반성장위원회 등을 통해 강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려되는 모양새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영화계에서 대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본질적인 처방이나 제도 개선은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박호선 평론가는 "스크린 수가 아닌 좌석수를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행해야 한다"며 "가령 전국에 800개 극장의 좌석수가 16만 정도라면 30%인 48만명 이상의 좌석에 해당하는 스크린은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독립영화 전용관 건설에 지원을 해준다거나 영화진흥비를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제작·배급하는 영화에 배정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지원들이 생겨야 앞으로 더 심해질 (대기업 영화 배급사의) 횡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 정민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명량, #스크린 독과점, #CJ,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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