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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대표적인 황사발원지인 중국 내몽고(네이멍구)에서 7년째 초원복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말라버린 호수를 초원으로 복원하는 데 상당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내몽고자치구 시린커러멍 아파카치현 차칸노르(현대 그린 존Ⅰ)에서 활동을 벌였다. 올해부터는 시린커러멍 정란치 인민정부와 공동으로 정란치 내에 있는 마른 호수를 초원(현대 그린 존Ⅱ)으로 복원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선발된 대학생 80명(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이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초원복원 활동에 함께했다. 기자는 이 활동에 동행해 현장을 취재했다. - 기자 말

내몽고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한국의 대학생들의 뜨거운 날씨에도 말라버린 호수를 초원으로 만들기 위한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 내몽고 초원 복원 활동을 벌이는 한국 대학생 내몽고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한국의 대학생들의 뜨거운 날씨에도 말라버린 호수를 초원으로 만들기 위한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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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수은주가 38도에 이르는 중국 내몽고 보샤오떼 호수. 전날 저녁 살짝 내린 비로 호수가 젖어 시원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땅에서 습기가 올라오면서 내몽고 특유의 건조한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끈끈하고 더운 날씨가 계속됐다. 뙤약볕을 피해 그늘로 들어갔지만 온풍기를 튼 듯 뜨거운 바람이 밀려온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80명과 에코피스 아시아, 현대자동차 및 현지 몽골인 스태프 등 100여 명이 마른 호수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나뭇가지를 바닥에 꽂고 있다. 40cm 길이로 자른 나무를 10cm 깊이로 일렬로 촘촘하게 박아 넣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7월 25일 첫 작업 때 참가자들은 줄 긋는 것부터 어리둥절해 하더니, 26일, 27일, 28일 작업 때는 그래도 속도가 붙었다.

이들은 말라버린 보샤오떼 호수를 초원으로 복원하기 위한 사장(바람장벽) 작업을 벌이고 있다. 촘촘하게 박힌 나무 사이에 흙과 함께 (알칼리 토양에서 자랄 수 있는) 씨앗이 걸리면서 식물이 자라, 마른 호수가 초원으로 복원될 수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코피스 아시아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이러한 활동은 이미 다른 지역의 알칼리 호수에서 성공한 바 있다.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알칼리 토양

내몽고 보샤오떼 호수는 강수량이 적고, 토양이 알칼리 성분이라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이다.
▲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알칼리 호수 내몽고 보샤오떼 호수는 강수량이 적고, 토양이 알칼리 성분이라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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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피스 아시아 베이징사무소 박상호 소장은 "사막화는 사람과 생물에게 활용 가능한 토지가 사용 불가능한 상태로 변하게 되는 것"이라며 "사막화를 막는 것 자체가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 전체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내몽고의 마른 호수 지역은 한국으로 불어오는 황사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마른 호수의 초원 복원은 황사를 줄일 수도 있다.

비가 내려 호수가 채워지지 않는 이상, 마른 호수의 사막화는 주변으로 확대된다. 이를 방치했다가는 초원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바람에 날린 알칼리 성분이 주변 식물에게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막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방지하는 기관 및 단체는 많지만, 풀을 심어 말라버린 알칼리 호수의 사막화 방지 및 초원 복원 활동을 벌이는 단체는 한국, 중국을 통틀어서 에코피스 아시아가 유일하다.

이들은 알칼리 토양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인 감봉(나문재)을 심어 마른 호수를 초원으로 되돌리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가 아닌 풀을 심는 이유에 대해 에코피스 아시아 이태일 처장은 "내몽고 초원은 강수량이 적고, 토양의 알칼리 성분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이라 말한다.

알칼리 토양에서 자랄 수 있는 나무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밖에 없다. 보샤오떼솜 지역의 연평균 강우량은 360mm로, 400mm 수목한계선 이하이기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조건이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의 목표는 5일 동안 보샤오떼 호수 한편 1.6㎞에 사장 작업을 마치는 것이다. 4만5천 무(약 900만 평, 중국 단위 1무는 약 200평)에 달하는 넓은 지역을 생각할 때 이들의 활동은 미미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가 첫 시작이란 점에서 마른 호수가 서서히 초원으로 복원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내몽고 현지 전문가도 인정하는 점이다.

중국 전문가 "바람 불면 흙이 쌓일 것"

에코피스 아시아 베이징 사무소 박상호 소장과 내몽고 초원 관측 설계원 짐써 씨가 사막화 방지를 위해 벌이고 있는 사장 작업 효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사장 작업이 효과가 있을 것 에코피스 아시아 베이징 사무소 박상호 소장과 내몽고 초원 관측 설계원 짐써 씨가 사막화 방지를 위해 벌이고 있는 사장 작업 효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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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보샤오떼 호수 사장 작업 현장을 방문한 내몽고 초원 관측 설계원 짐써(61)씨는 "사막화된 지역을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불가사의한 일을 하고 있다.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바람이 불어오면 (사장 작업 한 곳에) 흙이 쌓일 것"이라면서 사장 작업의 효과를 장담하기도 했다.

