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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한장면.
 영화 <명량>의 한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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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을 봤다. 사전에 감상평을 대충 훑어 봤더니 '혹평' 일색이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잘 만들면 명작이 될 수 있는 극적인 모티브 하나를 또 졸작으로 날려 버렸나 보다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내 생각은 기존의 영화평과는 완전히 다르다. 근래 보기 드문 수작. 80점!

일단 고증에 충실했다. 영화라는 장르가 아무리 상업적이기는 해도 사극을 다룬다면 일단 역사적 사실에 근접하려고 하는 노력은 좀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변치 않는 나의 고집이다. <명량>은 그런 면에서 착실하다.

장수들이 칼을 휴대하는 방법이 그렇고(<명량>의 장수들은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허리띠에 대충 칼을 쑤셔 넣고 나오지는 않는다), 지금의 대포처럼 쏘면 날아가 폭발을 일으키거나 하지도 않는다(임진·정유년 당시는 그저 동그란 돌멩이나 쇳덩이를 날려서 나무로 만든 배의 판자를 뽀개는 것이 당시의 대포였다).

우리는 명량대첩이 불과 12척의 배로 330여 척의 왜선을 격파했다는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 그 12척이 이순신 장군과 혼연일체가 되어 전투를 벌였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상상에 불과하다. 기록에 의하면 오로지 이순신의 대장선 한 척이 330여 척을 무려 3시간 동안이나 홀로 저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11척은 그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극중에 보면 이순신이 대장선 한 척으로 승기를 잡은 후 다른 배를 부르는 초요기를 올리자 그제야 달려온 거제 현령 안위에게 했던 "군법으로 너를 다스려야 하나 싸움이 급하니 일단 최선을 다해 싸우라!"는 말도 팩트로 전해진다.

나는 이런 모든 것들이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세밀히 살폈다. 합격점이었다.

영화 <명량>은 해상 전투신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그러나 나는 도입부에 나온 이순신의 고뇌가 훨씬 더 가슴을 울렸다. 수적으로 이미 상대가 안 된다며 전투를 포기하려는 휘하 장수들을 다독여 싸움에 나서야만 하는 지휘관의 자세. 죽기를 각오한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결연한 의지. 극중 이순식 역의 최민식은 넘치지 않는 절제된 연기로 훌륭히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할리우드판 블록버스터 스펙터클 볼거리의 영화를 원하는 이들이 보기에는 기존의 평가처럼 지루하기도 하고 크게 감동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했다. 조금은 다큐멘터리같은 분위기도 나면서 살짝 신파적 요소를 곁들이며 정통 사극의 품위를 잃지 않는 이런 영화는 흔치 않다.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명량대첩이 있었던 바로 그 곳이 수백 명, 생때같은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인근 바다인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추가: 명량대첩 당시 이순신의 함대가 12척인가 13척인가로 의견이 분분하고 역사서에도 제각각 다르게 기술되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배설이 칠천량 해전에서 도망치면서 가지고 나온 배는 12척. 그 후 전라우수영이 이순신 함대에 가세하면서 가지고 나온 배가 달랑 판옥선 1척. 그래서 13척이 되었으나 이 중 1척은 파손이 심해 실제 전투에는 참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로써 명량대첩에 참가한 실제 이순신 함대는 총 12척이 되는 셈. 영화도 이를 따르고 있어 필자도 12척이라 가정한다.


태그:#영화 명량, #명량대첩,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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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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