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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10회 청소년 자전거국토순례'는 전국 17개 지역 청소년 268명과 안전요원 70명 등 총 338명의 참가자들이 모였습니다. 첫날 7월 28일에 달리기 시작해 8월 3일까지 이어집니다. 목포에서 출발 임진각까지 7박 8일 코스로 무려 556.6Km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리게 되는 일정입니다. - 기자 말

드디어 28일, 첫날이 밝았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난 아이들, 집이 있었더라면 아직도 쿨쿨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법한 시간에 씻고 옷을 갈아입고 밥 먹을 준비까지 합니다. 늘 편안한 집에서 누구의 구애도 받지 않고 잠을 잤겠지요. 허나 국토순례에서는 친구들과 한데 모여 침낭을 펴놓고 새우잠을 잤습니다.

그래도 싫지만은 않은 얼굴들입니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연예인 이야기에서부터 친구들 이야기, 학교 선생님들 이야기에다 흉내까지! 옆에서 듣고 있으니 상상이 될 정도로 리얼하기까지 합니다. 어디 시장통 바닥에 있는 듯 왁자지껄합니다. 듣고 있으면 참 별거도 아닌 일에 깔깔깔 배를 잡고 넘어지는 아이들, 끝내는 "얼른 자라"라고 소리를 질렀던 밤이었습니다.

제 10회 청소년자전거국토순례에 참가한 아이들 전국 17개 지역에서 모인 350명 가량의 아이들입니다.
▲ 제 10회 청소년자전거국토순례에 참가한 아이들 전국 17개 지역에서 모인 350명 가량의 아이들입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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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부럽습니다. '나도 저 나이 때 이런 활동들을 했다면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라는 근거 없는 생각도 들면서 마냥 깔깔깔 웃을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그 순수한 웃음과 친구와 쌓을 수 있는 추억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너희들 도대체 왜 왔냐?"

그런데 말입니다. 도대체 아이들은 여기를 왜 왔을까요? 오늘만 보더라도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거의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탔습니다. 산도 넘고, 내리는 비를 피할 세도 없이 달려 비 맞은 생쥐 꼴 마냥 쫄딱 젖기도 했고요. 어찌나 춥던지, 오들오들 떨면서 고생이랑 고생은 다한듯한데 말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점심시간에는 공원길 바닥에 앉아 밥도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전거 국토순례 오기 전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물론 처음 온 아이들도 있지만 해마다 참가하고 있는 아이들도 참 많습니다. 이 아이들이 친구들을 꼬셔서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구요. 그러니 모르고 왔을 리 없습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어디 휴식을 취하는  여행 상품이 아니잖아요? 심지어 이 아이들은 모험담 마냥 "예전에는 더 했다", "작년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며 고생한 이야기를 어깨에 힘을 가득 주며 말하기도 합니다.

길에서 꿀맛같은 밥을 먹는 아이들 길에서 먹는 밥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 길에서 꿀맛같은 밥을 먹는 아이들 길에서 먹는 밥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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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이들이 알고도 왔다는 것인데 말입니다. 고생을 바가지로 하는 여기에 왜 왔을까요? 몇 년차 계속 오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냥요. 오고 싶어서 왔어요."
"임진각 들어갈 때 느낌이 좋았어요."
"친구들이랑 재밌으니까요."
"예전에 바퀴에 펑크가 나서 차를 한번 탔었거든요. 이번에는 한 번도 버스 안타고 완주해 보려고요."
"오면은요. 내가 여길 왜 왔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근데 오고 싶어요."

세상에나! 이렇게 기특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절대 엄마가 가라고 했다고 올 아이들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곳에 와서 견뎌낼 아이들인데 어찌 엄마 말 잘 들으려고 왔겠습니까? 엄마가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주고 약간은 꼬시(?)는 역할은 하셨겠지요. 이런 힘든 프로그램은 자신의 의지가 없다면 절대 참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보다는 친구가 좋은 아이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올해에 많은 아이들이 수학여행과 소풍을 가지 못했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사고가 난 또래의 친구들을 두고 수학여행을 갔어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때 이 아이들에겐 매일 학교에 붙잡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친구와 경쟁으로 등수를 매기고 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시간에서 벗어나 유일하게 친구들과 협력하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요?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부모보다도 친구가 좋은 때입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부모 도움없이는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모의 보호 아래서 많은 추억들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성장해 갈수록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부모 없이도 사회속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 겁니다. 이제는 부모의 품 속 보다는 자유를 더욱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잘 성장한 아이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라 생각도 들고요.

제 10회 청소년자전거국토순례에 참가한 아이들 도로 한차선을 매우고 친구들과 함께 달립니다.
▲ 제 10회 청소년자전거국토순례에 참가한 아이들 도로 한차선을 매우고 친구들과 함께 달립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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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이들이 힘들더라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친구와 함께하는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깊디 깊은 우정이 쌓일테지요. 물론,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와서는 아빠와 함께 지내기보다는 아빠는 귀찮은(잔소리를 하기에) 존재로 여기곤 합니다. 오히려 친구들과 열심히 지내지요. 그렇기 때문에 함께 온 부모님들은 좋다라고도 말씀 하십니다. 늘 걱정만 했었는데 함께 와보니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직접 볼 수 있었으니까요.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용기! 위대한 성취감!

아이들이 참가하는 또 다른 이유, 위대한 성취감 때문입니다. 힘들었지만 또 가고 싶어지는 그 마음이 도전하는 용기를 주고 이렇게 힘든 것을 내가 해냈다는 그 성취감이 아이들을 다시금 오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다 큰 어른인 저 또한 그랬습니다. 처음, 청소년자전거국토순례를 완주해서 임진각에 도착했을 때의 그 감동은 뭐라 표현하지 않을 만큼 감격적이었습니다. 내가 "장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임진각에서 흘린 감동의 눈물이 임진강에 흘러갔을 정도(?)로 말이지요. 제가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더군요. 이렇게 힘든 것도 성공했는데 이제는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그렇게 4년 째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어떻겠습니까? 이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또 다른 힘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들을 추모하는 "잊지 않을게" 노란 깃발도 자전거에 부착했습니다. 그런 성취감과 함께 마음 아프게 떠난 친구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경험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로 실리게 되면 개인 블로그 '허은미가 만난 아이들'http://hueunmi.tistory.com/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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