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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지난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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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로 세월호 참사 100일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국회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도보행진도, 집회도 했지만 여태 여야가 갑론을박 중인 모양이다. 나는 한 전직 교사로서 세월호 참사의 계기가 된 수학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와 바람직한 수학여행 문화에 대한 제언, 근본문제 해결 등을 3회에 연재한다. 이번이 그 마지막 회다. -기자의 말

비주류의 비애

내가 잘 아는 한 교장 선생님은 걸핏하면 당신이 한 사립초등학교장 재임시절을 말씀하셨다. 그 사립초등학교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학교다. 당신 교장 재임시절 학생들과 현장 견학이나 수련회를 가노라면 부탁치도 않았는데도 목적지 시계나 도계에 이르면 경찰 사이드카가 앞뒤로 호위해 준다고 했다. 또 현장에 가면 최고의 대우로, 오히려 이쪽에서 민망할 정도였다는 얘기를 자주했다.

그분의 말씀에 따르면, 당시 그 학교 학생 중에는 부모가 대한민국 최상위 층으로 대기업체 회장이나 재벌 총수 자녀, 청와대 경호실장 자녀, 등으로 대한민국 실세 자녀들의 집합소였던 모양이었다.

나는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보면서 가장 화난 점은 선장도, 해수부, 해경 구조대원도 배 안에 단원고 3백여 학생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단원고 학생의 부모 가운데 청와대는 그만 두고라도 해수부나 해경의 간부, 아니면 인천경찰서 간부라도 있었다면, 아마도 상황은 훨씬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솔직히 우리 사회는 주류도 있고, 비주류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주류에 들고자 죽기 살기로 몸부림친다. 그리하여 그 주류에 든 이는 자손 대대로 마냥 그 주류에 머물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자녀를 명문학교나 특수학에 보내는 일이다. 지난날에는 자녀가 실력이 미치지 못하면 노골적으로 보결 등 부정입학이 횡행했고, 이즈음에는 특목고니, 자사고, 아니면 해외유학이라도 시켜 자기 자식만은 특별한 학교에서 남다른 교육을 시켜 주류사회에 곧장 진입시키려는 발상이다.

내가 현직에서 체험한 바, 대체로 지난날 명문 고교나 대학을 나오거나, 또 부유한 부모 중 특히 졸부들은 평준화정책에 대해 게거품을 물고 반대 성토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평준화된 학교 측에 우열반을 요구하거나 변칙 교육과정을 원했다. 그들은 육성회 기부금(또는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당근'을 주며 학교나 교사들을 자기들 맘대로 주물거나 흔들어 우리 교육현장의 공정성을 해쳤다.

일부 학교나 교사들은 학부모와 은밀한 거래로 학생의 내신 성적을 조작 일조차도 서슴지 않았다. 사실 그 사회의 교육이 공정성을 잃으면 그 사회 기강이나 정의감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공정한 패어플레이 경쟁 끝에 실력이 있고 능력이 있는 자가 앞장서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게 사회 정의다. 그런데 부모의 도움이나 비호 등, 반칙으로 무능한 사람이 사회 지도자가 되면 그 사회는 비틀거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배의 선장이 무능하거나 직무유기를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빤히 보지 않았는가.

어른이나 강자 중심의 사회

또 하나 우리 사회의 병폐는 다음 세대를 두려워하거나 그들을 존중치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다음 세대 주인공으로, 이 나라와 사회를 이끌어갈 이들이다. 그들은 장차 어떤 인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현재 힘이 없다고, 별 볼 일 없는 집안의 아이라고 무시하거나 깔보는 일이 많다. 사실 인생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데도 말이다.

나는 선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그들은 어린이, 청소년이 최우선이었다. 2004년 이후 세 차례 방미하여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70여 일 출근하면서 지켜보니까 아침 출근길에 스쿨버스가 학생을 태우고자 정차하면 양편의 승용차는 아무리 바쁜 출근길이라도 모두 서서 그 어린이가 안전하게 승차할 때가지 느긋하게 기다리며 그들의 승하차 광경에 손을 흔들었다. 이 하나라도 그네들은 약자나 어린이를 존중하는 사회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찌 300명이 넘는 학생이 배에 승선하고 있는데, 배를 아무렇게나 운항하거나 사고 후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을까? 바로 이런 문화를 근본으로 고치지 못하고, 젊은이에게 공정한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늘 2, 3등 백성(국민)으로 마냥 선진국에 끌려 다니게 될 것이며, 아울러 자주적인 나라도 되지 못할 게다.

지금은 우리 의식개혁이나 나라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시기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또 잃게 된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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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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