오전 사장 작업이 끝날 무렵 해피무브 글로벌 봉사단 한 학생이 기자에게 물을 요청한다. 기자가 갖고 있는 물은 햇볕에 달궈져 뜨거워진 상태였다. 그런 물을 거침없이 벌컥벌컥 마시면서 "사장 작업은 할 만하지만, 물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한다. 이번 봉사 활동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하루 550ml 페트병 3개가 지급된다.

기자도 봉사단과 함께 사장 작업을 했는데, 어떤 날은 오전에만 2통을 소비할 정도였다. 그나마 몽골 전통차가 항상 준비돼 있고,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씻을 수 있는 물이 별도로 공급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버티기 힘들 정도는 아닌 상황이다. 참가 학생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 평소 물 낭비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11시 30분까지 오전 사장 작업을 벌인 해피무브 글로벌 봉사단은 점심식사 후 휴식을 취하고, 오후 4시부터는 유목민 생활 및 지역의 생태 현황을 익힌다. 이들이 보샤오떼솜 지역에 도착한 첫날, 이들에게는 '샤롯(아주 맑은 햇살)', '엇따(별)', '달레이(큰 바다)', '나믈(영원히 흐르는 강물)', '터느그르(광대한 초원)' 등 몽골 이름이 지어진다.

내몽고에 도착한 한국 학생들은 몽골식 이름이 받는다.
▲ '엇따(별)’, ‘달레이(큰 바다)' 몽골이름 내몽고에 도착한 한국 학생들은 몽골식 이름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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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을 해준 마을 연장자 잠빠류(59)씨는 "몽골족 대부분이 자연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연과 관계된 이름을 짓는다"고 말했다. 참고로 몽골제국을 이룩한 칭기즈칸에서 '칭기즈'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는데, 바다를 뜻하는 몽골어 '텡기스'에서 왔다는 의미로 '사해의 군주', 즉 전 세계의 지배자라는 뜻과, '하늘이 하사하다'란 뜻이 있다고 한다.

유목민 체험으로 말 타기, 활쏘기가 진행되고, 한쪽에서는 환경과 생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수피아 에코라이프 이종무 전임강사는 "생태놀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환경과 생태의 차이를 설명한다"면서 "인간과 초원의 관계를 생명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며 교육 방향을 말하고 있다.

유목 및 지역의 지속 가능 문화 탐방

또 다른 한 팀은 지역의 생태문화를 답사한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이 머물고 있는 게르(몽골 전통가옥)촌 주변에는 초원 한가운데 약 10미터 높이의 사구(모래언덕)가 서너 개 자리를 잡고 있다. 사구는 바람에 의해서 1년에 약 1~2cm 이동을 하는데, 삼투압 현상으로 모래 속에 수분을 담고 있어, 나무가 자라는 사구도 있다.

현지 목축민의 집이 부유한지 알고 싶으면 집 앞에 쌓여 있는 소똥과 양똥의 규모를 보라고 한다. 이곳에서 소똥과 양똥은 여전히 조리 및 난방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소똥은 불을 붙이는 용도로, 양똥은 화력이 좋아 난방용으로 제격이다. 봉사단은 이를 이용해 직접 밥과 요리를 해보기도 한다.

내몽고 초원에서는 여전히 소똥과 양똥을 조리 및 난방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 '소똥과 양똥이 많아야 부자' 내몽고 초원에서는 여전히 소똥과 양똥을 조리 및 난방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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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학생들에게 별자리를 강의하는 이금복 선생(전북여고 교사)은 유목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몽골족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잘 짜여 있는 것 같다"면서 "본래 취지를 잘 살리는 것 같다"고 평했다.

학생들은 저녁시간에 마두금 연주를 감상하고 직접 배워보기도 했다. 내몽고 예술대학에 다닌다는 마두금 연주자 쑤닝까오(23)씨는 "말의 소리를 표현하는 마두금은 몽골인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라면서 "자연과 사랑을 연주하는 곡도 있지만, 칭기즈칸을 칭송하는 노래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 말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네이멍구 현지에서 몽골의 문화를 배우는 것에 대해 쑤닝까오씨는 "(한국 학생들이) 문화적 소양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마두금이 한국에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면서 해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한국학생들이 "부럽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대학생 봉사단은 쿤산다크 사지에서 가져온 나무를 활용해 보샤오떼 마른 호수 바닥에 바람 장벽(사장작업)을 만들고 있다.
▲ 내몽고 마른 호수를 되돌리는 사장작업 한국 대학생 봉사단은 쿤산다크 사지에서 가져온 나무를 활용해 보샤오떼 마른 호수 바닥에 바람 장벽(사장작업)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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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에 참가한 김지민(22) 학생은 "유목민 및 지역의 생태 체험을 통해 우리가 왜 왔는지 알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사전교육을 통해 지역의 현황을 알고 왔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기후를 경험해보니 이해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코피스 아시아 이태일 처장은 "유목문화를 알아야 사막화와 황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대처방법을 배울 수 있다"며 유목문화 체험 취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역, 기업, 시민단체가 협력하는 사막화 방지의 좋은 모델을 통해, 한국, 중국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국, 중국이 국가차원으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초원 복원 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blog.naver.com/ecocinema)에도 올립니다.



태그:#내몽고, #사막화, #유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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